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스크리트로 배우는 불교] 반야심경의 핵심 용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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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스크리트로 배우는 불교] 반야심경의 핵심 용어들
  • 전순환
  • 승인 2019.07.24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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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칼럼에서 소개한 5온, 그리고 6근과 6경의 12처, 12처에 6식을 더한 18계에만 머물지 않는다면, 번뇌로 이끈다는 이러한 법들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면, 그렇게만 한다면 수보리 장로가 말하는 것처럼 반야바라밀다를 성취할 수 있다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면, 또 다른 무엇인가가 있다면, 도대체 어떻게 수련해야 얻어질 수 있다는 것일까? 사실 경전에서 보면, 이와 같은 문제는 소위 보살의 경지 이상의 인물들이 이야기하는 화두이기에 우리와 같은 일반 중생들에게는 난해한 질문일 수밖에 없다. 보편적인 상식의 선에서 이해하기 쉽지 않겠지만, 그에 대한 답에 접근해 보고자 이번에는 가장 널리 독송되고 있는 『반야심경(般若心經)』 소본(小本)과 대본(大本)을 살펴보기로 한다.

방대한 반야부의 경전들에서 정수(精髓)가 되는 것들을 모아 놓았다는 『반야심경』에서 정수에 해당되는 표현은 ‘마음’을 뜻하는 심(心)이다. 그러나 이 단어의 원 표현은 ‘마음’을 뜻하는 산스크리트 흐르드(hṛd)에 접미사 아야(aya)가 붙은 흐르다야(hṛdaya)이고, 이는 ‘마음에 해당하는 것, 본질(적인 것), 핵심(core, essence)’을 의미한다. 따라서 반야심경을 산스크리트 식으로 번역하면, ‘반야바라밀다의 핵심에 관한 경’이 된다. 범본 『반야심경』의 소본과 대본은 현재까지 각각 6종과 7종이 알려져 있으며, 각 사본은 거의 대동소이하다. 이 가운데에서 필자가 들여다볼 사본은 여러 사본을 참고하여 재구성했다는 나카무라 하지메(中村元, 1971)본이고, 이 텍스트들은 각각 130여 개와 290여 개의 단어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수련 방식에 대한 앞선 질문의 해답은 정작 잘 알려진 소본에서가 아닌 상대적으로 일반인들에게 덜 알려져 있는 대본에 제시되어 있다.

| 자성과 공성

『반야심경』에 등장하는 인물은 성관자재보살과 사리자 장로이다. 소본에는 생략되어 있지만 대본에는 사리자가 보살에게 반야바라밀다를 성취하고 싶은 선남자나 선여인이 어떻게 수련해야 하는지 묻자 보살이 “사리자야, …성취하고 싶은 선남자나 선여인은 5온의 자성이 공하다고 꿰뚫어 보아야 한다”라며 수련의 방식에 대해 답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계속해서 소본이나 대본 모두에서 그 유명한 문구인 “색즉시공, 공즉시색…수·상·행·식도 이와 같다…”라는 보살의 말들이 이어진다.

보살이 언급하는 첫 번째 공(空)은 원어가 슌야(śūnya)이고, 그 이후의 공은 슌야타(śūnyatā)이다. 공이란 산스크리트 단어는 ‘비어있음, 공(空, emptiness)’을 뜻하는 명사 슈나(śūna)가 기본 형태이며, 여기에 속성의 형용사를 만들어내는 야(ya)가 붙어 ‘비어있음에 속하는, 비어있는(empty)’의 슌야가 된다. 이 형용사에 다시 상태의 명사 전성 접미사 타(tā)가 붙어 ‘비어있는 속성의 상태, 공성(空性)의 상태'를 의미하는 슌야타가 된다. 따라서 색즉시공(色卽是空)에 해당하는 ‘루팜(rūpam)슌야타’를 번역하면, ‘색(물질)은 공성의 상태이다’가 된다.

그러면 과연 무엇이 비어있다는, 즉 공하다는 공성이라는 것일까? 관자재 보살이 말하고 있는 것처럼, 5온을 포함한 모든 법이 갖고 있다는 자성(自性)이 공성이라는 것이다. 자성은 ‘자신의’를 뜻하는 형용사 스와(sva)와 ‘존재’를 의미하는 명사 바와(bhāva)가 합성된 ‘자존(自存)’이란 뜻의 스와바와(sva=BHĀV-a)에서 유래하는 단어이다. 여러 불전에서 공성이란 단어가 단독으로 나오는 경우가 매우 빈번한데, 이는 자성의 공성이라고 이해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공성이란 표현하는 의미 그대로 비어있는 상태를 뜻하는 것일까? 필자가 오랫동안 가져온 개인적 소견이지만, 공이란 단어의 개념은 인도의 인드라에 버금가는 희랍 최고의 신 카오스(χαος)를 떠올리게 한다. 이 단어를 차용한 현대 영어의 ‘chaos’는 ‘무질서, 혼돈’을 의미하지만, 정작 카오스의 의미는 원래 ‘아직 정해지거나 구분되어 있지 않은 순수한 청정 상태’를 의미한다. 불전에서 공성 또한 오염되지 않은 순수함 또는 청정성을 의미하는 프라크르티(prakṛti)나 파리슛디(pariśuddhi)로도 표현되고 있기에, 앞서 언급한 5온의 자성이 공하다는 관자재보살의 말은 5온의 자성이 순수/청정하다라는 뜻이라고 해석해 볼 수있다.

| 12연기

이어서 “모든 법은 공성을 특성으로 갖고 있기에 생겨나지도 소멸되지도 않고, 오염의 상태에 있지도(a-mala) 오염이 없는 상태에 있지도 않으며(a-vi-mala), 감소되지도 증대되지도 않는다”는 관자재보살의 말이 이어지며, 이후 공성에서는 그 어떤 법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표현들이 나온다. 『반야심경』에는 법과 관련하여 5온, 6근, 6경, 6식 외에 번뇌에서 고통으로 이르기까지의 인관 관계를 나타낸다는 12연기(緣起) 용어들이 등장한다.

12연기의 원어는 드바-다샤-앙가-프라티탸-삼웃파다(dvā=daśa=aṅga=pratītya=samutpāda)로서 드바-다샤는 ‘12’를 나타내는 수사이고, 앙가는 ‘(신체의) 팔이나 다리, 가지, 종류’이며, 프라티탸(prati-I-tya*)는

‘의존’을 의미하고, 삼웃파다(sam-ud-PĀD-a*)는 ‘일어나거나 생겨나는 것, 생기(生起)’를 뜻한다. 이를 종합해 보면, 12연기는 ‘의존을 통해 생겨나는 12종류의 것’이 된다. 그렇다면 이 열두 가지는 어떠한 것들일까?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무명·행·식·명색·육처·촉·수·애·취·유·생·노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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