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강의실 357호] 선禪의 합리적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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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강의실 357호] 선禪의 합리적 이해
  • 홍창성
  • 승인 2018.11.23 16:14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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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체로서의 불성과 하나 되는 체험은 불교적인 것인가?
사진=픽사베이

선禪은 합리적合理的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보는 분이 많다. 문자로는 서지 못한다는 불립문자不立文字를 표방하는 선禪에 합리성이 들어올 여지가 없다는 이유다. 선禪이 처음부터 이해理解의 대상이 아니라 수행을 통한 이룸 또는 체험의 과정이라고 보는 분에게는 ‘선禪의 합리적 이해’라는 이 글의 제목부터 앞뒤가 안 맞는다. 이런 선禪의 전통을 고려하면 강의실에서 한정된 시간 동안 합리적인 미국대학생들에게 강의와 토론을 통해 선禪의 정신을 이해시켜 전수하기는 분명 불가능하다. 이번에는 이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내가 어떻게 시도해 왔는가를 소개한다. 

|    개구즉착開口卽錯

‘입만 벙긋하면 그르친다’는 개구즉착이라는 말은 우리가 입을 열어 언어를 사용하는 순간 진리를 왜곡한다는 말이다. 선가禪家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동념즉괴動念卽乖라며 ‘생각이 일어나자마자 어그러진다’는 구절도 있다. 도불가설道不可說 즉 ‘도道는 말할 수 없다’와 같이 도교道敎의 향취가 물씬 풍기는 이런 문장들로 선가에서는 도道 또는 진리에 대한 언어 및 개념적 접근을 금기시한다. 선가에서 말하는 도道가 힌두교의 브라만과 닮아 조심스럽지만, 진리에 대한 개념적 접근이 무용無用하다는 주장은 불교의 가르침과 상통한다. 

나는 다음과 같은 한국식 선문답禪問答을 소개하며 미국학생들에게 이심전심以心傳心의 전통을 소개한다.

학인學人 : “부처란 무엇입니까?”

선사禪師 : “개똥이다!”

마치 부처가 개똥이라는 듯한 선사의 엉뚱한 답변에 학생들은 그 큰 눈들을 더 크게 뜬다. 그러면서 부처가 왜 개똥인지 끙끙거린다. 개똥 화두話頭를 든 셈이다. 그러나 여기서 개똥은, 서양식으로 말하자면, 쇠똥(bullshit)으로 헛소리 또는 넌센스라는 뜻으로 쓰였다. 점잖게 답하려면 “무無!”라고 외쳐도 되었다. 그런데 무엇이 넌센스라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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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기태 2022-05-13 08:07:30
감사합니다.
명쾌 하십니다.
직접체험이 깨달음이라면 공도리에 어긋난다.

이용견 2022-02-07 03: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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