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하루 여행] 흐리고 비 오는 날엔 그곳에 가야 한다
상태바
[포토에세이-하루 여행] 흐리고 비 오는 날엔 그곳에 가야 한다
  • 양민호
  • 승인 2019.07.25 10: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순천

순천

살면서 꼭 한번 가 봐야 할 국내 여행지, 그중 한 곳이 전라남도 순천이다.

순천 여행의 으뜸은 단연 드넓은 순천만을 붉게 물들이며 지는 낙조를 감상하는 것.

그 장관을 두 눈에 담아보려 순천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순천만국가정원 → 순천만습지

이른 저녁 순천역에 떨어졌다. 서둘러 차를 타고 첫 번째 목적지로 향했다. 순천역에서 차로 10여분 거리에 있는 순천만국가정원. 지난 2013년 열린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기념해 개장한 제1호 국가지정 공원이다. 입구 안내판을 보니 테마별 정원, 나라별 정원, 생태체험관 및 야생동물원 등 다양한 볼거리가 눈에 띈다. ‘국가 지정’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만큼 규모도 엄청나서 전체를 다 둘러보려면 한나절도 부족할 듯싶다.

동문(순천만국가정원은 동문과 서문으로 입장이 가능하다)으로 들어서자, 미국의 정원 디자이너 찰스 젱크스(Charles Jencks)가 설계했다는 호수 정원이 눈 앞에 펼쳐진다. 호수 중심에 솟아 있는 작은 언덕이 인상적이다. 꼭대기부터 아래로 원을 그리며 내려오는 오솔길, 그 길을 따라 짝지어 걸어가는 연인들 모습이 사랑스럽다. 호수 정원을 중심으로 동쪽 정원을 크게 한 바퀴 돌았다. 이리저리 가보고 싶은 곳이 많았지만, 모든 곳을 둘러보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포기할 수 없는 것들을 위해 포기해야 할 순간이 많은 하루 여행, 미련 없이 발길을 돌렸다.

조금씩 기울어가는 해에 조급한 마음을 안고 순천만습지로 내달렸다. 순천만국가정원에서 차로 15분 거리. 입장 제한 시간인 저녁 7시에 턱걸이로 도착했다. 매표소를 통과해 김승옥 작가의 『무진기행』 배경

이자 습지 내 대표적인 사진 촬영 포인트인 무진교에 섰다. 다리 아래로 흐르는 동천, 건너편의 드넓은 갈대군락지를 배경으로 열심히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사람들 틈에서 찰칵, 한 장의 기록을 남긴다. 이곳 순천만습지는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汽水) 지역으로 다양한 생태 환경의 보고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연안 습지다.

 

2003년 습지 보호 지역 지정, 2006년 국제 협약 람사르협약 등록, 2008년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41호로 지정되었는데 매년 갯벌과 갈대밭을 찾아 흑두루미, 재두루미, 노랑부리저어새 등 수많은 희귀 철새들이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순천시가 캐치프레이즈처럼 내건 ‘생태수도’라는 말이 과언이 아님을, 직접 와 보니 수긍이 간다. 무진교를 건너 갈대밭 사이 탐방로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갈대밭 끄트머리에 이르니 ‘용산전망대 왕복 40분’이라는 푯말이 서 있다. 고민이 됐다. 슬슬 땅거미가 지고, 사람들은 하나둘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게다가 점점 흐려지는날씨가 금세 비라도 쏟아질 기세였다. 이미 낙조를 보긴 글렀다. 그래도 오를까? 그럴 수밖에! 기대했던 광경을 보지 못할 걸 알지만 돌아갈 곳이 없었다. 이미 많은 것(근처에 순천만 역사관, 천문대, 자연생태관, 김승옥과 정채봉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세운 순천문학관등이 있지만, 늦었다)을 포기하고 온 터였다. 다리에 힘을 실었다. 용산 자체는 낮은 야산으로 크게 가파르거나 길이 험하지 않았으나, 습한 날씨 탓에 금세 온몸이 땀에 젖었다. 왕복 40분이라더니 올라가는 데만도 40분이 넘게 걸린다. 대체 누가, 하고 하소연하는 말이 턱 끝까지 차오를 때쯤 전망대에 이르렀다. 후, 심호흡 한 번 크게 하고 고개를 들었다. 왼쪽으로 붉은빛 칠면초로 색감을 더한 순천만, 오른쪽으로 S자 동천을 따라 갈대밭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왜 순천만습지에 오면 용산전망대에 올라야 하는지, 왜 순천만습지 사진은 죄다 같은 시점을 공유하는지 알 수 있었다. 장관이다. 전망대 안내판에 소개된 9가지 절경(1경-갈대길, 2경-S자 갯골, 3경-갯벌, 4경-원형 갈대 군락, 5경-순천만 무진, 6경-흑두루미, 7경-와온 해넘이, 8경-화포 해돋이, 9경-칠면초 군락)을 굳이 나눌 것 없이, 전체가 거대한 한폭의 그림이다. ‘순천에 오면 순천만습지를 봐야하고, 순천만습지에 오면 반드시 이곳에 올라야한다.’ 파노라마처럼 드리운 풍경이 내게 말하는듯했다.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