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 사유의 근원으로 다가간 과감한 지적 탐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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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 사유의 근원으로 다가간 과감한 지적 탐험!
  • 주성원
  • 승인 2019.07.24 0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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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곰브리치 지음 | 송남주 옮김 | 25,000원

 

붓다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이상의
위대한 사상가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을
논증한 초기불교 연구의 권위자
리처드 곰브리치의 명저!

“당신은 수천 마리의 백조를 보고 나서 모든 백조는 하얗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다 호주에 검은 백조가 존재함을 곧 알게 된다. 또는 평생 동안 한결같은 경험에 근거하여 해는 매일 아침 떠오른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다 북극으로 여행을 가면 백야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초기불교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이자 리처드 곰브리치 박사가 자신의 저서 《곰브리치의 불교 강의》 본문에 쓴 말입니다. 이 글을 읽고 백조는 흰색뿐이라는 고정관념이 얼마나 강했으면 이름에도 ‘흰 백(白)’ 자를 넣었을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하지만 엄연히 호주에는 검은 깃털을 지닌 백조가 존재합니다. 살아가다 보면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고 있던 생각이나 지식이 새로운 발견으로 인해 무너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곰브리치 박사는 백조의 사례처럼 종교도 마찬가지라고 말합니다.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종교를 바라보게 되면, 오히려 그 종교를 이해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된다고 주의를 줍니다. 그리고 이는 불교 역시 마찬가지라고 꼬집습니다.
깨달음을 얻은 각자(覺者)이자 불교의 개조(開祖)인 붓다는 2,60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변함없이 위대한 성인으로 추앙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위대함이 주는 종교적 상징성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붓다를 신비주의의 시선으로 바라보곤 합니다.

곰브리치는 붓다를 종교적 지도자로만 바라보는 것은 무익하다고 주장합니다. 맹신을 부르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종교라는 베일을 걷어낸 불교와 붓다를 보여주려고 노력합니다. 철저한 문헌 자료에 근거한 연구 성과만으로 붓다를 말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드러난 붓다의 모습은 종교 지도자에 버금가는 위대한 ‘사상가’의 모습이었습니다. 


그가 붓다를 역사상 가장 위대하고 독창적인 사상가라고 결론 내린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이유는 붓다가 ‘혁명’이라고 할 만한 사상적인 도약을 이루어냈기 때문입니다.  곰브리치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붓다의 업설(業說)을 강조합니다. 업설이야말로 붓다의 세계관에 입문하기 위한 가장 좋은 시작점입니다. 업(karma)은 붓다가 삶을 조망하는 근본 사상일 뿐만 아니라 기본 교리들을 논리적으로 일관되게 하는 핵심이기도 합니다.

붓다는 ‘제의를 거행하는 성스러운 작업’을 뜻하던 업의 의미를 일반인의 행동 범주 안에 포함시켰습니다. 다시 말해 브라만교만의 종교적 의미였던 ‘업’을 모든 사람에게 적용 가능한 ‘행위’라는 보편적 의미로 재해석한 것입니다. 붓다는 이와 같이 기존의 업과 윤회사상을 파기하기보다는 여기에 윤리성을 더함으로써 신에게 의지하는 대신 자신이 책임의 주체가 될 것을 강조했습니다.

행위에 대한 판단은 신이나 브라만들이 내리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스스로 해야 하고, 그 행위에 대한 결과로서의 과보는 개인의 몫이 된다는 뜻입니다. 2,600여 년 전 계급 사회였던 인도에서 이러한 사상이 태동한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고 이는 놀랍게도 19세기 유럽의 후기 계몽주의 사상과 유사할 만큼 혁신적이었습니다.

이는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사례입니다. 이러한 붓다 사유의 근간에는 모든 개인이 각자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철학이 깔려있습니다. 곰브리치 박사는 이를 바탕으로 붓다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이상의 위대한 사상가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을 논증하면서 다음과 같이 단언합니다.

“붓다는 모든 시대를 망라해 가장 뛰어나고 독창적인 사상가이다.”

책을 정독하면 업, 무아, 열반과 같은 불교의 핵심적인 용어 속에 담긴 붓다의 독창성이 더 분명하게 이해됩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붓다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불교도가 아닌 사람들이 읽기에도 무리가 없지만, 불교도에게는 더욱 읽어볼 가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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