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사무실에서 격심한 살기를 느낀다. 모기다. 이제는 여름만 아니라 사계절 출몰하는 그 작은 생명체로 인해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살기로 충만해 글이고 뭐고 집어던지고 손바닥을 피로 물들일 준비를 한다. 내 정신을 혼란시키는 내 마음으로 인해 몇 찰나의 내 인생 방향이 바뀌는 것이다.
기억해보면, 변심(變心)으로 인해 인생이 극적으로 바뀐 적이 몇 차례 있었다. 1984년 6월 6일이었다. 재수 시절 소나기 내리는 수요일이었다. 대학 시험에 떨어진 고등학교 동창 악동들과함께 강원도로 갔다. 서울 종로와 노량진 통에서 술에 찌든 재수생들이 비둘기호를 타고 대학생들 엠티 떠나는 대성리로 간 것이다.
남들 다 가는 대학에 못 갔다는 자기 연민에 사로잡힌 때이기도 했다. 나는 그 연민이 굉장히 심했다. 그래서 이제 며칠 뒤 나는 온 방에 백합꽃을 가득 흩뿌려놓고 선풍기를 밤새 틀어서 죽겠다고 결심해놓은 터였다. 아주 심각했다. 이까짓 인생 덧없다, 대충 그런 뒤죽박죽된 생각으로 인생을 정리해놓고 나는 아이들과 함께 기차를 탔다.
월간불광 과월호는 로그인 후 전체(2021년 이후 특집기사 제외)열람 하실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불광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