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방의 자전적 에세이] 50년의 연구 성과를 선보일 전시회를 열다
상태바
[강우방의 자전적 에세이] 50년의 연구 성과를 선보일 전시회를 열다
  • 강우방
  • 승인 2020.01.21 17: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1 공주 마곡사 괘불탱 | 1687년 작, 마본채색 | 10m 65cm x 7m 10cm | 보물 1260호
사진1 공주 마곡사 괘불탱 | 1687년 작, 마본채색 | 10m 65cm x 7m 10cm | 보물 1260호

가장 숨 가쁜 1990년대 후반기의 이야기는 다음호로 미루어야겠다. 1995년에서 2000년에 이르는 기간은 내 삶과 학문에 예상치 못한 격변기였으며, 나 개인에 끝나지 않고 한국을 넘어 동양으로, 동양을 넘어 서양으로 파문이 퍼져 간 이야기는 나의 자서전의 시작이나 다름이 없다. 그러나그 ‘위대한 시작’은 다음 기회로 미룰 수밖에 없다. 국립박물관 건물(중앙청 건물)을 허물어버리자는 김영삼 대통령의 무지한 용단은 문화에는 전혀 관심 밖이라 가능했다. 그 찬반 논쟁 과정에서국립박물관이 대혼란의 중심에 서 있었던 과정에서, 나는 2000년에 퇴임하고 이화여대 미술사학과 대학원의 초빙 교수로 자리를 옮겨 강단에 서게 되었다. 불상 조각을 중심으로 연구하여 온 그 이후의 학문적 변화는 매일매일 드라마와 같았다. 특히 2000년부터 2020년에 이르는 20년 간에 이룩한 연구 성과는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엄청난 것이었다.

지난 50년간의 모든 연구 성과를 전시를 통해 보여 줄 기회가 갑자기 찾아왔다. 지난 6월 국립문화재연구소 아카이브에 국립박물관 시절 30년 동안 찍은 슬라이드 70,000점을 기증하기로 서명했다. 그 계기로 대전에서 전시를 열기로 했었는데, 이를 거절하고 서울에서 열기를 요청해서 개인전 성격의 전시를 열게 되었다. 전시회가 안국동 인사아트센터 1층과 2층, 각각 100평씩 모두 200평을 쓰는 대규모 전시로 확정되자 모두가 놀랐다. 2020년 1월 9일 개막하고 20일에 끝나는 전시를 어떻게 기획하고 전시할 것인지, 아무도 짐작도 하지 못했다. 슬라이드 7만 장이란 것은 사진을 찍어보지 않은 사람은 얼마나 많은 수인지 알 수 없다. 국립박물관 생활 30년 동안 직접 찍은 이 사진 자료들은, 물론 고대 삼국시대 불상 조각을 중심으로 관련된 일본 불상과 중국 불상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나 당시 워낙 다방면에 관심이 넓었던 터라 건축이나 회화, 금속공예 등 광범위한 분야를 포함하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여러 장르를 촬영한 것이다. 당시 나는 서양의 근현대 미술에도 매우 심취되어 있었다. 2000년에 들어와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학문적 혁명이 일어나 오늘날에 이르렀는데, 그런 모든 과정을 전시하게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가슴 벅찬 일이지만 누가 나를 도와줄 것이며 막대한 경비는 어찌할 것인가. 수많은 전시를 기획하여 왔지만 나를 주제로 전시를 기획하려 하니 웬만큼 잘 준비하지 않으면 감동을 주지 못할 것이란 생각이었다. 불교 신자나 불교학자들도 불교 미술에 큰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내가 아는 스님들은 대부분 불교 미술에 등한하다. 불교 조각과 불교 회화들 각각 한 점은 한 권의 경전이라고 저서를 내고 강조하여도 무슨 말인지 모르는 듯하다. 불교경전에 미술에 대한 언급이 없어서일지도 모른다. 대개 사람은 문자 언어로 된 문헌이나 논문들을 무조건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예술 작품 자체를 중히 여기는 나의 연구 태도는 마침내 조형 언어를 세계 최초로 발견해 나가고 있다. 이 자서전은 어쩌면 불상 조각이나 불상 회화에서 어떻게 조형 언어를 찾아냈는지 그 극적인 과정을 쓰는 것일지도 모른다. 일반적으로 조형 언어라고 하면, 점-선-면-입체 등을 말하지만, 내가 찾은 조형 언어는 문자 언어와 맞먹는 아니 문자 언어보다 훨씬 역사가 오래된 것이다. 문자 언어가 밝히는 진리와 내용이 다르다는 것이므로 널리 검증되면 세기적 발견이 되고 무의식의 무한한 확장이 되리라 감히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갑자기 이루어진 사진전은 평생의 연구 성과를 시각적으로 한 번에 보여주는 회고전의 성격을 띠고 있으나, 연구는 현재진행형이다. 슬라이드 70,000장에서 우선 500장을 엄선하고 다시 그중에서 300점을 선정하였다. 사진을 분류하고 프린트하여 거는 것이 아니라 빔으로 쏘아 사진들을 천천히 감상하도록 하는 새로운 전시 방법을 택했다. 사진으로 프린트하여 거는 것은 몇 점되지 않는다. 아마도 1층의 가장 중요한 사진들은 석굴암 불상 조각일 것이다. 그 사진들은 내가 직접 조명하여 찍은 사진들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경주 생활에서 가장 기뻤던 작업이었을 것이다. 주지스님의 특별한 배려로 3일 동안 밤샘하며 찍은 것으로, 내가 찍은 다른 사진들보다도 특별히 가치가 있을 것이다. 그 모든 작품들은 화강암을 조각한 것이므로 색이 한 가지여서 파악이 그리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중국은 불상을 점토로 만들든 사암이나 석회암으로 조각하든 항상 채색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조각들을 입자가 큰 화강암으로 조각했으므로 정교하게 조각하지도 못하고 채색도 할 수 없어서 하얀색 조각에 순전히 양감(量感)으로만 승부를 하게 된 것이 오히려 한국의 석 조각이 세계에서 가장 큰 감동을 받아온 까닭일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1층 전시장의 작품들은 2000년까지 본질적으로 안 것이 거의 없었다.

2층 전시장은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조형들, 이른바 ‘문양(文樣)’들인데 그 모든 문양들은 각각 이름이 없는지라 필자가 직접 ‘영기문(靈氣文)’이란 이름을 붙였다. 연구해보니 뜻밖에도 생명생성이 끊임없이 전개하는 만물생성의 근원이 되는 조형이었다. 영기문을 알게 되면서 불상 조각이나 불상 회화의 모든 것이 풀렸다. 보주에서 온갖 영기문이 생겨나 만물생성의 근원이 되듯, 용의 입에서 온갖 영기문이 생겨 나와 만물생성 의 근원이 되듯, 여래의 정수리에서 보주가 무량하게 나오고 그 보주에서 온갖 영기문이 생겨 나와 만물생성의 근원이 됨을 깨달았다. 그리하여 전시장 2층에서는 눈부신 여래의 세계가 펼쳐지는 셈이다. 이런 전시를 통하여 앞으로 전개시킬 조형 예술의 혁명적 사건을 미리 조금이나마 체험해두는 것도 좋으리라. 사람들은 문자 언어로 된 문헌이나 논문을 먼저 읽고 신뢰한다. 그러나 내가 조형 언어가 존재하여 있음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알아내고, 그 조형 언어는 문자 언어와 마찬가지로 정확한 문법 체계를 지니고 있음을 찾아냈을 때, 우리가 체험하여 온 세계가 전혀 다르게 보이고 있음을 깨달았을 때, 그로부터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우리가 신뢰하여 온 문자 언어로 된 문헌, 심지어 불교 경전도 석가여래가 직접 설한 것이 아니요, 뛰어난 인간 보살이 기록한 인류 지혜의 축적임을 알았다. 더 나아가 그 기록에는 옳은 것이 있고 그릇된 것도 있음을 알았다. 조형 언어로 된 조형 예술품은 5,000년 역사의 문자 언어보다 훨씬 더 오래전인 300만 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을뿐더러, 문자 언어가 표현하는 진리와 조형 언어가 전하는 진리가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예를 들어 문자가 없던 문명의 발생 시기에 이루어진 조형 언어에 이미 절대적 진리가 표현되어 있었고, 인도의 산치대 탑에 이미 불교를 넘어서는 보편적인 풍부한 진리의 표현들이 가득 차 있음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문자 언어를 동서 세계에서 배워서 문헌들을 읽어내고 있지만, 조형 언어를 배운 적은 전혀 없었다. ‘조형 언어로 된 조형 예술품의 본질’이 문양에 고스란히 살아 있으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문양이 무엇인지 모르니 사람들이 읽지도 못하고 잘못된 설명도 하지 않아 원형 그대로 살아 있는 기적이 일어나고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