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제자 이야기] 가장 평화로왔던 수보리 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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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제자 이야기] 가장 평화로왔던 수보리 존자
  • 이미령
  • 승인 2018.11.23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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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봉정사영산회괘불도. 보물 제1642호, 1710, 비단에 채색, 713.5×575㎝, 중앙의 석가모니를 중심으로 8보살과 10대 제자가 둘러싸고 있다. 사진제공_안동 봉정사

|    손오공 이름을 지어주다

중국 고전 『서유기』를 읽다가 새삼스레 확인한 사실 하나가 있습니다. 천방지축 원숭이 한 마리가 그들 종족의 왕이 되어 온갖 환락을 누리다가 문득 인생무상을 뼈저리게 느끼고 도를 찾아 나섭니다. 수미산을 중심으로 사대륙을 헤매다가 만난 이가 바로 수보리 존자입니다.

『서유기』가 불교 세계만을 바탕으로 펼쳐진 소설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압니다. 그러니 수보리 존자가 소설 첫머리에 등장했다고 해서 당장 이 원숭이 왕에게 『금강경』을 설해줄 리는 만무입니다. 수보리 존자는 그 대신 그에게 이름을 붙여줍니다.

성은 손이요, 이름은 오공이라 -.

어릴 때 읽으면서는 그저 지나친 대목인데, 모든 것은 자성이 비었다는 공空의 이치를 깨달으라는 뜻에서 오공悟空이라 불리게 됐다는 사실. 그리고 이런 이름을 해공제일解空第一 수보리 존자가 지어줬다는 사실이 소설임에도 흥미롭습니다. 

진리를 구하러 천축으로 가는 과정이 펼쳐질 것임을 빤히 알면서도 어쩌면 손오공은 그 와중에 공空이라는 화두를 받은 것이 아닐는지요. 공이란 무엇이냐, 이런 숙제를 안고서 손오공은 그걸 풀기 위해 온몸으로 날뜁니다. 그래봤자 부처님 손바닥 안이지만 말입니다. 아무튼 중국 사람들에게 수보리 존자는 ‘공’의 최고 권위자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한 것처럼 보입니다. 

한국도 같습니다. 우리에게 “수보리!” 하면 『금강경』이며 이 경의 주제가 무엇인지는 말하지 않아도 다들 잘 압니다. 이 경전에서 부처님은 수많은 제자들을 다 제쳐 두고 수보리를 자꾸 부르시는데, 그 까닭은 석가모니 부처님이 어머니 마야부인을 교화하던 사연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싯다르타를 낳고 이레 만에 세상을 떠난 마야부인은 도리천에 올라갔고, 훗날 붓다가 되신 아드님은 어머니에게 법을 들려주기 위해 천상으로 올라갑니다. 이때 지상에서는 부처님 자취가 끊기고 말았으니 적적하기 이를 데가 없었지요. 석 달의 법문을 마치고 다시 땅으로 내려올 때 사람들은 승속을 가리지 않고 가장 먼저 부처님을 맞이하려 안달이 났습니다. 어느 숲속에서 옷을 깁고 있던 수보리 역시 스승님을 맞이하려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다 문득 다시 주저앉습니다.

‘과연 내가 지금 보려고 하는 것이 진짜 여래인가? 허상뿐인 몸이 아닐까? 우리는 진짜 여래를 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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