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방의 자전적 에세이] 불교 미술을 알려면 불교를 체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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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방의 자전적 에세이] 불교 미술을 알려면 불교를 체험해야 한다
  • 강우방
  • 승인 2019.12.04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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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금은판경(金銀板經) 『금강반야반야심경』

첫 논문집을 낸 후 4월, 평생 처음으로 위장이 아파서 잠을 자지 못했다. 5층 아파트에서 누워있는데 창밖에 탐스러운 흰 목련이 피어 있었다. 그래서 매년 4월 목련이 필 무렵이면 첫 위통이 연상된다. 목련 봉오리, 조금 핀 봉오리 그리고 활짝 핀 봉오리 등, 그 목련들을 스케치했다. 그려보니 연꽃과 비슷한 아름다운 곡선의 꽃잎이어서 목련이란 이름이 생긴 것임을 알았다. 만성위염으로 정착된 위장병은 그 이후 조금도 낫지 않고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뇌와 위는 직결되어 있다고한다. 위가 매우 예민한 것은 어렸을 때부터 알았으나 병으로 되지는 않았으나 첫 논문집을 내고부터 그랬으니 무슨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다.

<불사리장엄전(佛舍利莊嚴展)>이란 야심찬 전시를 1991년에 기획했다. 전국의 탑에서 발견된 일체의 사리 관련 작품들을 수집했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작품들을 광범위하게 조사하여 박물관 수장고에 모두 모아 두고 전시 준비에 들어갔다. 사리의 중요성을 깨달으며 기획하게 되었으나 그 당시 특별한 병이 생긴 것도 아닌데 식사도 못 할 만큼 몸이 매우 좋지 않았다. 실은 사리기를 본격적으로 연구한 적이 없어서 다른 학자가 쓴 논문 가운데 훌륭한 것이 있으면 실을 생각이었다. 몇몇 논문을 읽어보니 자료 수집에 그친

것이라 내가 직접 쓰기로 했다. 몸이 좋지 않은 상태라 100매 정도 써서 싣기로 하고 논문을 써나가기로 했다. 불상, 불화, 중요한 사리기들, 석탑 등은 이미 오래전부터 공부해온 터라 감히 펜을 들었던 것이다. 사리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다양한 사리기와 관련 문제들을 다루다 보니 무려 700매를 쓰게 되었다. 사리장엄의 본격적 연구의 신호탄을 올린 것이지만, 그 후에 이루어진 연구는 세분화되어 오직 사리기만을 다루어 오히려 퇴보된 듯하다.

논문을 쓰면서 나의 마음은 매우 고양되어 있었다. 사리 연구는 사리기라는 건축적 요소, 사리병의 다양한 형태, 그리고 무엇보다도 불탑의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지 않고 사리기의 형식만을 다루는 연구는 생명이 길 수 없다. 그때만 해도 왕궁리 석탑과 발견 사리기 일괄을 고려 것으로 다루고 있었다. 나는 탑 비례의 미감이 백제의 정림사 석탑이나 익산 미륵사 석탑과 같아서 백제 탑으로 홀로 주장해 왔었다. 붓글씨를 써 본 나는 그 탑에서 발견한 금은판경(金銀板經) 『금강반야반야심경』이 뛰어난 백제의 글씨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 당시 모든 학자들은 반응이 없었지만 따르는 학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그 후 30년 만에 익산 미륵사 탑에서 사리기가 발견되었을 때 나의 주장을 입증하게 되어 매우 기뻤다.

그런데 그 경전을 만난 것은 이후 나의 삶을 지배했다. 『금강경』 전문을 새긴 기법도 뛰어났고 글씨도 삼국시대 글씨 가운데 단연 백미였다(사진1). 그런데 동양 어느 나라도 탑에 법신사리인 불경을 봉안했을 때 난해한 『금강경』 같은 최승의 경전을 봉안하지 않고 일반적으로 다라니같은 경전을 납입한다. 그러니 백제는 얼마나 고고한 나라인가. 마음속으로 감탄하며 백제인들은 『금강경』을 이해했는데 나라고 읽기 어려운 경전일까, 생각하며 『금강경』을 사서 읽기 시작했다. 매우 어려워 신소천이 주석한 금강경을 읽

다 보니 주석이 번거로워 경전만 있는 얇은 책을 사서 항상 몸에 지니고 어디서든 읽었다. 여러 번 반복하면서, 깊은 이해는 가지 않았지만 매우 감동적이었다. 특히 누구나 다 아는 사구게는 삶뿐만 아니라 불상 연구에 큰 도움이 되었다.

제1구게: 무릇 형상이 있는 것은 모두가 다 허망하다. 만약 모든 형상을 형상 아닌 것으로 보면, 곧 여래를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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