“불교를 삶으로 끌어내린 코로나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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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를 삶으로 끌어내린 코로나에 감사”
  • 송희원
  • 승인 2020.05.26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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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연찬회 코로나19 이후 삶의 방향 모색

코로나19 사태 이후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봄 연찬회가 열렸다. 7세 어린아이부터 88세 고령의 참석자까지, 서울, 부산, 대구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이들이 코로나19 이후 삶의 방식에 대한 지혜를 나누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5월 22일 지리산 연찬회에서 새마을중앙회 정성헌 회장이 발표하고 있다.

전북 남원 지리산에 있는 실상사(회주 도법 스님)에서 지난 5월 22일부터 1박 2일간 ‘코로나19 이후, 어디로, 어떻게’란 주제로 봄 연찬회가 열렸다. 첫날은 새마을중앙회 정성헌 회장과 한살림연수원 주요섭 전 사무처장이 발제자로 나서 포스트코로나 진단과 대책을 논의했다.

 

| “시대의 문제 해결 위해 스스로 실천하자”

첫날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정성헌 회장은 1970년대 제창된 새마을운동의 지난 역사를 되짚어 보는 한편, 보수와 진보를 넘어선 국민운동의 새로운 방향성을 코로나19로 인해 다시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과거 70년대에는 다들 먹고사는 문제가 제일 시급했습니다. 그래서 새마을운동도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주안점을 뒀었죠. 하지만 지난 2년 전부터 우리는 운동의 방향과 목표를 ‘생명·평화·공경운동’으로 대전환했습니다. 앞으로 인류의 핵심 과제는 ‘어떻게 하면 부를 축적하는 데에서 벗어나 (인간과 자연이 함께) 살아남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입니다.”

새마을운동중앙회는 지난 2월부터 5월 14일까지 코로나19로 힘든 이웃들을 위해 새마을지도자 14만여 명이 전국의 6만6,000여 군데를 방역했고, 새마을부녀회원 1만5,000여 명이 59만여 장의 마스크를 만들어 배포했다. 이 밖에도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헌혈, 임대료 낮추기, 농수산물 사주기, 손 소독제 나눔 등 다양한 활동에 나섰다.

정회장은 “그때 그 시대에 가장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생각하고 실천하는 게 운동”이라며 “생명·평화·공경 대전환 운동에 새마을중앙회 회원 70% 이상이 동의했다. 앞으로 환경운동을 넘어서 모든 생명을 살려낸다는 의미의 ‘생명살림운동’을 전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회장은 ‘생명살림 결의문’ 낭독으로 발표를 마무리하며, 새마을운동의 슬로건 ‘근면·자조·협동’ 정신을 바탕으로 대중과 함께 생명살림운동을 전개·실천해 나갈 것을 다짐했다.

새마을중앙회 ‘생명살림 결의문’을 들고 있는 정성헌 회장.

| “이미 전환은 시작, 포스트코로나는 현재진행형”

두 번째 발제를 맡은 한살림연수원 주요섭 전 사무처장은 현 코로나사태를 진단하며, 포스트코로나 시대에는 “새로운 세계관과 가치관, 새로운 생활양식, 새로운 질서”를 탐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 우리는 개인적 생활과 사회적 시스템이 동시에 붕괴하는 지구적 대혼돈을 실시간으로 경험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비대면 소통’ 같은 새로운 질서의 자기 조직화를 온몸으로 경험하고 있죠. 코로나의 충격은 우리에게 삶을 성찰하게 했습니다. 기후변화와 불평등에 대해서도 재인식하게 했죠. 이게 바로 코로나의 역설입니다.”

주요섭 전 사무처장은 이번 코로나 사태로 ‘생명감각’이 다시 재조명됐다고 언급했다. 이미 40여 년 전부터 생명사상가와 생명운동가들이 문명전환을 이야기해왔지만, 이번 코로나사태로 인한 인류 전체의 위기의식이 다시금 생명담론을 소환하고 문명전환을 이야기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설령 코로나가 종식된다 해도 코로나 이전으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는 인류 스스로의 뼈아픈 자각이 있었던 셈이다.

그러면서 포스트코로나 시대 ‘어떻게’, ‘어디로’ 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는 “알 수 없다”고 답했다. 대신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인류는 생명세계의 예측 불가능성을 깨닫게 됐다”며, “이는 역설적으로 코로나사태가 앞으로 인류에게 무엇이든 해볼 기회를 제공해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으로 인류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새로운 현실에 적응해가며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갈 것이다. 즉 이번 위기는 곧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미래는 열려있습니다. 불확실한 상태에서는 어떤 선택이든 할 수 있죠. 다만 우리는 사회적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공통감각을 기반에 두고 앞으로 ‘어떤 사회적 선택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를 고민해 봐야 합니다.”

두 번째로 발제를 하는 한살림 주요섭 전 사무처장.

| 코로나19의 위기, ‘나’와 ‘우리’

참석자들이 코로나19로 겪은 경험을 나누며 삶을 성찰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연찬회는 50여 명의 참석자가 하나의 원으로 동그랗게 둘러앉아 진행됐다. 모든 이들은 자신의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전제로 마주보고 논쟁하는 것이 아닌, 무엇이 좋을지 함께 이야기해본다는 취지로 이렇게 앉은 것이다. 참석자들은 각자의 경험과 지혜를 바탕으로 ‘나’와 ‘우리’가 지역에서 함께 해나갈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나눴다.

참석자들에게 이번 연찬회에 참여한 소감을 물었다.

“실상사에서 학생들과 매년 농사짓기를 해왔는데 이번엔 코로나19로 취소돼서 아쉬워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자연의 소중함을 다시금 느꼈어요. 포스트코로나 시대에는 자연의 소중함을 기억하고, 자연과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우정아·청소년공간날다 교사)

“신부가 된 뒤 첫 사역지로 대구에 발령받았어요. 그런데 대구에서 코로나19가 터졌죠.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됐을 때 가장 타격을 받는 분들은 저소득층, 결핍아동 특히 기본소득을 받지 못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에요. 이번을 계기로 힘든 이들의 삶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야 한다고 느꼈어요. 연찬회 자리에서 소외된 이들을 돕는 활동과 거리두기가 상충하는 문제에 대한 고민을 나눴습니다.”(박용성·성공회 신부)

“연찬회 장소가 지리산인데, 알프스에서 하는 세계적인 연찬, ‘다보스포럼’이 생각났어요. 2018년 다보스포럼에서 글로벌 리더들이 ‘20세기는 물리학, 21세기는 생물학이 지배할 것’이라고 점쳤죠. 세계적으로 바이오산업 즉, 생명이 산업적 차원에서 화두가 될 때, 오래전부터 생명운동을 해왔던 한살림 같은 활동가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참여해 나갈 것인지 궁금해졌습니다.”(이병한·얼스플러스 대표)

봄연찬회 참석자 단체 사진.

이번 연찬회 모임을 주최한 도법 스님은 “인간이 무지와 착각으로 삶을 산 결과 이런 상황을 초래했다”며 “더 이상 두 번 다시 이런 사태가 우리를 어렵게 만들지 못하도록 길을 찾아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도법 스님은 이번 코로나사태와 연찬회를 통해 느낀 바를 전하며 모임을 갈무리했다.

“연찬회에 나온 얘기들을 부처님 삶과 연결해 보면, ‘깨달음의 삶’, ‘깨달음의 문명’으로 말할 수 있겠습니다. 지리산 봄연찬회 덕분에 저 자신도 불교를 좀 더 상식적인 수준에서 이해하고 삶으로 가져가는 기회가 됐습니다. 연찬회에 오신 한 분 한 분 모두에게 감사합니다. 더불어 코로나한테도 감사하네요(웃음).”

지리산 연찬회 주최자이자 실상사 회주 도법 스님.

한편, 연찬회 참석자들은 ‘하루를 여는 법석(法席)’ 시간에 참여해 참회와 발원을 함께 낭송하고 예불, 울력을 하는 등 실상사 사찰에서의 일과도 자유롭게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진. 유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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