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대문 밖을 여행한 후 출가를 결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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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대문 밖을 여행한 후 출가를 결심하다
  • 동명 스님
  • 승인 2020.03.3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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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의 신화
싯다르타 왕자가 출가 전 생활했던 석가족 왕국 카필라바스투의 옛 궁터 동문.
싯다르타 왕자가 출가 전 생활했던 석가족 왕국 카필라바스투의 옛 궁터 동문.

|    사대문 밖 여행 ─ 인생의 전환기

위대한 인물들에게는 대체로 인생의 전환기가 있다. 서산대사는 청년 시절 지리산 여행을 갔다가 한 노승을 만나 출가의 길로 들어섰고, 성철 스님은 영가현각(永嘉玄覺, 665~713)의 『증도가(證道歌)』를 읽고 새로운 세계에 눈을 떴으며, 광덕 스님은 요양차 범어사에서 지냈던 것이 출가의 계기가 되었고, 법정 스님은 명산대찰을 두루 기행한 것이 발심의 촉매가 되었다.

궁중에서 화려한 생활을 하던 청년 싯다르타가 출가수행자가 되는 데에도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음이 틀림없다. 지금까지 전해오는 부처님의 다양한 전기들은 청년 싯닷타의 인생 전환 계기는 사문유관(四門遊觀), 즉 사대문 밖 여행이라고 말한다. 

|    “도대체 저 사람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냐?”

싯다르타 왕자는 궁중의 화려한 생활에도, 아름다운 야소다라와의 혼인 생활에도 만족할 수 없었다. 왕자는 태어나기 전에 이미 도탄에 빠진 세상을 구원하겠다는 큰 발원을 하고 이 땅에 왔으니, 본연의 길이 아닌 궁중 생활에 만족할 수는 없었다. 

왕자가 28세가 되었을 무렵이었다. 늘 사색에 잠겨 있는 왕자를 위해 숫도다나 왕이 제안했다. 

“태자를 위해 경치 좋은 곳에 나들이 다녀오도록 하라!”

마침 싯다르타 왕자도 바깥세상을 구경하고 싶었다. 이때 천신들이 작전을 세운다. 

“왕자가 궁중 생활에 젖어서는 안 된다. 그는 위대한 출가를 단행하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으니, 이번 여행을 통해 그의 본분을 일깨워주도록 하자.”

아름답게 장식된 마차를 타고 왕자는 동쪽 대문을 통해 바깥세상으로 나갔다. 그때 한 천신이 노인으로 변장하여 왕자가 가는 길목에 앉아있었다. 노인은 희디흰 머리에 등은 ‘ㄱ’자로 굽었고, 삐쩍 마른 몸매에 쭈글쭈글한 주름이 온몸을 덮었으며, 이는 하나도 없고, 가만히 있는데도 침이 줄줄 흘렀다. 천신이 변장한 것이기 때문에 이 모습은 싯다르타 왕자와 마부에게만 보였다. 노인의 모습을 본 왕자가 마부 찬나에게 물었다. 

“찬나야, 저 사람의 머리카락은 온통 희구나. 몸에 살이라곤 하나도 없고 등은 휘었으며, 침을 줄줄 흘리면서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구나. 도대체 저 사람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냐?”

마부 찬나가 대답했다.

“태자시여, 저 사람은 노인입니다.”

전설에 따르면, 왕자는 그동안 노인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숫도다나 왕이 왕자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불편할 수 있는 것은 일절 볼 수 없도록 조치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누구보다도 명민했고 제왕의 교육까지 받은 싯다르타 왕자가 노인이 무엇인지 몰랐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어쨌든 신화는 싯다르타의 출가 동기를 더욱 극적으로 만들어주기 위해 계속된다.

“태자시여, 노인이란 이 세상에서 오래 살아서 기운이 쇠진한 나머지 앞으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입니다. 저렇게 노인이 되어가는 것을 ‘늙음’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찬나야, 왕자인 나도 저렇게 되느냐? 나도 늙어가게 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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