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보에서 부처를 만나다 |
불교문화재를 성보聖寶라고 하지요. 부처님이 깃들어있는 성스러운 보물이라는 의미입니다. 역사가 깊은 절을 가보면 주위 눈길 닿는 곳이 다 문화재임을 알 수 있습니다. 사찰들은 이 성보문화재를 잘 보존하고 불자들에게 전하기 위해 성보박물관을 지었습니다. 하지만 이곳은 단순히 유물을 보존하는 공간이 아닙니다. 먼 옛날 사부대중이 정성으로 모셨던 부처님을 만나는 장소라 할 수 있지요. 오래전 옛날부터 우리 곁을 살피던 부처님은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하실지 궁금합니다. 성보박물관을 찾아가 봅니다. 01 월정사 성보박물관 유윤정 | 02 송광사 성보박물관 유윤정 |
천 년의 시간, 천 년 불심을 만난다
전라남도 순천, 승보사찰 송광사의 경내를 걷는다. 800여 년 전 보조 국사가 장삼 자락 여며가며 거닐었을 이 길. 편백나무 숲길을 따라 걷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면 연면적 2,877㎡, 지상 2층 규모의 성보박물관이 등장한다. 송광사 천년의 역사를 만날 수 있는 국가지정문화재가 가장 많은 성보박물관. 국보 4점, 보물 27점 등 성보 20,000여 점이 수장돼 있는 송광사 성보박물관에서는 송광사의 역사와, 불ㆍ법ㆍ승 삼보를 각 주제로 전시실을 꾸민 상설 전시가 진행 중이다.
송광사 성보박물관 관람 TIP
성보를 만나기 전 송광사 성보의 역사를 알면 유물이 달리 보일 것이다. 송광사 스님들은 성보를 자신의 목숨보다 앞서 보호했다. 스님들은 6.25 전쟁 중에도 성보를 여기저기 숨기고 감추고서야 피난길에 올랐고, 전란 이후 경내 전체에 불이 났을 때는 몸에 물을 끼얹고 박물관에 뛰어 들어가 유물을 건져왔다.
당시 대웅전을 비롯한 대부분의 전각이 전소됐지만 대웅전보다 박물관을 먼저 중건할 정도였다. 도둑이 훔쳤다가 강에 버린 향로를 한겨울에 강물에 뛰어들어 찾아온 일도 있다. 이렇듯 송광사 성보박물관은 보조 국사 당시부터 시작해서 지금 이 순간까지 목숨으로 지켜온 성보를 만날 수 있는 자리다. 송광사 성보박물관의 성보를 만나면 그만큼 절절했던 불심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덧붙여 이곳은 승보사찰답게 대장경 주석서인 <고려교장>이 가장 많이 소장돼 있는 곳이기도 하다. 당시 스님들이 연구했던 고려교장을 만날 수 있다.
상설전시 뿐만 아니라 매번 새로운 특별전도 기획된다. 또한 일 년에 한 번 초파일에 맞춰서는 보조 국사 종재에 맞춰 2주간 보조 국사가 들고 다녔던 국보 제42호 목조삼존불감을 특별 공개한다. 현재 특별전은 송광사 사계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유동영 작가의 사진전이 12월까지 진행된다.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으로 ‘옛날 책 만들기’ 체험도 가능하다. 또 하나의 팁은 템플스테이다. 송광사 성보박물관 바로 옆에는 템플스테이 숙소가 있다. 오늘의 송광사에서 템플스테이를 하며, 과거의 송광사를 만나고, 문화재들을 지키기 위한 스님들의 노력과 정신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