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좌담] 미디어혁명시대, 불교미디어 어디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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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좌담] 미디어혁명시대, 불교미디어 어디로 가나?
  • 유권준
  • 승인 2018.12.24 17:0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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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영 불광연구원 선임연구원, 유병탁 IHQ 팀장, 윤호우 주간경향 편집장, 정재민 카이스트 교수

월간 「불광」이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변화를 맞아 불교 잡지를 비롯한 불교미디어가 나 아갈 방향을 모색해보고자 특별 좌담회를 개최한다. 좌담은 월간 「불광」 유권준 편집주간의 사회로 학계와 불교계, 디지털콘텐츠, 잡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초청해 이뤄졌다. 편집자주

참석자.  서재영 불광연구원 책임연구원 / 유병탁 IHQ 디지털콘텐츠팀장

          윤호우 경향신문 주간경향 편집장 / 정재민 카이스트 정보미디어경영대학원장

사회      유권준 월간불광 편집주간

진행      김우진 월간불광 기자

사진      최배문 

사회 

오늘 좌담회는 불교 미디어의 현황을 살펴보고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미디어 혁명의 맥락을 검토해 불교미디어들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불교의 역사를 살펴보면 미디어를 가장 잘 활용해온 종교라는 생각이 듭니다. 불교의 핵심 가르침이 구전을 통해 전승되다가 결집을 통해 인쇄물로 만들어지고 세계로 전파 되는 과정이나, 활자의 개발, 불화나 각종 불교미술 작품을 보아도 미디어 활용에 가장 적극적인 종교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한반도의 상황만 해도 그렇습니다. 목판인쇄를 일찍이 발전시킨 것도 불교계였고,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를 가장 먼저 활용한 것도 불교계였습니다. 하나의 사례가 되겠지 만, 고려대장경의 판본을 보면 글뿐만 아니라 다 양한 그림을 활용하던 모습을 봐도 그렇고요. 그런데 현대에 와서는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떻게들 생각하시나요?

서재영

과거에는 종교가 사회를 주도하는 시대였다. 근대까지만 해도 종교인이 과학자이자 철 학자였고 사회를 이끌어 가는 오피니언 리더였 다. 즉 종교가 사회를 이끌어 가는 가장 중요한 집단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사회를 이끌어 가는 것은 종교가 아니다. 지금은 물질적인 토대를 가진 집단이 사회를 이끌어간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기업이라고 할수있다. 물론 과거를 돌아 보면 불교는 전법을 위해 미디어나 콘텐츠 생산에 대단한 열정을 갖고 있었다. 최첨단의 과학과 기 술을 이용해 전법에 활용하려 했었던 열정이 있었 다. 법회나, 불화 등 체험 중심의 미디어에 대해 열정이 있었고, 직접 콘텐츠도 만들어왔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사회는 경제적 주체가 이끌어가고 있다. 뉴미디어 환경에서 불교가 기술적으로 선도할 수는 없겠지만 전법에 대한 그런 열정만큼은 계승해야 한다고 본다.

정재민

과거에는 종교가 권력이고 정치의 중심 이었다. 불교도 마찬가지였다. 즉 그런 맥락에서 보면 왜 지금은 종교가 권력이 아닌가, 불교는 왜 권력에서 멀어졌나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과거의 대장경이나 직지심경과 같은 미디어를 생각해 보면 그것은 콘텐츠이자 기술이고 권력이었다. 하지만, 기술의 시대가 되면서 콘텐츠와 플랫폼이 분리되기 시작하고 있다. 나아가 플랫폼이 콘텐츠를 지배하는 시대에 이르렀다. 즉 과거에는 콘텐츠가 기술을 지배하는 시대였다면 이제는 그렇지 않다 는 것이다. 즉 과거는 팔만대장경이 활자와 목판이라는 미디어를 지배하는 시대였다면 이제는 유튜브라는 플랫폼이 불교라는 콘텐츠를 지배하는 시대가 되어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윤호우

고려의 활자나 구텐베르크의 활자가 처음 인쇄한 것은 불교경전이나 성경이었다. 즉 최신의 기술을 통해 구현하고자 하는 종교적 열망 이 있었다는 것이다. 또 종교 지도자들의 아우라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도 그러한 열망이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불교는 대체로 올드미디어에 더 적합한 종 교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체험이나 수행을 중시하는 것도 그렇고 아날로그 지향적인 것이 불교의 특징이 아닌가 하는 생각한다. 공간도 필요하고 시간도 필요하지 않나?

유병탁

과거에는 미디어가 콘텐츠를 뿌려주면 수요자들이 대체적으로 그냥 수용하는 정도였다면 지금은 수요자들이 파워를 갖게 되면서 양상이 변했다. 불교의 경우 수요자들의 심리를 읽어내는 데 실패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즉 고리타분한 느낌, 변화하지 않는 화석 같은 느낌이 여전하다. 콘텐츠나 미디어는 저만치 앞서가는데 불교미디어나 불교는 별로 변화하는 느낌이 없다. 콘텐츠의 유통방법이나 불교는 이래야 한다 는 고정관념이 너무 강한 것 같다.

서재영

『화엄경』 「보현행원품」에 보면 “수기요욕 隨其樂欲 성숙중생成熟眾生”이라 하여 “그들이 좋아하는 바에 따라 중생을 성숙시킨다”는 말씀이 있다. 중생의 선호를 따라 법을 전달하라는 말씀이다. 카톡이든 영화든 유튜브든 중생들이 즐겨한 다면 그것을 따라가는 것이 전법의 관점에서 보면 불교야말로 뉴미디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종교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정재민

불교 자체가 올드미디어에 적합하다기 보다, 현대인들의 고민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 경험을 생각해보면 예전 교수님 께 책갈피를 선물로 받았던 좋은 기억이 있어, 학생 들에게 책갈피를 선물했었다. 그랬더니 학생들이 쭈뼛쭈뼛 하더라.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책갈피를 꽂을 책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때서야 학생들이 대부분의 교재나 책을 전자책으로 보고 있음을 알았다. 그만큼 시대가 변한 것이다. 불교도 그런 것 아닐까? 책갈피가 필요 없는 학생들에게 책갈피를 사용하라고 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든다.

사회

오늘 논의해 볼 주제인 미디어 혁명에 대해 먼저 논의를 시작해보겠습니다. ‘4차 산업혁명이 다’, ‘미디어 빅뱅이다’, 혹은 ‘미디어 융합이다’ 해서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신문, 잡지, 방송과 같은 올드미디어들의 부침이 심한 것 같습니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정재민

몇 해 전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창 던지기 금메달을 땄던 케냐의 줄리우스 예고의 예를 들어볼까 한다. 케냐를 비롯해서 아프리카 대 부분의 나라의 육상대회는 트랙종목 경기만 할 뿐 필드 종목(투포환, 창던지기 등)은 아예 없다고 한다. 당연히 코치도 없었다. 해외 유망주 연수에 선발되어 핀란드에서 잠깐 배운 게 전부라고 한다. 그런데 이 선수가 코치로 삼은 게 바로 유튜브였다는 것이다. 유튜브의 창던지기 영상을 찾아보며 독학 을 해 세계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낸 것이다.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유튜브가 어떤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또 한 가지이제 대중들이 네이버 같은 국내 검색엔진을 외면하기 시작했다. 얼마전 딸이 전자 피아노 연주를 배우고 싶다고 해 네이버를 검색했더니 전자피아노를 판매하는 사이트만 주욱 나오더라. 결국 구글과 유튜브를 통해 전자피아노 연 주를 가르쳐주는 영상을 찾아 활용할 수 있었다. 검색엔진과 인터넷에서 드라마틱한 변화가 일어 나고 있다. 명상이든 불교 교리든 법문이든 유튜브에서 승부가 나고 있다. 그런데 거기에 불교가 준비가 되어 있나를 생각해봐야 한다. 예전에 서재영 박사가 운영하던 홈페이지에 가끔 보던 기억이 나는데, 이제는 그 콘텐츠가 유튜브에 없다면 이제 활용도가 많이 떨어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유병탁

유튜브의 변화는 정말 드라마틱하다. 사람들의 모든 눈과 귀는 지금 유튜브에 쏠려있다. 무언가를 배우고 싶은 사람, 좋은 상품을 찾는 사람, 노래를 부르고 싶은 사람 등등 무엇을 원하 든 원하는 모든 것은 유튜브에 있다고 보면 된다. 사업을 하는 사람이면 당연히 사람이 많이 모이는 유튜브에서 광고를 하고 프로모션을 한다. 그래야 돈을 벌 수 있으니까. 상업적인 성격은 아니지만 상황이 이렇다면 불교도 유튜브에 무엇을 보여줄 것인지를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닐까. 40대 이하는 무얼 하든 이제는 유튜브를 통해서 한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잡지나 신문도 이런 면에서 굉장히 취약하다. 독자들이 이미 유튜브에서 헤엄치고 있는 데 우리 독자들은 어디 있나 고민하면 뭐하나? 시장과 유리된 채 고립된 미디어들이 안타깝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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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광씨 2019-01-11 13:10:03
옳으신 지적입니다^^

간지 2019-01-08 16:17:30
정확한 사실 진실만을 알려서 신뢰성을 높이는 것이 정말 중요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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