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서 내려 제가 사는 집까지는 불과 5분 거리지만, 집에만 들어가면 매번 힘이 듭니다. 평지를 걷는 데 2분, 기울기가 50도 정도 되는 오르막길을 오르는 데 2분, 이어서 엘리베이터 없는 건물 4층에 있는 집까지 계단으로 올라가는 데 1분이 걸리거든요. 그러다보니 현관을 열고 들어가면 숨을 헉헉대기 일쑤입니다. 처음엔 그저 내 체력이 바닥이라 그렇겠거니, 익숙해지면 괜찮아지겠지 했습니다. 하지만 규칙적으로 운동도 하면서 이런 생활을 한 지 8개월이 지난 지금도 정도만 좀 달라졌지 그대로입니다. 그러다보니 내 몸에, 혹은 폐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이런 현상의 원인은 ‘과호흡’이라고 말합니다. 인스턴트 음식을 과거보다 더 흔하게 접하는 식습관의 변화나 움직이는 대신 가만히 앉아서 일하는 시간이 더 길어진 생활 패턴, 그리고 ‘산소는 많을수록 좋다’는 잘못된 상식 같은 것이 우리가 더 많은 양의 공기를 더 자주 호흡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다는 것이죠.
하지만 우리 몸에 많아도 괜찮은 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어떤 좋은 음식이나 영양소라도 많이 먹으면 부작용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물을 많이 마셔야 건강에 좋다’는 말 속 ‘많이’도 사람마다, 그리고 체질마다 그 양이 다릅니다. 그 양을 넘어서면 몸속 나트륨 밸런스가 깨져서 심각하면 사망에 이르기까지 합니다. 산소도 마찬가지입니다. 몸속 산소 수치가 적정량보다 많으면 노화를 촉진하는 활성산소가 더 쉽게 생기고, 산소가 많은 환경에 몸이 적응해서 조금만 산소가 부족해도 얼른 호흡하라고 호흡기를 닦달합니다. 헉헉거리며 숨을 쉬게 만드는 것입니다.
『숨만 잘 쉬어도 병원에 안 간다』에서는 먼저 스스로의 몸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체내 산소 수치 테스트(Body Oxygen Level Test, 볼트BOLT)’라는 방법입니다. 흔히 알고 있는 숨 참기와 비슷하지만 한계까지 숨을 참는 게 아니라 공기가 부족한 상황에 몸이 반응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측정한다는 점이 다릅니다. 볼트 점수를 측정하는 법은 이렇습니다. 숨을 참고 있는 시간(초)가 곧 점수입니다.
- 편안한 상태에서 코로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쉰다.
- 폐로 공기가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손가락으로 코를 잡는다.
- 처음으로 확실하게 호흡하고 싶은 욕구가 느껴질 때까지, 혹은 몸이 숨을 쉬라는 독촉하는 느낌을 처음 받을 때까지의 시간을 잰다.(침을 삼켜야 하거나 기도나 배, 목의 호흡근육이 수축하는 현상도 ‘몸이 독촉하는 느낌’에 포함된다)
- 코를 잡았던 손을 놓고 다시 코로 호흡한다. 다시 호흡을 시작했을 때 심호흡을 해야 하거나 2~3번 호흡하는 동안 평소 호흡으로 돌아오지 못하면 너무 오래 숨을 참은 것이다.
제 볼트 점수는 20초에서 좀 모자랐습니다. 호흡 능력이 심각하게 떨어져 있진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건강한 상태인 것도 아닙니다. 정상을 넘어 적은 양의 산소를 정말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상태가 되려면 40초는 되어야 하거든요. 갈 길이 멀어 보이지만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닙니다. 책에는 시간을 점차 늘려갈 수 있는 방법, ‘산소 활용 프로그램’이 함께 수록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언제든 코를 통해서만 호흡하는 가벼운 것부터 달리기나 사이클링 같은 활동을 하는 동안 숨을 멈추는 강한 것까지 볼트 점수가 10초 미만인 사람도, 그보다 훨씬 더 높은 사람도 적은 양의 산소를 활용하여 더 많이 움직일 수 있게 훈련하는 방법을 단계별로 나눠서 자세히 소개합니다.
이 훈련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효과는 물론 숨 가쁨을 줄임으로써 더 많이, 더 편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체력을 향상시킨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호흡을 제대로 하게 함으로써 수면의 질을 높여 다음날 활력과 집중력을 더 높여주기도 하고, ‘거짓 배고픔(에너지가 부족하지 않은데 뇌가 배고품 신호를 보내는 것)’을 느끼지 않도록 하여 다이어트가 되기도 합니다. 천식 증상을 완화, 제거하거나 심장 질환 예방 같은 의학적 효과도 있습니다. 책 속에 소개된 훈련법과 함께 호흡 능력을 바로잡으면 산소를 적게 섭취해도 이 모든 것을 누릴 수 있게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