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에 이상한 것들이 산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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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에 이상한 것들이 산다(2)
  • 이상근
  • 승인 2019.10.08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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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에서 보는 '낯선' 그림

지난번에 종교(불교)미술에도 예외가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하지만 결론은 예외처럼 보이지만 ‘어느 것도 그냥 있는 것은 없다’였습니다.
이번에는 ‘유행’입니다. 일정한 지역에 일정한 시기에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려 시대 명주(현 강릉) 지역의 사찰에서는 앞 다투어 탑 앞에 일체중생희견보살(약왕보살)을 세웠습니다.

신복사지 3층석탑과 공양보살상

우리는 흔히 공양보살상이라고 부릅니다. 왼쪽 무릎을 세우고 오른쪽 무릎을 구부려 꿇어앉아 있는데 손에는 향을 꽂았던 자리도 있습니다. 오대산 월정사 팔각구층석탑 앞에도 보이고, 신복사 옛 절터의 삼층석탑 앞에서도 보입니다.
이렇게 특정한 시기에 특정한 불상이 집중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거나 특정한 그림들이 집중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진 예들은 많습니다.
그리고 이런 유행의 부침에 가장 민감했던 건 바로 벽화입니다. 옛 건물은 특성상 몇십 년 만에 한 번씩 중수를 해야 하는데, 이때 원래 있던 그림에 다시 채색을 하거나 덧칠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거개는 아예 다른 그림을 그려놓습니다.
그래도 17세기나 18세기까지 사찰의 벽화는 ‘형식’에서 큰 틀은 유지했던 것 같습니다.
양산 신흥사 대광전은 효종 8년(1657)에 중수한 건물입니다. 이후 1801년 중수한 기록이 있지만 옛 벽화를 그대로 복원만 했을 뿐 바꾸지는 않았다고 판단되어 벽화만 따로 보물로 지정되었습니다. 이곳에는 총 70여 점의 벽화가 있는데 여하튼 불교와 관련이 없는 것은 없습니다.
그런데 결정적인 변화가 19세기에 찾아옵니다. 민간의 살림살이가 어려워지자 사찰 경제도 더불어 피폐해졌고, 불사를 전담하던 스님들도 하나둘씩 자취를 감추기 시작합니다. 급기야 민간의 장인들이 벽화를 그리는 일이 잦았습니다.
어려워진 사찰 경제와 민간의 장인들의 결합은 당시 유행하던 민화가 절집으로 찾아든 결정적 계기가 됩니다. 그리고 ‘불교’만을 소재로 하기보다는 대중의 눈높이에 맞는 그림들도 심심찮게 사찰 벽화로 그리기 시작합니다.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에 이런 그림들이 대거 사찰에 들어왔는데, 지금 남아 있는 ‘옛그림’들도 대부분 그때 그려진 것들입니다.

아래 그림은 운문사 오백전에 있는 벽화입니다. 게도 보이고 수박 같은 과일도 보입니다. 저번 글에서 말씀드렸듯이, 게는 사찰이 반야용선이라는 개념을 도입하며 수중생물이 출현한 것과 궤를 같이합니다. 하지만 이 그림은 조금 다릅니다. 게가 갈대를 꼭 붙들고 있습니다. 흔히 ‘이갑전려도(二甲傳臚圖)’라고 합니다. 과거 급제를 염원하는 그림입니다.

운문사 오백전 내부
운문사 오백전 내부 부분

아래 그림은 서울 창신동에 있는 안양암의 벽화입니다. 까마귀가 연꽃을 쪼고 있습니다. 좀 어리둥절합니다. 연꽃은 알겠는데 까마귀는…. 그 까닭은 불교에서 찾기보다는 당시 민간에서 유행하던 민화에서 찾아야 합니다. 이런 그림은 다산을 상징합니다. 이갑전려도와 함께 민화에 아주 자주 등장하는 소재입니다.

서울 창신동 안양암 벽화

이밖에도 다산을 기원하는 그림이나 조각은 꽤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포도 그림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이 역시 다산을 상징합니다. 또 다람쥐 조각은 순조로운 자녀 양육을 의미해서 역시 자주 새겨졌습니다. 이밖에 모란이나 수달을 그리거나 조각하기도 했고, 민간의 설화나 이야기를 그린 곳도 있습니다.

아래 그림은 무얼 그렸는지 짐작하실 수 있겠습니까? 저 역시 설명을 보고 알았습니다. <삼국지>의 주인공 중 하나인 조조를 그림 그림입니다. 제천 신륵사 외벽에 그려진 건데 옆에는 ‘사명대사 일본 행차도’도 있습니다. 사찰의 벽화로 ‘맞춤’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지만 사람들은 이 그림을 무척 좋아했을 수도 있습니다.

제천 신륵사 벽화

하지만 유행은 유행일 뿐입니다.
최근 사찰은 건물을 중건할 일이 있어도 이런 그림을 그리는 곳은 거의 없습니다. 심우도나 팔상도를 주로 그리고, 가끔 <부모은중경>의 내용을 그려 넣는 곳도 있습니다.

이제 벽채를 수리하고 그림을 새로 그려야 한다면 어떤 그림들이 그려질까요?
당연히 불교를 소재로 한 그림들이겠지만 또 시절에 따라 인연이 따라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는 일입니다.

좀 더 다양한 이야기들은 최신간 <사찰에는 도깨비도 살고 삼신할미도 산다>에 자세히 소개되어 있습니다.

다음에는 절집에 더불어 사는 다른 종교의 신이나 인물들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사찰에는 도깨비도 살고 삼신할미도 산다 | 노승대 지음 | 512쪽(올컬러) | 28,000원

이상근 bulkwang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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