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으로 읽는 현대경영]유마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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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경으로 읽는 현대경영]유마경영
  • 이언오
  • 승인 2018.09.03 14: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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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가 거사는 생업·수행의 불이不二를 실천

|    유마는 지혜·도력이 출가자보다 뛰어난 재가 거사

『유마경』은 재가 거사居士가 주인공인 희유한 경전이다. 주연은 상인 유마힐, 무대는 상업 도시 비살리. 불교 중심이 출가자에서 재가자로 옮겨가고 대승이 흥기하던 시기에 찬술되었다. 연극적 구성에 유머·반전이 많아 재미있게 읽힌다. 수백 년 후 중국 현장이 비살리를 방문했을 때 유마의 병실이 남아있었다고 한다. 널리 퍼지고 깊이 감화를 주었음을 시사한다. 

『유마경』에는 반야부 계통의 뛰어난 지혜들이 녹아있다. 다른 경전들이 공 해석에 치우쳤다면 유마경은 공의 실천을 강조한다. 공상空相에 집착하는 출가자를 나무라며 세속이 공 실천의 현장임을 보인다. 유마는 불이不二에 대해 질문받고서 그냥 침묵한다. 침묵은 불립문자와 무애행의 도리를 일깨운 것. 물에 비친 달(문자)에 의지하되, 허공의 달(진리)과 하나 되어 구름에 걸리지 말라(실천)는 의미이다.

유마는 지혜와 도력이 부처님 다음으로 뛰어나다. 보살·제자들은 유마에게 배우러 왔다가 제압당한다. 유마는 처처가 도량이라며 재가·출가 구분을 부정한다. 앉는 자리를 없애 승단의 조직화를 비판한다. 천녀는 옷에 꽃을 들러붙게 해서 계율의 형식주의를 꼬집는다. 소승 출가자의 한계를 보여주고 대승 재가자의 자신감·자긍심을 드러낸다. 지금 재가자 수준과 역할이 유마 당시보다 크게 후퇴한 듯하다. 

유마가 병이 든 이유는 중생이 아프기 때문이다. 보살을 진흙탕에 핀 연꽃으로 비유하면서, 처자 거느리고 장사 하는 것이 모두 보살행인 것이다. 부처님은 상인들에게 장사로 이익 내서 보시하라고 가르쳤다. 출가자의 생업을 금한 것은 수행에 소홀할까 우려해서였다. 유마는 수행·생업의 불이로 승속을 넘나든다. 수행 없이 생업에 급급한 요즘 재가자와 대비가 된다. 

거사는 출가 재가자인 동시에 재가 출가자. 머물고 떠남이 무애한 수행·보살행의 실천자이다. 재가자는 유마에 관심을 갖고 그처럼 살아야 한다. 거사 명칭이 실천의 기준과 기운, 중심이 되어야 한다. 불교에서 유래한 장로·집사가 기독교 용어로 쓰이고 있다. 장자의 아들처럼 옷 속에 보석이 있는데 거지로 살아가는 셈이다. 재가 거사가 제 역할을 다해야 대승의 불교가 세상을 이끌 수 있다. 재가자를 지혜 바탕의 생업으로 자비를 실천하는 거사로 재정의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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