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象象붓다] 현대, 불교, 그리고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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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象象붓다] 현대, 불교, 그리고 미술
  • 남형권
  • 승인 2019.12.03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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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BAF청년작가공모전 수상작을 살펴보며
이진솔 <감정을 견제하는 방법_분노> | 밧줄, 실 | 가변설치 | 2018

붓다아트페스티벌이 불교 미술 장르 확대와 신규 작가층 형성을 위한 행보로서 마련한 BAF청년작가공모전이 어느새 2회를 맞이하였다. 올해의 공모 주제는 ‘명상’. 현대 미술부터 전통 미술까지 장르를 불문하고 ‘명상’에 담긴 철학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구현해내고 있는 청년 작가들의 열띤 지원의 결과로 선정된 수상작들을 만나보았다.

내면을 바라보는 진지한 눈빛 : 이진솔 작가

대상을 수상한 이진솔 작가는 변화무쌍한 파도와 같은 감정을 관찰하여 내면의 풍경을 그려내는 데에 관심이 있다. 거세게 밀려오는 감정의 파도에 휩쓸리기보다는 가만히 알아차리고 시각화시키는 일련의 과정은 작가에게 일상을 보살피는 방식이기도 하다. 분노 덩어리를 형상화한 것으로 보이는 붉은 덩어리를 부드러운 재질의 밧줄로 이루어진 상자 안에 넣어 완성한 수상작 <감정을 견제하는 방법_분노>에서 작가는 홀로 곧게 서 있기 어려운 부드러운 밧줄들이 마치 중력에 저항하듯 곧게 서 감정을 가두는 상자 모

양을 하고 있는 것 같이 연출한다. 분노의 감정을 절제하는 노력과 아무리 노력해도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을 표현하는 듯한 해친 밧줄 상자, 그리고 주변으로 힘없이 늘어져 있는 밧줄의 물결들로 작가는 분노가 일어나는 순간 자신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역동적인 힘의 변화를 포착해낸다.

놀이하듯 수행하기 : 황두현 작가

일상에서 만나는 작은 사물들을 불화 기법으로 표현하며 당신의 붓다는 어떤 모습인지 질문하는 작업을 해온 황두현 작가가 우수상을 수상했다. 화려한 단청 옷을 입은 레고 장난감을 그린 수상작 <법의 장난감 Dharma Figure>로 작가는 신나게 놀 듯 가벼운 마음으로 하는 수행에 대한 바람을 표현한다. 블록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아이처럼, 무거운 관념은 내려놓고 완전히 몰입하는 순간의 즐거움이 그대로 묻어난 듯하다.

깨달음으로 향하는 신성한 길 : 김지선 작가

험준한 산세, 그 사이 작은 암자로 향하는 길이 아득하게 보이는 풍경. 깨달음을 향한 수행자의 여정을 먹과 금니로 표현한 김지선 작가의 <부처님오신날#1>이 우수상을 수상했다. 금니로 산세를 하나하나 수놓는 과정은 작가에게 수행의 과정과 같았을 것이라 짐작한다. 그림에 몰두하며 보낸 하루하루의 단편적 시간들이 어느새 커다란 풍경이 되어 눈앞에 나타나는 순간의 희열이야말로 작가로 하여금 계속 그림을 그려나가게 만드는 힘일 것이다. 작가가 그려내는 담담하지만 화려한 수행 길이 심금을 울린다.

 

감각과 지각의 틈을 응시하다 : 신이나 작가

또 다른 우수상 수상자 신이나 작가는 재귀반사 소재(빛을 받으면 밝게 빛나는 도로표지판 등에 쓰이는 소재)에 반복적인 바느질을 입혀 오묘한 느낌을 표현해내며 감각하는 세계와 지각하는 세계 사이의 틈에 대해 질문한다. 빛과 반사, 두께와 그림자에서 오는 강렬한 시각적 자극을 통해 관람자가 감각의 모호함을 발견하고 경험하도록 유도하는 그의 작품은 보는 것과 아는 것의 일치, 즉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야말로 깨달음이라는 성찰을 제공한다.

BAF청년작가공모전에 선정된 작품들은 기존에 ‘불교 미술’하면 바로 뇌리를 스치는 이미지들과는 분명 다르다. 사찰에 장엄되어 있는 불화보다는 도심 갤러리에 전시된 미술 작품이 떠오르고, 박물관 유리 속에 고이 모셔진 불상의 느낌보다는 아트 상품샵에 진열되어 있는 간편하고 예쁜엽서와 닮았다. 불교 미술의 문턱을 낮추고, 불자들이 일상 속에서 더욱 더 자주 우리 안에 내재된 불성을 상기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BAF청년작가공모전을 만들어나가는 동력이기 때문일까. 어쩌면 바로 이 바람이 붓다아트페스티벌이 7년째 주창해온 ‘현대 불교 미술’을 유일하게 설명할 수 있는 말인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 불교 미술’이라는 애매모호한 단어를 조금 더 개념적이고 철학적인 깊이를 가지고 뒷받침하려는 노력은 필요하다. 전통의 향취를 풍기는 ‘불교 미술’이라는 단어에 ‘현대’라는 단어를 덧붙이고 만 허울뿐인 단어가 되지 않으려면 더욱 그러하다. 무엇이 ‘현대’이고 무엇이 ‘불교’이며 무엇이 ‘미술’인지. 다른 누구도 아닌 지금을 살아가는 불자의 입장에서 재정립하는 노력에서부터 우리 불교 미술이더욱 더 아름다운 꽃을 피우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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