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꽃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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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꽃의 향기
  • 관리자
  • 승인 2007.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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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그늘에 살며 생각하며, 종이꽃만드는해월스님

큰 절에 영산재가 열리는 날이면 절 마당에는 커다란 괘불(掛佛)이 걸린다. 괘불을 중심으로 불단이 마련되고, 상단에는 여러 가지 공양물이 올려진다.

육법공양(六法供養)이라고 해서 향과 꽃과 과일, 등(燈)·차(茶) 그리고 쌀(米)은 부처님께 올리는 공양물의 기본이다. 용상방(龍象榜)에는 의식을 진행할 스님들의 진용이 짜이고, 불보살님들의 명호를 적은 색색의 번(幡)이 나부끼게 된다.

예부터 일일권공 삼일영산(一日勸供 三日靈山)이라 해서 한 번 설판되면 3일 낮과 밤에 걸쳐 재가 계속된다고 할 정도로 그 규모가 크고 웅장한 영산재는 불교의 영가천도의식으로 석가모니 부처님의 설법회상인 영산회상을 오늘에 재현한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환희심을 불러일으켰던 영취산 설법장면을 재현해내는 일이니만큼 도량장엄만도 한 달 정도의 기간이 소요된다.

영산재 도량장엄 이수 보유자 해월(海月)스님(1987년 지정 무형문화재 50호, 46세)은 아름다운 꽃을 만들어 부처님전을 장엄하는 일을 하고 있다. 스님이 만든 80송이에서 150여 송이의 종이꽃은 괘불 양편에 부채꼴을 이루며 형형 색색으로 만개한다. 스님이 주로 만드는 꽃은 모란과 작약, 국화와 연꽃, 그리고 우담발화다. "영산재 상단권공(上壇勸供)에 보면 '모란은 꽃 중에 왕으로 향기가 없지만 묘한 아름다움이 서려 있고, 작약은 아름다운 꽃술과 줄기에서 향기가 분분하고, 연꽃은 진흙 속에서 피지만 깨끗하고, 노란 국화는 모든 꽃이 진 후에 다시 피어난다'는 구절이 있습니다. 그리고 부처님 당시에도 피었고 천 년에 한 번 핀다는 우담발화도 상징적인 꽃으로 모란과 연꽃을 닮은 모습으로 예부터 만들어져 오고 있었습니다."

해월 스님이 부처님 전에 올릴 꽃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였다. 한 종단의 종정을 지내셨던 외조부님을 따라 일곱 살에 공주 마곡사로 동진 출가했던 스님은 어깨 너머로 종이꽃 만드는 법을 배웠다. 절에 큰 재가 있을 때면 각지에서 오신 스님들이 한지에 물을 들여 부처님전을 장엄할 꽃을 만들었고, 스님은 옆에서 심부름을 하며, 꽃을 만들어 보기도 했다. 그 솜씨가 꽤 괜찮다는 칭찬을 들었다.

"제가 본격적으로 종이꽃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1976년 봉원사에 오면서부터였습니다. 당시 봉원사에 계셨던 황월하 스님과 정지광 스님께 전문적인 지도를 받으며 꽃을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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