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제자 이야기] 따뜻한 율사 우팔리 존자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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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제자 이야기] 따뜻한 율사 우팔리 존자1
  • 이미령
  • 승인 2019.01.03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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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미처 몰랐던 10대 제자 이야기]
일본 대보은사大報恩寺에 소장된 우팔리 존자상.

|    지계제일? 지율제일?

부처님에게는 참으로 많은 제자들이 있습니다. 그 제자들의 출가 전 신분 또한 다양했지요. 왕족도 있고, 사제계급인 바라문도 있고, 반면에 낮은 계급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심지어 똥치기와 같은 천민도 있었습니다.

흔히들 이야기하는 ‘부처님의 십대제자’는 어떨까요? 무엇보다 석가족 왕자들이 눈에 띕니다. 아난다와 아나율이 부처님과 사촌 간이고, 라훌라는 친아들이니, 이 세 사람은 왕족입니다. 부처님이 승가를 맡겨도 좋다고 말할 정도로 칭찬했던 사리불과 목련은 바라문 출신입니다. 부처님이 세상을 떠난 후에 사실상 교단의 중요한 일을 처리했던 가섭과 가전연 그리고 부루나 역시 바라문 출신입니다. 수보리는 상인 집안으로 바이샤 계급이라고 해야겠지요.

그런데 유달리 출생에 따른 신분이 처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우팔리입니다. 아시다시피 우팔리는 이발사입니다. 요즘처럼 그 혼자서 이발사란 직업을 택한 것이 아니라 집안이 대대로 남의 머리를 자르고 손질해주는 직업을 물려받은 것이지요. 당시 인도에서 이 직업은 천민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출가하기 전 신분은 부처님 법 안에서는 전혀 의미가 없었습니다. 그저 열심히 수행해서 성자가 되면 그만이었지요. 

과연, 우팔리는 출가한 뒤에 열심히 수행했습니다. 특히 그는 계율을 잘 지키고, 계율에 관한 작은 의심이라도 생기면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부처님에게 여쭈었습니다. 율장 『오분율』에는 우팔리 존자가 부처님에게 여쭙는 내용들이 자세하게 실려 있습니다. 게다가 너무나 엄격하게 계율을 지키려고 하는 바람에 동료 수행자들 사이에서 불평이 일었다는 사연도 있습니다. 이 정도로 계율을 엄격하게 지키고, 늘 숙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부처님은 우팔리 존자를 가리켜서 이렇게 찬탄하셨습니다.

“나의 비구제자 중에서 율을 가장 잘 지니는 사람은 우팔리다.”(『앙굿따라 니까야』)

부처님도 인정하신 사항입니다. 그런데 이 문장에 해당하는 빨리어를 보자면, 계를 지니는 것이 아니라 ‘율(vinaya)을 지닌다’라고 말씀하고 계십니다. 우리가 우팔리 존자를 가리켜서 ‘지계제일’이라고 알고 있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지율제일’이라고 해야 맞는 말인 것이지요.

불자로서 살아간다면 누구나 지켜야 할 기본적인 도덕률인 ‘계’는 우팔리 존자 말고도 모두가 충실하게 지켰을 것입니다. 반면 출가단체인 승가가 지켜야 할 규칙인 ‘율’에 관해서 우팔리 존자가 가장 해박하게 알고 있었고, 그리고 스스로 엄격하게 따랐다는 말입니다. 『중아함경』에 들어 있는 「우바리경」에 보면, “어떻게 승가가 율을 따라야 하는가”에 관해 부처님에게 조목조목 여쭙는 내용이 나옵니다. 전재성 박사는 『앙굿따라 니까야』 제1권에서 “부처님은 특히 우팔리에게 율장 전부를 가르쳤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197쪽 120번 각주). 그렇다면 이웃종교의 표현을 빌리자면 ‘율법학자’라고 해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 

『법원주림』 제25권에는 부처님의 뛰어난 제자의 덕을 설명하고 있는 가운데 우팔리 존자에 대해서도 “어떻게 우팔리(우바리)가 지율제일이라 일컬어지는지 알아보자”라며 그 사연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석가족 왕자를 포함한 석가족 남자들이 출가할 때 대략 500명이 되었는데, 우팔리가 그들의 머리를 모두 깎아주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들이 출가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9만 9천 사람들도 모두 따라서 출가하여 도인이 되었다고 합니다. 너무 과장된 내용이 아닐까 싶지만, 그만큼 석가족 남성들의 집단 출가는 그 당시 인도 사회에 커다란 파문을 불러온 것은 틀림없어 보입니다. 비록 계를 받는 자리에서 여법하게 머리를 깎지는 못했지만 자신의 머리를 깎아준 사람을 존경하는 것이 당시의 풍습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석가족 남성들은 우팔리를 비록 자신들보다 신분은 낮았지만 스승으로 깍듯하게 모신 듯합니다.(단, 자신들보다 먼저 부처님 앞에 나아가 계를 받았기 때문에 선배로서 존경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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