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과 동물이야기] 사랑이, 멍순이, 멍돌이, 점돌이, 멍청이, 안 멍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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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과 동물이야기] 사랑이, 멍순이, 멍돌이, 점돌이, 멍청이, 안 멍청이
  • 조혜영
  • 승인 2019.03.27 10:5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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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마리 고양이들과 함께 사는 백 가지 즐거움
그림: 봉현

모처럼 미세먼지가 없는 날이었다. 며칠 만에 보는 파란 하늘을 이정표 삼아 강원도 홍천 백락사로 향했다. ‘주음치리’라는 낯선 지명의 표지판을 따라 몇 분을 더 달려 백락사(百樂寺)에 도착했다. 이름처럼 정말 백 가지 즐거움이 있는 사찰일까(백락사 홈페이지 주소가 www.100-happy.org라는 것이 꽤나 흥미로웠다). 아마 그 백 가지 가운데 하나는 분명 고양이일 것이다. 그렇다. 백락사에는 고양이가 산다. 성민 스님과 함께 살고 있는 백락사의 여섯 마리 고양이는 TV에도 소개된 적 있는 유명 인사다.

기대감을 안고 작은 다리를 건너 절 입구에 막 다다르자 대웅전 앞에서 작고 하얀 동물 하나가 반기듯 뛰어왔다. 순식간에 대웅전 앞 계단을 내려와서는 낯선 방문객 앞에서 배를 보이며 드러눕기까지 했다. 하는 짓을 보고는 처음엔 강아지인 줄 알았다. 그런데 다시 보니 고양이였다. ‘이건 내가 알던 고양이가 아닌데? 고양이라면 낯선 방문객 따위 오거나 말거나 도도하고 기품 있게 앉아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혹시 말로만 듣던 개냥이?’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에 오고 가는 사이 성민 스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청아!” 자신의 이름을 듣고 강아지를 닮은 고양이가 스님에게 쪼르르 달려갔다. ‘이름이 청이? 효심 많은 고양이인가?’

“하도 멍청해서 이름을 멍청이로 지었어요. 부를 때는 그냥 ‘청아!’라고 불러요. 원래 동물들이 낯선 사람을 보면 경계하기 마련인데, 처음 보는 기자님을 반기는 걸 보니 기자님이 마음에 들었나 보네요. 청이가 사람 관상을 볼 줄 알거든요.”

사람 관상을 볼 줄 아는 고양이라니, 그렇다면 이름을 잘못 지어준 게 아닐까. 멍청이가 아니라 ‘똑똑이’ 같은 이름이 더 어울렸을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관상 좋은 사람으로 고양이에게 합격점을 받은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백락사 고양이와의 첫 만남, 시작이 괜찮다.

우연, 그리고 사랑으로 맺어진 인연

백락사 고양이를 소개하면 이렇다(주지이신 성민 스님 소개도 하기 전에 고양이부터 소개하자니 뭔가 순서가 잘못된 것 같지만, 어차피 오늘의 주인공은 고양이가 아닌가!). 백락사의 최고참 고양이 사랑이(7세 ♀), 까칠한 성격에 수컷 고양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멍순이(5세 ♀), 순하고 차분한 멍돌이(5세 ♂), 나 홀로 사색하는 것을 좋아하는 점돌이(4세 ♂), 자신이 강아지인 줄 착각하는 멍청이(2세 ♂). 이렇게 다섯 마리 고양이가 성민 스님과 함께 살고 있었는데 그새 식구가 하나 늘었다. 작년 10월에 태어난 안(1세 ♀)이다.

“멍순이가 새끼 고양이 다섯 마리를 낳았어요. 네 마리는 신도들에게 분양하고, 아쉬운 마음에 한 마리를 더 키우게 됐죠. 그런데 얘가 멍청이보다 더 멍청한 거예요. 오라면 가고, 가라면 오고…. 그래서 멍청하지 말란 뜻으로 이름을 ‘안 멍청이’라 지었죠. 줄여서 ‘안’이라고 불러요.”

멍청이와 똑같이 곱고 하얀 털을 가진 막내 안이는 낯선 객의 방문이 달갑지 않은 모양이었다. 스님이 아무리 불러도 이내 계단 아래로 숨어버렸다. 이렇게 여섯 마리 고양이가 한데 어울려 살아가고 있지만, 엄연히 족보를 따지자면 사랑이가 다른 고양이들의 고조할머니쯤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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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미 2019-04-17 14:46:42
해미의 일락사는 날일자 일락사입니다
^^
어쨌는 하나일이든 날일이든 일락도 좋고
백락도 좋아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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