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을 상담하다 보면 더러는 전혀 상반된 입장에 놓인 사람들을 만나게 될 때가 있다. 남편이 바람을 피워서 괴로워하는 부인이 있는가 하면, 거꾸로 부인의 춤바람 때문에 괴로워하는 남편도 있다. 때로는 다른 사람의 부인이나 남편과 사랑에 빠져서 찾아오는 사람도 있다.
언젠가 한 번은 중년의 남자가 필자의 동료를 찾아온 적이 있었는데, 성적인 기능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고민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알고 보니까 그 남자의 직업은 흔히 말하는 제비족이 아니겠는가. 그동안 카바레에서 만난 여자들을 상대로 잠자리의 파트너가 되어 주고는 그 댓가로 돈을 받아서 생활을 해왔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갑자기 부인과의 성관계는 별 문제가 업는데 비해서, 부인 이외의 여자와 관계를 하려고 하면 임포텐스(성불능)의 상태에 빠지게 되었다. 치료자의 입장에서는 매우 바람직한 현상으로 생각이 되었는데, 정작 당사자는 생계가 위협을 받는 일인지라 꼭 치료받기를 원한다고 매달려서 난처해했던 기억이 난다.
사람에 따라서는 정상적인 사랑보다는 비정상적인 사랑에 더 탐닉(眈溺)하는 경우를 보게 될 때가 있다. 얼마전에 갓 20대 중반을 넘긴 여자가 찾아왔다. 원래는 꽤나 아름다웠을 얼굴인데 그 동안의 세월이 시련을 남긴 탓인지, 나이에 비해서 서너 살 정도는 더 들어 보였다.
"선생님! 남자가 웬일인지 술만 마시면 저를 짓밟고 때려요. 술을 마시지 않았을 때는 그렇게 멀쩡하고 신사인데 술만 마시면 사람이 돌아버리는 것 같아요."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눈에는 그 남자에 대한 적개심 때문인지 살기가 돌았다. 그 살기는 이내 한(恨)을 품은 강물로 변해서 그녀의 얼굴을 흘러내렸다.
"어떤 사이입니까?"
"…사실은 유부남이에요. 그동안 헤어질까 하고 몇 번이나 생각을 했지만, 그동안 바친 내 청춘이 아까워서라도 도저히 헤어질 수가 없어요. 안되면 그 사람의 부인에게라도 찾아가서 담판을 짓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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