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에 사는 동물 이야기] 바닷바람이 이어준 사찰과의 인연(因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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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에 사는 동물 이야기] 바닷바람이 이어준 사찰과의 인연(因緣)
  • 조혜영
  • 승인 2019.09.26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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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도 쌍계사 항명 스님과 반려견 보리, 반야

가을태풍이온다고하더니하늘이흐리다. 회색빛하늘과서해의수평선이경계없이맞닿은풍경이다. 흐린바다지만늘그렇듯이바다를보는일은어떤설렘을준다. 시화방조제를지나대부도로향한다. 대부도의유일한전통사찰쌍계사로가는중이다.

 

벌 써 20년,절과동물과동고동락한세월

쌍계사입구로들어서니커다란개두마리가객을보며컹컹짖는다. “큰 개가 반야, 작은 개가 보리예요. 일곱 살인 반야는 수컷, 두살인보리 는암컷입니다. 보리는 배타고진도에서 왔어요. 보리 엄마가 우수 진돗개 선 발대회에서3등을 했다는데, 알수는없죠. 진도에서 태어났다고 다진돗개는 아니니까요.” 쌍계사의 반려견, 반야와 보리를 소개해 주시는 주지 항명 스님은 요즘 말 로‘츤데레(겉으론 무심한듯행동하지만 은근히챙겨주는사람을 칭하는말)’다. 특별할게없다 며무뚝뚝하게 말하시지만 반려견들에 대한 깊은 애정이 자연스레 흘러나 온다. “반야는 죽다 살아나서지금도 가끔 경기를 해요. 밖에 나갔다가 덫에 걸 린적이있는데, 이빨로 줄을 끊고 왔는지그덫을질질끌면서 돌아왔더라고 요. 나간 지 6~7일만일거예요. 살아 돌아오려고 얼마나 애를 썼겠어요. 병원 에데려가서목에걸려있던철끈을제거하고고름도치료했어요.반야가예전 엔동네암캐 집에서 며칠씩 있다 오기도 하고 그랬는데, 그사건이후트라우 마가생겼는지풀어놔도밖엘잘안나가더라고요.” 항명 스님이 이곳 대부도 쌍계사와 인연이 된지는벌써20여년이넘었 다.요즘은교통이 편리해져서 관광객이나 외지인들도 많이 찾아오지만,그당 시만해도자동차도많이안다니는섬의외딴사찰이었다고한다. “아는 스님이 두어 달쉰다생각하고 쌍계사에 가있으라 하기에 조금만 머물다 가야지 했는데 어쩌다 보니 20년을 있게 됐네요. 처음에 왔을 때는 절이라고 할수도없었죠. 아홉 평짜리 낡은 법당 하나가 전부는데, 법당에 물 이새서탱화가 다썩어있더라고요. 여름에비만오면 고무대야를 갖다 놓고 물을 받았어요. 그런데도 이절이싫지가 않았어요. 싫으면 못사는데, 뭔가 편 안했다고할까.” 그렇게20여년동안항명스님은 하나둘 불사를 하고 대부도 주민들과도 조금씩가까워지면서현재의가람을만들어왔다.소나무숲아래자리한극락 보전과 삼성각, 요사채 등목조건물의 조화가 아름답다. 특히 쌍계사는 약수 가나오는 ‘신비의 용바위’로 유명하다. 1,600년대 창건된 쌍계사는 창건 당시 엔물이맑다는 뜻에서 ‘정수암’이라 불렸다는데, 이와 관련한 이야기가 전해 져내려온다. “취촉대사가 이곳을 지나던 길에 산마루 중턱에서 휴식을 취하다 깜빡 잠 이드셨는데 다섯 마리 용이 승천하는 꿈을 꾸고 깨어나 땅을 파보니 용바위 밑에서 맑은 물이 솟아났다고 해요. 그자리에 불사를 한사찰이 바로 지금의 쌍계사죠.” 아직도 용바위에서 약수가 솟아나는데,전해지는바에의하면 철분과 탄 산이 많아 위장병 및피부병 등에 효험이 있다고 한다. 예전에는 등산객들이 용바위물로설거지를하기도해서현재는용바위위에법당을지어수질을보 호하고있다.법당바닥을투명한유리로해놓아용바위의신비한모습을눈으 로확인할수있다. 항명 스님이 조롱박 바가지에 약수 한잔을담아건네시기에 감사한 마음 으로 한모금들이킨다. 용바위 설화를 듣고 마셔서 그런지 물맛이 유난히 좋 다. 물한모금으로 숙세의 업이 사라지진 않겠지만 몸과 마음이 정화되길 바 라는마음간절해진다. “보리도물맛을 아는지 따로 담아주는 물은 안마시고 꼭여기와서물을 마십니다.” 누가절에사는개아니랄까봐보리도맑은물의기운을느끼는모양이다. “몇 년전까지만 해도 산에 오를 때반야와 보리를 데리고 다녔어요.제가 모자를 쓰고 나오면 산에 가는구나 알아차리고먼저들 앞장을섰지요.한번은 얘들이 입주변에 시뻘겋게 피를 묻히고 왔기에 무슨 일인가 살펴보니 고라니를 물어 죽더라고요. 여기 뒷산에고라니랑토끼가 많거든요. 그다음부터 산에는 안데리고 갑니다. 아무리 동물이라도 의미 없이 살생을 하면 안되잖 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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