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의 삶에서 뽑은 명장면] 저 집을 부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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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의 삶에서 뽑은 명장면] 저 집을 부숴라
  • 성재헌
  • 승인 2018.10.26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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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돌집을 지어 수행하며 이를 애지중지했던 비구에 대해 붓다가 남긴 말씀
기원정사 터. ⓒ 불광미디어

얼마 전 아내가 집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도 좀 멀쩡한 집에서 삽시다.”

우리 집에는 모과나무가 한 그루 있고, 손바닥만 한 마당에 봄이면 보랏빛 제비꽃과 하얀 둥굴레가 앙증맞게 피고, 여름이면 시뻘건 능소화에 분홍빛 수국이 요염하고, 가을이면 분꽃이 마당 가득 향기를 내뿜고, 겨울이면 마루에 앉아 쌓였다 녹는 눈을 가만히 지켜볼 수 있다. 게다가 고개를 살짝만 들어도 밝았다 어두워지는 하늘에 모였다 흩어지는 구름을 오래오래 바라볼 수 있으니, 나에게는 더없이 좋은 공간이다. 

하지만 우리 집은 또 처마가 다닥다닥한 좁은 골목길 안쪽에 자리한 50년 된 집이고, 시멘트 블록 골조에 기와로 지붕을 올리고 그것도 반은 슬레이트인 집이며, 뒷마당에 놓인 프로판 가스를 교체할 때마다 방을 두 개나 건너야 하는 집이다. 그러니 아내에게는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을 것이다. 

아내는 ‘아파트에서는 이제 도저히 살 자신이 없다’는 나의 의견을 수용하여 근교의 단독주택을 알아보자고 제안했다. 풍광 좋은 곳에서 노년을 여유롭게 보내고 싶은 것은 많은 이들의 로망이다. 해서 이참에 우리도 그 대열에 합류하자 싶어 소위 ‘전원주택’이라고 지어놓은 집들을 둘러보게 되었다. 그러다 맘에 드는 집을 하나 찾았다. 

널찍한 품을 가진 큰 산이 날개를 편 학처럼 뒤편을 두르고, 봉긋한 작은 둔덕에 자리 잡고서 앞쪽으로 너른 들판과 강을 낀 집, 말끔한 신축 건물에다 그리 크지도 작지도 않은 집, 그야말로 나와 아내의 욕구를 모두 충족시키는 그런 집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돈이었다. 수중에 현금이 없으니 현재 살고 있는 집을 처분하고도 새집 계약서를 들고 은행을 찾아가 대출을 받아야 했고, 그것도 모자라니 어디 돈 많은 지인에게 돈을 꾸어야 할 판이었다. 아내와 둘이서 한참을 궁리하다가 결론을 내렸다. 

“그냥 살던 대로 삽시다.” 

아내는 없던 일로 하자며 제법 환하게 웃어보였지만, 마음이 영 개운치 않았다. 오랜 세월 꾹꾹 누르다가 겨우 꺼내놓은 아내의 불만도 해소해 주지 못하는 무능한 가장, 그것이 현재 나의 모습이란 생각에 자괴감이 들었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나 자신이었다. 견물생심見物生心이라더니 뒷산이 아름답던 그 전원주택이 문득문득 떠오르면서 어제까지 맘에 들던 우리 집이 갑자기 초라하게 느껴졌다. 슬그머니 고개를 내민 탐심貪心은 좀처럼 고개를 숙일 줄 몰랐고, 채워지지 않는 욕심에 헛헛함과 자괴감이 요동쳤다. 이 맘을 어떻게 다잡아야 할까? 문득 10여 년 전에 읽었던 『십송률十誦律』의 한 대목이 생각났다. 

『십송률』 제1권 「4바라이법에 대한 설명(明四波羅夷法)」에 다음 이야기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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