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코가 지치고 힘들 때, 코가 삐뚤어지도록 피톤치드를 마셔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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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코가 지치고 힘들 때, 코가 삐뚤어지도록 피톤치드를 마셔보자.
  • 남형권
  • 승인 2020.03.31 1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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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열려라, Six-Sense[六根] | 피톤치드의 향연

1    꿈결 같은 식물 세계로 초대하다

서울시 강서구 마곡동 ‘서울식물원’ 

어디선가 새들이 지저귄다. 새 떼의 재잘거림이 귓가에 가깝다. 물기를 머금은 잎들이 내뿜는 풀냄새가 코를 즉각 정화한다. 다채로운 식물이 뿜어내는 피톤치드는 저마다 다른 음계를 가지고 식물원을 유영한다. 가빴던 호흡이 자연스럽게 차분해진다. 이내 마음이 편안해지고 내가 코로 무엇을 들이쉬고 있는지 온전히 느낄 수 있게 된다. 멕시코에서 온 붉은 포인세티아 꽃과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라는 사이프러스가 빚어내는 청량함이 뭉근한 여운으로 코를 맴돈다. 고개를 들어 보니 마치 거대한 벌집처럼 보이는 천장으로 햇살이 쏟아진다. 부서지는 빛도 따뜻한 냄새가 있는듯하다. 마치 동화 속에 들어와 있는 건 아닌가 생각하다가 잠시 눈을 감았다 뜬다. 이곳은 사람들이 정성을 다해 만든 서울식물원이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새소리 역시 곳곳 스피커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도심 속에서 쉽게 식물들과 어울려 당신의 코를 해방하고 싶다면 이곳은 분명 최적의 장소다.

야외 주제정원도 있지만 아직은 쌀쌀하다. 열대 및 지중해 국가 12개 도시 식물을 전시한 온실을 중점적으로 돌았다. 온실 입구 오두막은 소년이 모험을 떠나기 전 작당 모의할 법한 설렘이 묻어있으면서도, 노인이 조용히 생애를 돌아볼 법한 은밀한 장소 같다. 생애 주기는 우리 숨의 주기 변화와도 맞닿아 있는지 모르겠다. 맘껏 숨을 들이쉬며 열심히 뛰어놀던 어린이가 세월이 흘러 가랑가랑 숨소리를 내는 할아버지가 되기까지. 이곳에 방문하면 코가 그 압축한 생애 여정을 걷는 느낌이다. ‘열대관’에서 ‘지중해관’, 식물원을 내려다볼 수 있는 위층 ‘스카이워크’까지 찬찬히 따라가다 보면 전 세계 식물들이 두루 펼쳐져 있는 만큼 코를 자극하는 방식이 다채롭고도 변화무쌍하다. 기승전결이 뚜렷한 여정이다. 로즈마리와 라벤더와 같은 허브부터 보리수, 바오밥나무, 코코넛 야자, 올리브나무 등 각양각색 나무까지. 은은한 향에, 때로는 상쾌한 알싸함에 코는 부지런히 반응한다. 직경 3m까지 자라는 빅토리아 수련을 중심으로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는 아마존 밀림도 압권이다. 폭포수가 떨어질 때 포말이 품은 습기는 피톤치드와 함께 자욱하게 코에 들어찬다. 이곳에서 몸과 마음에 일어나는 신선한 변화는 감각의 결과일까. 감동의 결과일까.

2.    서울 한복판 대자연이 거는 ‘피톤치드’ 최면술

서울시 동대문구 청량리동 홍릉수목원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은 날, 봄의 새싹이 태동하기 직전에 방문한 홍릉수목원은 폭풍전야처럼 고요했다. 이곳은 원래 ‘홍릉’, 즉 명성황후가 묻혔던 곳으로 우리나라 최초 수목원이며 국립산림과학원 부속 전문수목원이다. 시험림이기에 평일엔 숲 해설 프로그램을 통해서만 탐방할 수 있고 주말엔 자유롭게 개방한다. 문배나무길, 황후의 길, 천년의 숲길, 천장마루길, 숲속 여행길 등 홍릉숲을 주제별로 거닐 수 있으며, 침엽수원과 활엽수원, 초본식물원, 관목원 등 제8수목원까지 구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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