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象象붓다] 뮤지엄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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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象象붓다] 뮤지엄 산
  • 마인드디자인(김해다)
  • 승인 2019.02.26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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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따라 산책하는 미술 공간
사진제공 : 뮤지엄 산

강원도 원주, 굽이굽이 난 길을 따라 올라가면 가늘고 길게 이어진 산 정상을 깎은 듯한 터에 미술관이 있다. 건축가 안도 타다오Ando Tadao는 건물 본체뿐만 아니라 부지 전체를 뮤지엄으로 만들고자 고유 지형에 맞춘 전체길이 700m 가량의 건축물을 완성했다. 꾀나 먼 길을 와야 비로소 만날 수 있는 이 자연 속 미술관의 슬로건은 “소통을 위한 단절”이다. 최근에는 상시 명상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명상관’을 오픈하여 그 지향점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도시의 번잡함에서 의도적으로 잠시 벗어나 진정한 쉼을 선물하는 공간이 되고 싶다는 뮤지엄 산에 다녀왔다.

|               풍경에서 명상으로

자연과 조우하는 작품을 감상하며 풍경에 놓인 자기 자신을 마주하는 시간을 제공하고자 기획된 특별전 <풍경에서 명상으로>에는 각자의 방식으로 자연을 응시하는 작가 10명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바람에 나부끼는 흰색 무명천과 그 뒤로 힐끗 보이는 대자연의 모습을 담은 육근병의 영상작품 <Nothing>. 흐르는 시간이 그저 있는 그대로 담겨 있는 영상 앞에서 반복하는 들숨과 날숨 외에는 아무것도 발견할 것이 없다. 봉분 속에서 바깥을 향해 깜빡이는 외눈 설치 작품으로 유명한 육근병 작가. 그의 작품세계에 있어 조용하지만 강력하게 존재를 증명하는 메타포가 되어온 눈, 즉 응시하는 행위가 이 작품에서는 관람자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었다.

정석희 작가의 <들불>은 들불을 바라보고 그 심상을 캔버스에 담아내려 하는 화가의 끊임없는 시도를 영상으로 구성한 작품이다. 영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앞서 ‘들불’이 그에게 무엇인지 밝힌 부분이 인상적이다. “들불은 실체의 언어다. 관념이나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나의 살과 뼈, 피와 같은 선명한 실체이다. 거기에는 사랑하는 모든 생명들의 절박한 몸부림과 햇볕의 자양과 공기의 서늘함, 대지 위에 흩뿌리는 빗줄기의 강인한 생명력이 있다” 

관념으로서의 들불이 아닌 실체로서의 들불을 표현하고 싶은 욕망으로 화가는 붓을 들었지만, 회화의 완성을 단언할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한 순간도 고정되어 있지 않은 들불의 모호한 에너지를 담아내기에 캔버스와 물감은 너무나 명쾌했기에 표현의 흔적으로써의 회화를 가지고 영상을 만들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               빛으로 그린 마음의 풍경

안도 타다오가 곳곳에 고분이 있는 경주를 방문하여 느낀 감상에서 착안했다는 돌무덤 모양의 스톤 가든을 따라 걸으면, 어느새 뮤지엄 산이 자랑하는 제임스 터렐 관에 가닿는다. 대학생 시절, 수업 시간에 프로젝터로 영사된 화면이 아닌 프로젝터의 빛 자체를 보게 하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에서부터 빛으로 하는 조각을 발전시켜 지금은 세계적인 조각가 반열에 오른 제임스 터렐James Turrel. 그에게 빛은 다른 사물을 조명하기 위한 도구가 아닌 작업의 주인공이다. 개인의 정신적 수련을 중시하는 퀘이커교도 집안에서 성장한 그는 빛을 이용한 착시효과로 주로 인지적 체험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며 명상과 사색의 공간을 만든다. 그는 공간에 대한 관람자의 경험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항상 한 번에 관람할 수 있는 인원을 제한해왔는데, 이 곳의 제임스터렐관도 역시 관람인원을 28명으로 제한하고, 가이드가 제시하는 관람동선을 따라 감상하도록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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