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여행의 의미] 마음을 여행하는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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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여행의 의미] 마음을 여행하는 기술
  • 박한선
  • 승인 2019.08.23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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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종종 무엇인가를 찾으러 여행을 떠난다. 마치 원시 인류가 사냥과 채집을 위해 먼 길을 떠나듯이 자신에게 없는 어떤 것을 얻으려는 소망이다. 바닷가에 서면 왠지 삶의 새로운 방향을 찾을 수 있을 것 같고, 여행길에 만난 낯선 이에게 뜻밖의 잠언을 얻을 수 있다는 마술적 소망이다. 독일의 시인 칼 붓세는 ‘산 너머 언덕 너머 먼 하늘 밑 행복’을 찾아 멀리 떠나는 인간의 소망을 노래했다. 하지만 정말 그곳에 가면 행복이, 지혜가, 새로운 삶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마음으로 떠나는 여행

한 어린 남매는 파랑새를 찾아 먼 꿈속 여행을 떠 난다. 이들은 추억의 나라, 죽음의 나라, 불행의 동굴, 행복의 궁전, 미래의 나라를 여행하였지만, 원하던 파랑새를 찾지 못했다. 집으로 돌아온 남 매는 집 문에 달린 조롱의 새가 파랑새였다는 사 실을 깨닫는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마테를링크 의 희곡 「파랑새」의 줄거리다. 치르치르와 미치 르가 찾아 헤매던 파랑새는 사실 처음부터 남매 에게 있었던 것이다. 매년 7억 명이 넘는 사람이 이런저런 이유로 다른 나라로 여행을 떠난다. 하 지만 낯선 이국땅에서 ‘파랑새’를 찾는 이는 과연 몇명이나 될까? 혹시 그동안 파랑새를 찾아 먼 곳으로만 여행해 왔다면, 이 번에는 좀 색다른 여행지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바로 내 마음으로 떠나 는 여행 말이다. 즐거운 소풍을 떠나는 행락객의 마음이 화창한 꽃동산이 고, 순례를 떠나는 순례자의 마음이 이미 경건의 길이다. 어렵게 말하자면 인간의 정신은 세계를 모사하고, 세계는 다시 인간 정신을 재현한다고 할 수 있다. 진심으로 원하는 것은 이미 마음 안에 있는지도 모른다.

어디로 떠나야 할까?

마음속 여행을 떠나려니 막상 막막하다. 내 마음 내가 가장 잘 알 것 같지만, 실상은 좀 암담하다. 한동안 발길이 끊어진 우리 마음에는 표지판도 없고, 지도도 없다. 자칫하면 늘 다니던 곳이나 찾아갔다가 ‘별로 볼 것도 없군’ 하 며 다시 돌아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마음 여행의 선구자들이 이미 친절한 안내서를 만들어 두었다. 꼭 방문해야 할 일곱 가지 마음 여행지가 있는데, 중용에서 말하는 희로애락애오욕의 일곱 감정이다. 서양에서도 비 슷한 개념이 있다. 서기 6세기경 교황 그레고리우스 1세가 정립한 칠죄종 이 그것이다. 교만과 탐욕, 질투, 분노, 정욕, 식욕, 나태라는 머스트 비지트 플레이스(Must Visit Place)다. 아니 위험하기로 소문난 일곱 장소 아닌가? 고개를 갸웃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곱 감정은 그 자체로 나쁜 것이 아니다. 신경과학자 야크 판크세 프는 탐색과 분노, 공포, 불안, 기쁨, 욕정, 보살핌 등 포유류가 공유하는 기 본 감정이 있다고 하였다. 이름은 조금 다르지만 앞서 말한 칠정이나 칠죄 종과 비슷하다. 뇌 안에 있는 변연계에서 좌우하는 핵심 감정이다. 삶을 활 기차고 아름답게 만드는 샘물이다. 물론 종종 말라버리거나 넘치면 문제가 되지만. 무섭고 두렵다고 외면하면 곤란하다. 발길이 끊어진 곳은 점점 황폐해 진다. 야수가 들끓는 정글이 되기도 한다. 탐험가의 용기로 과감하게 없는 길 을 만들어야 한다. 막힌 물을 흐르게 하는 것이다. 그동안 버려져 있던 마음 속 엘도라도를 찾을 것이다. 경이로운 삶의 기쁨을 안겨주는 내적 낙원이다.

어디부터 찾아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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