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만나는 불교] 서양에 오딧세이가 있다면 동양엔 서유기가 있다 / 김천
상태바
[영화로 만나는 불교] 서양에 오딧세이가 있다면 동양엔 서유기가 있다 / 김천
  • 김천
  • 승인 2019.05.28 16:49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반복되는 눈물 나고 쓰라린 인생의 의미를 불교적 가르침으로 풀어낸 코미디 영화

<서유쌍기(西遊雙記)>는 <월광보합(月光寶盒)>과 <선리기연(仙履奇緣)> 두 편으로 된 시리즈 영화이다. 두 영화는 1994년 홍콩에서 한 달 사이로 개봉됐다. 이야기는 너무나 잘 알려진 서유기. 삼장법사가 손오공 일행과 함께 요괴를 물리치며 서역으로 불경을 찾아 떠나는 내용이다. 서양에 대서사시로 일리야드 오딧세이가 있다면 동양에는 서유기가 있다. 그야말로 삶이라는 모험을 떠나 얻기 어려운 것을 성취하는 인생의 진실이 담긴 이야기다.

주성치는 희극 배우다. 그럼에도 그의 영화 대부분은 희생과 헌신, 고난을 극복하는 인간을 그리고 있다. 희극이지만 웃어넘기기 어려운 짙은 아픔이 그의 웃음 속에 담겨 있다. 그런 점이 주성치 영화의 독특함으로 꼽힌다. 희극인데 눈물이 나고, 웃으면서 인생의 쓰라림에 공감하게 되는 것이 그의 영화의 묘미다.

주성치의 영화 중 걸작을 꼽으라면 그의 팬들은 주저 없이 <서유쌍기>를 든다. 이제껏 수없이 만들어진 서유기 영화 중에서 독보적으로 평가된다. <서유쌍기>는 앞서 만들어진 홍콩의 다른 흥행작들의 상황과 대사를 거리낌 없이 베꼈다. 잘 알려진 <중경삼림>, <동사서독>, <동방불패>를 비롯한 유명 영화들의 장면과 인물, 명대사가 영화를 보는 내내 나온다. 표절을 감추기는커녕 관객이 알아채지 못할까 봐 반복하며 강조하고 있다. 원작의 진지한 장면을 떠올리며 그 실없음에 함께 웃게 된다.

서유기는 어린 시절 동화로 읽고 만화로 보고, 커서는 연극과 영화, 드라마로 끊임없이 보게 되는 이야기다. 그 내용을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만큼 알려졌고 새로움을 찾기 어렵다. 그러나 <서유쌍기>는 새롭고 다르다. 두 편의 영화, <월광보합>과 <선리기연>은 500년의 시간을 두고 꼬여 있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시작과 끝이 없고 사건과 사건은 인과를 갖지만 앞과 뒤가 섞여 있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윤회의 시간, 같은 상황에서 똑같은 후회를 남기며 동일한 잘못을 저지르게 되는 인간사. 고통 속에 놓인 삶의 본질은 어리석음과 애욕 때문이라는 불교의 가르침을 <서유쌍기>는 감추지 않고 드러내고 있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여지없이 속되다. 삼장법사는 떠벌이에 주책없이 묘사되고, 신선들마저 우스꽝스럽고 멍청하다. 요괴한테 맥없이 당해도 대책이 없다. 그런데도 삼장법사와 신선들은 자비심을 잃지 않았으며, 인간을 돕고 불법을 수호하는 데 물러서지 않는다. 그 어떤 삼장법사보다 매력이 있고 신선은 배불뚝이 이웃처럼 친숙하다.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인욱 2020-01-07 19:20:01
뭐시그리 대단한 글이라고 로그인씩이나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