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초대석] 실천 없는 자비는 무자비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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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광초대석] 실천 없는 자비는 무자비와 같습니다
  • 양민호
  • 승인 2019.07.01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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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제공덕회 보각 스님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사회복지법인 자제공덕회를 찾았다. 불교계 ‘최초’의 사회복지 전공자, 불교사회복지의 ‘선구자’라 불리는 보각 스님을 만나 지난 삶의 여정과 스님만의 뿌리 깊은 사회복지 철학에 대해 들었다.

최초로 불교사회복지의 길을 열다

지난 5월 20일 중앙승가대학교 대강당에서 스님과 재가자 5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특별한 법회가 열렸다. 스님 최초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중앙승가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며 35년간 후학을 양성해온 보각 스님의 정년 퇴임 법회였다. 퇴임 법회가 있은 지 두 달여, 자제공덕회 사무실에서 스님을 만났다. 교수로서의 공식 임기가 두 달여 남아 있으니 아직은 현역이라며 멋쩍게 웃는 스님께 조금 일찍 소회를 물었다.

“실감이 안 나네요. 35년, 언제 시간이 이렇게 흘렀나…. 지나온 길, 젊은 시절의 열정, 다 추억으로 남네요. 긴 시간을 뒤로하고 머물던 곳을 떠날 생각을 하니까 조금 섭섭하고 그렇습니다. 그래도 앞으로도 현장에서 계속 일해 나갈 거니까 완전히 끝은 아니란 생각입니다.”

보각 스님이 교단에 선 것은 1985년, 신군부 세력이 불교 정화라는 미명으로 자행한 10.27 법난을 겪은 후 점차 불교계가 사회복지에 눈을 뜨기 시작한 시점이다. 1984년 중앙승가대학교에 사회복지학과가 개설되고, 이듬해 교수로 임용되었다. 그 후 지금까지 천여 명의 제자를 길러냈다. 비단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만 한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두 발로 뛰며 어려운 이웃을 보살피는 데 구슬땀을 흘렸다. 어떤 사명감이 있어서였을까. 왜, 스님은 아무도 관심 없던 사회복지에 뛰어든 것일까. 그 시작이 궁금했다.

“어머니 영향이 크지 않았나 싶어요. 어렸을 때 중학교 입학 시험을 치러 가는 길에 만원 버스에서 있었던 일이 아직도 기억에 또렷합니다. 중간에 거지 모녀가 버스에 올랐는데, 그들을 보고 어머니께서 제가 입고 있던 빨간 내복을 벗어주라고 하시더군요. 얼떨결에 웃통을 까고 옷을 벗어줬지요. 그런 어머니의 심성이 제게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해요. 그리고 출가한 뒤로 늘 생각하는 것이, 종교는 실천이 뒤따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거였어요. 특히 자비를 강조하는 불교는 더 그렇죠. 저는 실천 없는 자비는 무자비와 같다고 생각해요. 실천하는 삶이야말로 부처님의 뜻을 가장 잘 따르는 삶 아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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