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 등학교 다닐 때 였다. 우리 이웃에 울산댁이라고 부르는 할머니가 계셨는데 옛날 이야기를 재미있게 잘해 주셨기 때문에 모두 그 할머니를 좋아했다. 그런데 할머니는 이야기 도중에 종종 가슴이 아프다면서 한참씩 이야기를 잇지 못할 때가 있었다. '속이 틀어 올라와 가슴이 아프다'고 하시면서 얼굴을 찡그리고 주먹으로 가슴을 쿵쿵치면서 괴로워 하시는 모습을 보았다.
울산댁 할머니가 속앓이를 하는 것은 젊어서부터 울산댁 영감님이 작은 댁을 들여 놓았기 때문이었다. 어머니는 여자들이 화가 가슴에 차면 저렇게 속앓이를 하는 것이라고 하시면서 할머니의 등을 쓰다듬어 주시면서 안쓰러워 하셨다. 한국여성들은 이같은 속앓이 병을 할머니에서 어머니로, 그리고 딸로 대물림을 해가면서 마치 돌림병 앓듯 앓아 가면서 살아 왔다.
미국에 이민간 한인교포 여성들도 화병을 앟??있다는데, 도대체 화병이 뭐길래 비행기 타고 미국으로 남미로 아프리카로 간 여성들까지 이 병에서 시달리며 산다는 말인가!
우리나라 여성들이 수시로 수없이 앓고 있으면서도 병으로 여기지도 못하던 속앓이가 화병이란 이름으로 미국 정신의학회에서 정신질환의 하나로 버젓이 공인을 받고 만천하에 알려졌다니 한편으로 다행스럽다고 생각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입맛이 씁쓸해 짐을 느꼈다. 미 정신과 협회 진단 기준에 화병은 '문화결합 증후군'의 하나이며 '한국인에게만 나타나는 특이한 현상으로 불안증,우울증,신체화증상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질환으로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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