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뻑’ 흘러넘칠 때 시가 내게 말을 건다
상태바
‘자뻑’ 흘러넘칠 때 시가 내게 말을 건다
  • 허진
  • 승인 2020.03.31 1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람과 사람들

출판사 ‘창작과비평’ 사옥 내 위치한 카페 안. 점원이 테이크아웃 컵에 커피를 담아주자 박준 시인은 당황한 얼굴을 숨기지 못한다. 인터뷰가 끝날 때 즈음에야 그는 텀블러를 사무실에 두고 와 플라스틱을 사용하게 된 한 시간 전 일을 언급하며 “지금부터 세 시간 동안 후회할 것”이란다. 박준 시인에게 ‘큰일’이란 역설적으로 ‘너무 사소해서 기억도 나지 않는 아주 작은 일’들이다. “요즘 날씨가 참 따뜻하다”라는 사소한 인사말이 환경 문제로 크게 다가왔을 때 박준 시인은 플라스틱 적게 쓰기를 실천하기 시작했다. 작은 일로 늘 걱정하고 후회한다는 박준 시인에게 시란 무엇인지, 시를 쓰는 일이 불교 수행과 맞닿은 부분은 없는지 들어봤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겸허함과 조심스러움이 느껴지는 박준 시인은 ‘시인계의 아이돌’이라는 의외의 별명을 가지고 있다. 어울리지 않는 별명이 붙은 건 그의 인기 때문이다. 2008년 실천문학으로 등단한 후 2012년 출간한 첫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을 먹었다』가 시집으로선 드물게 11만 부 이상 판매되며 인기를 끌었고, 이어 출간한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2017년), 시집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2018년) 모두 대박을 터트리며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입지를 굳혔다.

Q ─ 시를 쓰게 된 이유와 시인이 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어려서부터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없을 거란 근본적인 회의감과 열패감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선호하는 유용한 학과, 현실적인 직업 등에 욕심도 없었고요. 여기에는 아버지의 영향도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제가 수능 보기 전날에도 시험 잘 보라는 응원 대신 ‘내일 시험을 보지 않으면 대학, 군대, 취업, 결혼으로 이어지는 일반적인 삶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며 출가를 권할 정도로 보통의 부모와 다른 분이셨거든요. 시를 쓰는 일은 부나 사회적 명예를 얻는 것과 거리가 멀지만, 오히려 그런 ‘쓸모없는 일’이란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고3 때 시인이 되기로 하고 스무 살 때부터 신춘문예와 문예지 신인상에 빼놓지 않고 응모했는데 계속 떨어졌어요. 처음 3~4년은 결과를 납득하지 못하고 시스템을 부정하며 보냈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자기 객관화를 하게 되는 순간이 오고 제 시의 단점이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창작자로서 자아존중감과 자기검열이 균형을 이룰 때 즈음 등단하게 됐습니다.”

Q ─ 시를 쓰는 것과 불교 수행이 닮은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