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象象붓다] 바라캇 서울 <찰나와 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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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象象붓다] 바라캇 서울 <찰나와 영원>
  • 마인드디자인(김해다)
  • 승인 2019.02.08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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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불상이 들려주는 이야기

박물관급의 고대 예술 컬렉션을 보유한 150년 역사의 바라캇 갤러리가 런던, 로스앤젤레스, 아부다비에 이어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서울에 문을 열었다. 5대 째 가업으로 이어진 바라캇 갤러리의 회장 파에즈 바라캇Fayez Barakat은 현 대미술 작가이기도 하다. 시대와 지역을 망라 하는4만여점의수준높은컬렉션을선별전 시하는 한편 어쩌면 미래의 문화재가 될지 모 르는 실험적 작품들을 소개하는 현대미술 전 시 공간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 바라캇 서울에 서는 지금 불교 미술 전시<찰나와 영원>展을 열고 있다.

 

| 오래된 불상이 들려주는 이야기

박물관 유리벽 너머로나 볼법한 오래된 유물들이 경계없이놓여있는바라캇서울의1층전시장. 1900여 년 전에 제작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간 다라 양식의 불두부터 당대와 명대의 불상까지, 거대한 컬렉션의 규모를 한눈에 짐작할 수 있는 전시품들 사이를 거닐며 인류의 오랜 조상이 빚어 낸 이 조각품들이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 어떤 이 야기를 해줄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이 작품들이 현대인에게 줄 수 있는 수많은 역사적 지식과 전 통적 가치는 차치하고서, 지금 나의 삶에 구체적 으로 어떤 감동을 줄 수 있을지 말이다. 이것이 지 니고 있는 가치와는 별개로 내 삶을 어떻게 얼마 만큼 변화시킬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보면, 좋다고 하는 작품은 많지만 진정 내 마음을 동하 게 하는 작품은 몇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곤 한다. 예술을 감상하는 것 마저 시류에 휩쓸려버린다면 그것처럼 슬픈 일도 없을 테니,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이런저런생각을하며세월의흔적이듬뿍 묻어 있는 오래된 표면들, 공들여 손질한 것처럼 보이는 상호와 옷매무새, 고민하고 또 고민하며 다듬었을 ‘잘 빠진’ 실루엣을 들여다보았다. 조각 한 이들은 어떤 마음으로 이리 정성을 다해 만들 었을까. 어떤 간절함이 이들에게 이런 조각을 하 도록 한 것일까.

| 찰나를 영원으로 만드는 예술

잠시 후, 전시 연계 행사로 서울대학교 종교학과 배철현 교수의 강연이 시작되었다.

“예술은 찰나를 영원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아트Art의 어원인 Ars의 원래 의미는 ‘우주와 조화를 이루기 위한 최선’이란 의미입니다. 이 단어는 아주 오래된 인도-유럽어 어근으로 ‘우주의 질서에 맞게 정렬하다’라는 뜻이지요. 나에게 주어진 삶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일, 그럼으로써 찰나를 영원하게 만드는 일이 바 로 예술이 아닐까요.”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케케묵은 근대인의 물음, 그 이전의 예술은 오히려 더 실용적이었을지 모른 다. 고대인에게 예술은 삶과 유린된 그 무엇이 아 닌, 삶의 유한성을 극복하고 무한과 연결되고자 하는 바람으로 일상성에 굴복하기보다는 지금 여 기의 내 삶을 더 나은 것으로 만들기 위한 몸부림 과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조금씩, 오래된 불상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기 시작하는 듯 했다.

 

| 눈을 감고 여기에 앉는다

연약한 인간종이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 던 이유로 많은 학자들은 이족보행과 위험을 상상 하고 공유할 수 있는 지적 능력을 꼽는다. 두 발로 걷고 뛸 수 있게 된 인류는 맹수의 공격을 피해 달 아날 수 있었고, 식량을 찾아 장거리를 이동할 수 있게 되었으며, 두 눈으로 멀리서 다가오는 위험 을 알아챌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불상은 앉아 있 다. 그것도 두 눈을 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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