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붓다] 강원환경설치미술제 성민 스님과의 차담
상태바
[상상붓다] 강원환경설치미술제 성민 스님과의 차담
  • 마인드디자인(김해다)
  • 승인 2018.10.26 14: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원환경설치미술제 조직위원장 성민 스님과의 차담예술의 공성空性
사진제공 : 강원환경설치미술제 조직위원회

무더웠던 여름의 끝자락, 조금은 선선해진 날씨에 나들이하는 마음으로 강원도 홍천으로 향했다. 

백락사百樂寺 주지 성민 스님이 2006년부터 한 해도 빠짐없이 13회째 주최해온 강원환경설치미술제를 보기 위해서다. 그리 크지는 않지만 도량을 가꾸는 정성스런 손길이 느껴지는 백락사와 주음치리라 불리는 마을에는 그 이름처럼 백 가지 즐거움이 숨어 있었다. 한 시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도처에 자리 잡고 있는 각양각색의 조각품들을 실컷 구경하고 난 한 주 뒤, 조직위원장 성민 스님과의 차담을 위해 다시 백락사를 찾았다.

|    일상을 예술처럼

경내에 들어서서 제일 먼저 보이는 작품은 김도현 작가의 ‘자유로운 새(The Free Bird)’이다. 한 마리의 새가 석탑 위를 날아가는 순간을 나무젓가락을 집적하여 포착한 조각이다. 바쁜 일상 속 배달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현대인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나무젓가락들이 새가 되었다.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 자신들의 수행과 자유가 부처님의 사리나 경전을 모셔놓는 탑의 전통적인 상징성 위에서 자유롭게 날고 있었다. 

대만에서 온 보센 리아오Bosen Liao와 용창 첸Yungchang Chen이 대만 원주민들의 전통 공예 방식으로 대나무를 엮어 만든 그늘에서 잠시 쉬었다가 울창한 소나무 숲으로 들어서자 한가운데 우뚝 서 있는 박상덕 작가의 작품 ‘문門’이 보인다. 門의 글자를 입체적으로 구현한 작품의 형태는 사방이 입구이고 동시에 출구이다. 안과 밖이 둘이 아님을 말하는 현대판 불이문不二門이다.

강원환경설치미술제는 하얗고 텅 비어있는 갤러리 공간도 아니고, 도량과 숲의 환경에 맞추어 작가가 직접 제작, 설치하는 상당히 공이 많이 들어가는 방식임에도 사찰 도량과 뒷산에는 올해 초청작가 33인의 작품들뿐만 아니라 이전 작가들이 남기고 간 작품들까지 약 50여 점의 작품이 자리 잡고 있었다. 꽤 큰 규모다. 어떻게 시작된 미술제일까?

일은 성민 스님이 이필하 교수(건국대학교 예술대학장)와 차를 한잔 기울이다 시작되었다. 울창한 소나무 숲이 있는 아름다운 뒷산을 보고 미술 전시를 한번 해 보자는 이필하 교수의 제안을 스님은 ‘쿨하게’ 승낙했고, 그렇게 시작된 첫 번째 전시에서 스님은, 미술에 반해버렸다.

2006년에 치렀던 첫 전시는 부처님 오신 날에 맞추어 이른 봄 개막했다. 새순이 돋기도 전에 설치를 마친 작품들은 봄의 기운이 만연해짐과 함께 하루가 다르게 변해갔다. 스님은 “녹음이 우거지는 자연환경의 변화에 따라 미술 작품이 하루하루, 아니 순간순간 다르게 보이는 경험은 놀라웠습니다”며 첫 전시에서 느꼈던 경외감을 회상한다. 그 감동이 13년이라는 짧지 않은 세월 동안 500여 명의 국내외 작가들을 초청하여 전시를 꾸리게 된 이유였다.

스님에게는 생활공간이었던 도량과 뒷산이라는 환경을 미술작품을 보는 시선으로 바라보기 시작하자 모든 것이 다르게 보였다는 스님은 농사를 지을 때에도, 사찰을 꾸밀 때에도 정성을 다하기 시작했다.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일상이 예술이 됨을 한 번 맛보니, 농사도 그렇게 짓게 되었습니다. 묘목을 반듯하게 심지 않아도 수확이야 잘 되겠지만, 정성을 다해 일을 하자 마음이 달라지더라고요” 하는 스님은 행복해 보였다.

 

|    사라짐을 내포하는 조각

한 달 남짓한 기간 동안 열리는 행사지만 작가 섭외부터 설치까지 일 년 내내 신경을 써야 한다. 초청한 작가들에게 숙식과 작품 제작에 소요되는 재료비, 외국 작가의 경우에는 항공료까지 지원해주며 꾸려온 행사는 미술에 대한 웬만한 애정 없이는 힘들 것 같다. 스님에게 어떤 작품이 제일 좋은지 물었다.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