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모든 걸 내려놓을 수 있는 곳, 그곳이 명당이자 영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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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모든 걸 내려놓을 수 있는 곳, 그곳이 명당이자 영지이다.
  • 김선경
  • 승인 2019.10.23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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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배터리가 방전될 때, 영지로 떠나라! 

 

영지靈地란 신령스러운 기운이 뭉쳐 있는 장소를 말합니다. 신령함은 바위, 물, 바람, 빛의 조화가 이뤄진 곳에서 최적의 기운을 내뿜지요. 약 1만 년 전부터 인간은 영지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고 이곳에서 기도와 제사를 지냈습니다. 이 정보는 대대로 후손에게 전달되어 오늘에 이릅니다. 특히 토착신앙으로 다져져온 영지는 불교가 들어오면서 대부분 흡수되었습니다. 수많은 고승들이 깨달음을 얻은 데에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 영지의 역할도 결정적이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사찰을 중심으로 영지가 형성된 배경이 이렇습니다.
그렇다면 영지는 현대인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도시인, 현대인들은 마음의 에너지가 고갈되기 쉽습니다. 문득 삶이 허무하고 외롭게 느껴지고 때때로 열심히 뛰어왔지만 아직 제자리인 것만 같은 막막함에 사로잡힙니다. 최선을 다해 살았건만, 더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한 순간, 강호동양학자 조용헌 선생은 영지로 떠나볼 것을 권합니다. 땅의 기운, 물의 기운, 하늘의 기운이 그득한 그곳에서 온몸을 누이는 한편, 수천 수백 년 전 같은 자리에서 휴식과 깨달음, 지혜를 구한 선인들과 대화를 나눠보라는 것이지요. 어머니의 품과 같은 대자연은 당신이 누구건, 어떤 사연을 가졌건 부드럽게 안아주며 토닥여줄 것입니다.

‘괜찮아, 조금 쉬었다 가면 어때.’

 

① 설악산 봉정암

봉정암은 그 터도 대단한 자기장磁氣場이 형성된 ‘볼텍스vortex’이지만, 봉정암까지 올라오는 길도 굉장히 파워풀하다. 백담사에서 출발해 봉정암까지 오는 등산로는 보통 6시간 정도 걸린다. 이 6시간의 산길이 참 묘하다. 거의 계곡을 끼고 올라오는 길이기 때문이다. 계곡을 끼고 올라오다 보면 계곡에서 흐르는 물의 수기를 받을 수 있다. 바위의 화기와 계곡물의 수기가 합쳐지면서 그동안 쌓여 있었던 탁한 기운을 배출시키는 작용을 한다. 물로 씻어내고, 불로 충전시킨다. 

 

② 구례 사성암

4명의 성인이 공부했다고 해서 사성암인데, 바로 원효元曉, 의상義湘, 도선道詵, 진각眞覺이다. 이 4명도 이곳에 와서 바위들의 정기를 듬뿍 받았을 것이다. 사성암에는 산신각山神閣 자리가 기운이 많이 뭉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성암의 ‘산왕전’이 자리 잡은 터는 아주 기막힌 지점이다. 좌우에 바위 암벽이 꽉 끼는 여인들의 치마처럼 바짝 붙어 있다. 뒤쪽에도 또한 바위 맥이 내려오고 있다. 그야말로 기운이 빠질 수 없는 꽉 조이는 지점에 산왕전이 자리 잡고 있다. 여기에서 기도를 열심히 하면 7일 만에도 소원 하나는 이루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압력밥솥에 넣고 푹푹 찌는데, 어찌 밥이 익지 않겠는가! 절절 끓는 찜질방에서 일주일만 제대로 지지면 어지간한 병은 나을 것이다.

 

③ 남해 보리암 


여수 향일암向日庵은 남해를 보고 있다. 남해는 파도치는 동해와는 느낌이 다르다. 잔잔하다. 마치 푸른 비단을 펼쳐놓은 것 같은 고운 바다이다. 향일암 앞에 펼쳐진 바다는 푸르고 잔잔하다. 푸르고 잔잔한 바다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어떤 생각이 들게 할까. 무심無心이 아닐까 싶다. 무심이란 근심, 걱정이 없는 마음을 가리킨다. 우리들 근심 걱정은 머릿속에 너무 많은 분별分別이 탱자나무 울타리처럼 가지를 뻗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가 생각한 목표, 자기가 생각해놓은 어떤 기준, 자기가 생각하는 성공과 실패, 자기가 생각하고 있는 인간관계 등의 기준이 있다. 사실은 이 기준이라는 것이 알고 보면 망상이요, 분별이라고 선사禪師들은 말한다. 
그런데 이 마음속에 얼기설기 쳐놓은 탱자나무 울타리를 쉽게 걷어낼 수 없다. 이 울타리만 걷어 내면 근심, 걱정이 없어질 것 같은데 말이다. 걷어내고 싶어도 걷어지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이게 어려움이다. 이때 향일암에 올라가 그 앞에 푸르게 펼쳐진 남해를 보면 울타리를 치기 이전의 평온한 상태가 연상된다. 그게 무심이다. ‘아, 내가 원래 저런 마음이었지 않은가. 살면서 이것저것 온갖 가시나무 줄기를 스스로 마음속에 쳐놓은 것이로구나’는 이치를 바다는 보여 준다. 향일암은 본래 무심한 마음을 회복시켜 주는 환경을 지니고 있다. 


④ 대구 대견사

대견사는 고소高所에 자리한다. 사상은 높은 곳에서 잉태된다. 고소도 여러 가지이다. 신분의 고소도 있고, 재물의 고소도 있고, 높이의 고소도 있다. 높은 곳에 올라가야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을 획득한다. 부분을 보면 통찰이 안 나온다. 전체를 한눈에 내려다볼 때 통찰이 나온다. 통찰이라는 것은 전체의 유기적 관계망을 알아차린다는 의미도 있고, 복잡한 것을 단순화시켜 본다는 의미도 내포되어 있다. 이것저것이 따로 노는 것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스리쿠션’으로 전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 통찰이다. 복잡하면 이것저것 널려 있어서 핵심 간추리기가 어렵다. 그런데 단순화시켜서 보니까 뼈대만 간추려진다. 뼈대만 파악하는 것, 이것이 통찰이다. 통찰에서 사상思想이 태어난다. 


⑤ 양양 낙산사 홍련암

바닷가에 우리나라의 유명한 관음사찰이 자리 잡고 있는 이유는 해조음을 듣기 위해서이다. 동해의 낙산사 홍련암紅蓮庵, 서해의 강화도 보문사普門寺, 남해에는 금산의 보리암菩提庵과 여수 돌산의 향일암이 4대 관음도량이다. 모두 바닷가에 위치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실제로 바닷가 관음도량에서 참선을 해본 경험자들에 의하면 바닷가에서는 파도소리 말고 ‘우~웅’하는 독특한 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이 소리는 의식이 어느 정도 정화되었을 때 들린다. 보통 사람은 들을 수 없고, 내면세계에 집중이 이루어진 수행자들이 들을 수 있는 소리이다. 과학자들은 바닷가에서 알파파가 나와서 사람들 마음을 편안하게 진정시켜 주는 작용이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심한 정신적 고통이나 압박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바닷가를 걸어다니면 어느 정도 진정되는 효과를 느낀다. 


나도 모르게 모든 걸 내려놓을 수 있는 곳, 그곳이 명당이자 영지이다.

‘휴거헐거休去歇去 철목개화鐵木開花.’ 쉬고 또 쉬면 쇠나무에도 꽃이 핀다. 선어록의 한 구절입니다. ‘휴휴명당休休明堂’, 진정한 쉼을 얻을 수 있는 곳이야말로 명당입니다. 누구도 주인일 수 없는 자연의 에너지를 지혜롭게 이용한다면, 우리는 늘 새로운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도시인이 꼭 가봐야 할 기운 솟는 명당 22곳

조용헌의 휴휴명당 | 조용헌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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