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국토순례기] 인도 6 까를라 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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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국토순례기] 인도 6 까를라 탑원
  • 이거룡
  • 승인 2007.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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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이 나신 나라, 인도 6 불교 굴원양식의 완성, 까를라(Karla) 탑원(塔院)

해질 무렵 깐헤리(Kanheri) 굴원을 내려와 다다르(Dadar) 역으로 갔다. 까를라 굴원으로 가자면 다시 뿌나(Pune)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아침에 왔던 길을 되밟아 가는 길이지만 길눈이 어두운 나에게는 올 때와 마찬가지로 생소하다. 때마침 러시아워여서 봄베이를 빠져나가는 직장인들로 역은 이미 대혼잡이다. 밀고 당기는 인파를 헤치고 뿌나행 기차에 올랐을 때 나는 이미 기진맥진이다. 곧 기차가 출발하고 웅성거리던 차안의 분위기가 가라앉는가 싶었더니, 또다시 차안은 떠돌이 장사꾼들의 외침으로 시끌벅적하다. 짜이, 커피, 칙끼, 땅콩, 액세사리, 음료수, 머리빗, 고무줄 장수가 지나가고, 동냥 그릇을 절거렁거리며 떼거지들이 지나가고, 졸음이 몰려온다.

밤 열한시 경에 뿌나 도착, 짐 보관소에 맡겨두었던 배낭을 찾아 걸머지고 역사를 나서는데, 역 광장에 괴물처럼 버티고 선 콘돔 선전용 광고탑이 새삼 뿌나를 실감하게 한다. 뿌나는 라즈니쉬의 도시다.

이튿날 새벽에 까를라 굴원을 찾았다. 어제처럼 뿌나 역에서 봄베이행 기차를 탔고 말라블리(Malavli) 역에 도착하니 벌써 아침나절이다. 이 역은 까를라 굴원에서 가장 가까운 간이역으로, 뿌나에서 이곳까지는 약 세 시간 거리다. 굴원을 찾는 이가 드문 듯, 역사에는 길을 알리는 표지판도 없고 안내하는 사람도 없다. 지도를 더듬어 대충 방향을 잡고 들판 한가운데로 난 흙길을 따라 걸었다. 산 안개가 채 걷히지 않은 시골의 아침나절은 더없이 평화롭기만 하다. 어느 나라건 시골이 좋기는 마찬가지다. 버스가 다니는 도로변에서 오토릭샤를 타고 굴원 초입에 닿을 수 있었다.

이른 아침인데도 꽃이며 코코넛이며 뿌자(puja,禮拜)에 필요한 예물을 챙겨들고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많다. 굴원으로 오르는 길이 가파르다. 차오르는 숨을 고르며 경내에 들어서면, 전혀 예상밖의 시멘트 건물이 시야를 가로막는다. 일견하여 힌두사원이다. 지붕에 매달아 놓은 확성기로 쏟아내는 법음이 어디 법음이겠는가, 소음도 그런 소음은 없다 할 것이다. 탑원굴 입구를 막아선 이 힌두사원의 꼴불견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

탑원 정면 왼편에 세워진 아쇼까왕 석주, 그 위에 서로 등을 맞대고 사방을 내려다보는 네 마리의 석사자는 세월을 이기지 못하는 듯, 온몸에 검버섯이 피고 그 발아래는 잡초가 무성하다. 문 앞에 서서 근 2천년을 지냈으니 그럴 법도 하겠지만, 등허리에 돋아난 잡초의 강인함보다는 방치된 옛 흔적에 대한 안쓰러움이 앞선다. 이 석주의 건너편에 서있는 꼴불견의 힌두사원 자리에 원래는 다른 하나의 석주가 있었다 하니 더욱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것을 두고 단지 사람이 살고 안 살고의 차이라 할 것인지, 아니면 누구에 대한 누구의 횡포라 할 것인지, 또 아니면 누구의 직무유기라 할 것인지, 하여간 순리가 아니라는 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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