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사찰에서 보내는 안거 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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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사찰에서 보내는 안거 수행
  • 유윤정 / 김우진
  • 승인 2018.08.29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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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사찰에서 보내는 안거 수행

안거의 계절입니다. 스님들은 음력 4월 보름 다음날부터 7월 보름까지 3개월 동안 함께 모여 수행 정진하는 하안거夏安居에 들어갑니다. 안거安居는 부처님이 계실 때부터 시작했습니다. 우기에 비를 피하기 위해 한곳에 머물면서 수행에 전념했습니다. 안거는 정진이면서, 나를 쉬게 하는 더할 나위 없는 조건이기도 합니다. 더위가 몸과 마음을 지치게 하는 요즘. 마음을 챙기기 어려운 날씨가 지속될 때, 고요한 숲으로 들어가 마음 살피는 짧은 안거를 행해보면 어떨까요. 불광이 추천하는 고요한 절과 녹음 짙은 숲. 홀로 안거하기 좋은 곳입니다. 

가평 백련사 / 강릉 현덕사 / 경주 기림사 / 고성 화암사 / 성주 심원사 / 영동 반야사

 

| 경기 가평 백련사

잣나무 향기 맡으며, 잘 쉬었다 간다      

사진 : 최배문

경기도 가평 축령산 자락에 내려앉은 백련사 대웅전은 단청을 칠하지 않아 소박하다. 따뜻한 나뭇결과 문에 새겨진 꽃살이 도량을 품는 짙푸른 녹색과 더욱 잘 어우러진다. 오래된 역사를 간직한 사찰은 아니지만, 고요하게 머물며 수행하기엔 안성맞춤. 높고 푸르른 잣나무 숲속으로 떠나는 여행, 백련사(주지 승원 스님)는 도심에서 멀지도 않고 가깝지도 않은 곳이기에 언제든 향하기 좋다.

백련사에서 보면 가까이 대금산이 보이고, 멀리로는 인연산이라도 불리는 명지산이, 그리고 용문산이 파도처럼 넘실댄다. 왼쪽에는 운악산, 오른쪽은 호명산, 뒤로는 축령산과 서리산이 있다. 이 산봉우리들이 연꽃잎처럼 둘러싸고 있는 중심에 들어서 있어서 그 이름이 백련사다. 울창한 잣나무 숲에 둘러싸인 소담한 절, 대웅전 처마 밑 용머리에 소복이 쌓인 송홧가루가 잣나무의 숨결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소박한 멋이 있는 백련사는 앉는 자리마다 휴식처다. 대웅전에서 참배를 한 후 오른쪽 위 오르막길을 향하면 2층짜리 신식건물 선불장이 나온다. 선불장은 템플스테이 수행관이다. 말끔한 건물에서 쉬는 것도 좋다. 하지만 얼른 선불장 오른편 단풍나무 밑으로 향한다. 한여름에도 붉은 단풍나무 밑에는 편하게 앉아 사유하기 적당한 널찍한 돌이 있다. 돌 위에 가만히 앉아 주변을 돌아보면 산이 너울너울 산수화처럼 펼쳐진다. 

사진 : 최배문

클로버 언덕을 지나면 여러 명이 함께 앉아 대화 나누기 좋은 널돌 의자가 있다. 주지 승원 스님은 선불장 댓돌에 걸터앉아 있다가 “저 나무 밑에 들어가 보면, 하늘도 안 보일 걸?” 하고 쉬어가기 좋은 장소를 일러준다. 숲에서 저마다 다른 새들이 휘~피르르, 삐리릭, 호루루, 목청을 뽐냈다. 도심의 소음과 차단된 공간, 자연의 멋을 느낄 수 있는 곳. 새들의 노래를 따라 백련사 뒤 잣나무 숲길로 포행을 나선다. 

선불장과 안심당을 지나 절의 뒤편으로 난 길을 20여 분 오르면 가평 8경 중 제7경인 축령백림, 잣나무 숲길이 펼쳐진다. 해발 450~600m에 위치한, 하늘이 보이지 않을 듯 높은 잣나무가 사방 4Km에 빼곡히 있는 웅장한 숲이다. 발걸음마다 상쾌한 나무 냄새를 맡으며 치유의 숲을 걷는다. 생각을 정리하며 천천히 걸으면 두 시간이 걸린다. 봄이면 서리산 정상이 철쭉군락으로 붉게 물드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정말 잘 쉬었다 간다’ 그것이면 충분합니다. 나를 나답게 여기고, 스스로 정말 잘 쉬었다 간다는 생각, 그것 하나면 됩니다. 어느 환경이든 나에게 온 선물이라고 생각하세요.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살면 진짜 선물이 됩니다. 이 시간, 이 순간, 어느 때 하나 선물 아닌 것이 없답니다.”

템플스테이 지도법사 선효 스님이 우화정에서 구절초 꽃차를 내려주며 말을 건넸다. 하루를 묵으려 들어선 잘 정비된 방사에는 사진으로 설법하던 관조 스님의 오리지널 사진이 걸려있었다. 백련사에서만 볼 수 있는 사진법문이다. 뻐꾹, 숲에서 뻐꾸기가 울었다. 찰나의 새소리도 선물 같은 시간이다.    

사진 : 최배문
사진 : 최배문

 

가평 백련사 / 경기도 가평군 상면 샘골길 159-50  / 031-585-3853

유윤정  vac9136@hanmail.net

 

| 강원 강릉 현덕사

사발커피 한 잔이 선사하는 여유      

사진 : 임경빈

인간관계, 가족관계, 취업 고민, 직장 시달림…. 갖은 스트레스를 떨쳐 버리고 오롯이 말간 나를 찾으러 동쪽으로 내달린다. 작아서 좋은 절, 소박해서 좋은 절. 강릉 현덕사(주지 지정 스님)는 오대산 줄기 만월산 중턱에 자리한 사찰이다. 기도하러 왔다가 달빛 가득 쏟아지는 밤에 보았던 하얀 조팝나무 꽃이 그렇게도 좋았다는, 달밤이 멋있는 절이다.

진부IC에서 25분. 오대산 절경이 펼쳐지고 진고개를 지나 구불구불 좁은 산속 길을 올라가면 숲에 가렸던 절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만월산 솔숲이 둥글게 품고 있는 아담한 절, 툭 터진 하늘과 넓은 도량이 휴식의 시작을 알린다. 멀리서 가까이서 들리는 새소리와 물소리에 도심 소음으로 긴장하던 귀가 편안해진다. 북강릉IC에서 가슴이 확 트이는 동해 바다를 보며 15분을 달려도 현덕사에 닿을 수 있다.

사진 : 임경빈

“찬찬히 둘러보소, 저 뒤뜰에 약사부처님이 참 예쁘다.”

회주 현종 스님이 법당 마당 구석에서 호미를 들고 풀을 캐다 맞이한다. 작은 화단에 고추를 심고 있었다. 참나리 꽃이 피어있는 뒤뜰에 소나무 숲속 약사여래불을 참배한다. 가을이 되면 이 언덕에 목화가 소담히 솜을 피워 올릴 것이다.

현덕사는 고요하고 자유롭다. 공양시간만 잘 지키면 나머지 시간은 전부 나를 위해 쓸 수 있다. 마당을 뛰어다니던 개 현덕이와 보리가 인도하는 길을 따라 포행을 나서면, 솔향기 피어오르는 촉촉한 오솔길이 펼쳐진다. 멀지 않은 거리라 가볍게 사색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원한다면 스님과 대화를 나눌 시간도 많다. 현종 스님은 다실에서 스님이 참숯으로 볶은 커피를 맷돌로 갈아 커피를 내려준다. 양손으로 감싸 쥐어야 하는 찻사발에 한가득 커피를 담아 마시며 진솔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스님의 방에는 ‘억지로라도 쉬어가라’라는 글씨가 있다.

“억지로라도 쉬어가야 합니다. 오롯이 나를 바라보는 시간, 자기한테 선물 같은 휴식을 줘야 해요. 힘든 일, 세상 압박 내려놓고, 여기서 세 끼 먹고, 차 마시고, 포행 하면서 보내길 바랍니다.”

혼자와도 된다. 혼자 올 때 더 좋다. 스님은 현덕사에 오면 제일 먼저 낮잠을 자라고 권했다.

“요즘 사람들 밤새워 공부하고, 늦게까지 일해요. 잠깐 솔바람 소리 들으면서 낮잠 한두 시간 자면, 어떤 좋은 것 보고, 좋은 말 듣는 것보다 좋습니다. 자기 몸을 살피는 시간입니다.”

사진 : 임경빈
사진 : 임경빈

 

경내에서 가볍게 발걸음을 옮기는 박지희(41, 서울 은평구) 씨는 4일째 머무르고 있었다. 7년 전 템플스테이를 해본 후부터 매년 휴식이 필요할 때 현덕사를 찾아온다. 그는 고민을 가져와 이곳에 내려놓고 편안함을 얻어갔다.

“모든 걸 다 떨쳐버리고 싶을 때가 있죠. 폭발하기 일보 직전일 때, 휴가 내고 찾아옵니다. 이곳에 있으면 시간이 정지된 느낌이 듭니다. 나를 돌아보는 시간입니다. 내게 주어진 자유죠.”

안거, 편안하게 머문다. 둥근 달을 바라보며 혼자 고요히 앉아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이곳. 가볍고 편안함을 느끼며 만월산에서 나올 때, 차가 떠날 때까지 배웅하는 스님이 한마디 툭 말을 건넸다. 

“수처작주隨處作主 하십시오. 항상 건강하소.”    

강릉 현덕사 / 강원도 강릉시 연곡면 싸리골길 170 / 033-661-5878

유윤정  vac9136@hanmail.net

 

| 경북 경주 기림사

달은 산속으로 사람은 숲속으로    

 

사진 : 최배문

깊은 숲의 밤은 일찍 찾아온다. 기림사(주지 덕민 스님)의 밤이 그렇다. 기림사는 깊은 숲속에 있으며, 한밤에는 달도 산에 가려져 더욱 어둡다. 기림사가 자리한 경주 함월산含月山. 그 이름처럼 산은 달을 삼키고 사찰의 밤을 더욱 짙게 했다. 

여명이 밝아오자 밤은 오간 데 없다. 깊은 숲이라 6월 중순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선선한 바람이 불었다. 휴식을 위해 산사를 찾은 이들이 새벽의 적막을 깨고 오갔다.

기림사는 이천여 년의 유구한 역사를 품고 있는 고찰이며, ‘고즈넉한 산사’라는 말이 어울리는 곳이다. 인도의 광유 선사 창건이야기, 오종수 이야기, 약사전 헌다벽화, 회룡처 풍수이야기, 신문왕 호국행차길 등 사찰은 오랜 역사만큼이나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사진 : 최배문

사찰을 찾은 이들은 경내 곳곳에서 그 이야기들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비와 바람과 햇빛에 색이 바랜 외부 단청은 나뭇결이 선명했고, 내부의 벽화는 과거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다시 색을 입히지 않은 전각들은 인위적이지 않고, 흙과 나무 등 주변 자연과 조화로워 더욱 편한 느낌을 준다. 그렇기에 혼자 조용히 사찰을 살피다 보면 저도 모르는 새 마음이 차분하다.

템플스테이 지도 법사 청공 스님이 휴식을 위해 기림사에 머무는 이들에게 추천하는 곳이 있다. 바로 ‘왕의 길.’ 신라 때부터 조선 시대까지 창포와 경주, 장기와 경주를 이어주는 길이었다. 신라 신문왕이 문무왕의 장례를 위해 행차한 길이 바로 이 ‘왕의 길’이다. 보통 모차골에서 시작하여 용연폭포까지 걸으며 편도로 4km, 2시간이 조금 넘게 소요된다. 모든 구간을 걷는 게 힘들 수도 있지만 구간 전체가 평이해 어렵지는 않다. 

휴식을 위해 기림사에 머무는 이들은 대부분 왕의 길 일부만 걷는다. 명부전 옆으로 난 길을 따라 함월산을 향해 20분 정도 걷다 보면 왕의 길 끝인 용연폭포가 나온다. 용연폭포에는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이 내려오며 폭포 옆 암벽에는 부처님 모습이 보인다고 한다.

용연폭포와 기림사 사이 길에는 야생 차 밭도 있다. 차 이야기에서도 빠질 수 없는 곳이 기림사이기에 사찰에 머무는 이들은 대부분이 이 길을 걸으며 야생 차나무 잎을 구경한다. 기림사의 다실 ‘기다림祇茶林’에서는 절의 강주 운암 스님이 직접 덖은 차를 맛볼 수도 있다.

휴식을 위해 기림사를 찾은 이들은 끝없이 이어지는 옛이야기와 많은 유래들을 보고 듣고 느끼느라 일상을 걱정할 틈이 없다. 청공 스님과의 차담과 법당에서 고요한 명상까지 더하면 온전히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만끽할 수 있다. 

사진 : 최배문
사진 : 최배문
사진 : 최배문

함월산이 또 하루 그 이름값을 한다. 달빛도 없는 어둠 속에서 나를 찾기 위해 사찰로 향한 이들은 하루를 돌아본다. 어느샌가 편안하고 흡족해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시름과 번민은 생각보다 쉽게 잊혀지고, 오늘도 여명은 어둠을 뚫고 나온다.                                               

기림사에 온 이들은 소감 속에는 그 시간들이 나타난다. “기림사는 정말 고즈넉하고 잘 정돈되어 참 마음이 편안해지는 절이었습니다. 새벽예불을 가면서 본 새벽하늘의 달과 별이 어찌나 이쁘던지요! 왕의 길 포행도 좋았고요.”(김소라)

“개인적으로 잡념이 많을 시기라서 생각 좀 정리하면 좋겠다 싶었는데, 마음이 편해서 그런지 정말 아무생각도 안 났어요. 같이 간 친구가 기림사가 너무 좋았는지 거기 혼을 두고 왔대요.”(손영리)    

경주 기림사 / 경상북도 경주시 양북면 기림로 437-17 / 054-744-2292

김우진  kimwj518@naver.com
 

| 강원 고성 화암사

해보다 먼저 일어난 나는 지금 여기     

사진 : 임경빈

칠흑 같은 고요가 내려앉은 산사에서는 내 숨소리만이 내가 있음을 알아채게 한다. 새벽 4시. 도량석을 도는 목탁 소리가 적요를 깨웠다. 뎅뎅 범종 소리는 도량 맞은 편 수바위까지 갔다가 돌아온다. 

범종 소리가 어둠을 밀어내면 여명이 밝아오고 대웅전에서 예불이 시작된다. 예불을 마치고 미륵전으로 향해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떠오르는 해를 맞이한다. 강원도 고성 화암사(주지 웅산 스님)의 아침이다.

화암사는 금강산 1만 2천봉 8만 9암자 중 남쪽에서 시작하는 첫 봉우리인 신선봉의 첫 암자다. 신라시대에 진표 율사가 창건한 사찰로 한국 전쟁 때 소실됐다가 다시 중건했다. 낮 기온 30도를 웃도는 날씨였음에도, 몸을 오소소 떨리게 하는 시원한 공기가 머리를 맑게 했다. 바다에서 오는 해풍 덕에 일 년 며칠을 제외하고는 이렇게 시원하다.

“염소도 방목하고 풀어놓으면 누가 주인인지 모릅니다. 마음도 방목하면 내 마음을 잃어버립니다. 이 자리에서 쉬면서 내 마음이 여기 있다는 것을 바라보세요.”

사진 : 임경빈

템플스테이 지도법사 석상 스님은 이곳에서 휴식하며, 자유롭고 자율적이고 자연스럽게 치유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안내한다. 다만 잊지 않을 것은 자기 마음을 방목하지 않고 관조하기.

“저는 학생이고 친구는 이직하는 중입니다.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오래 머물게 될지 몰랐어요. 도심에선 이런 느낌 받을 수 없었습니다. 새벽예불로 하루를 시작하고 찻집 옆 벤치에 앉아 수바위를 바라보면 느낌이 달라요.”

오토바이를 타고 여행하다가 우연히 들어온 절에서 템플스테이 중인 전병훈(32, 서울 성북구), 이다빈(29, 서울 강북구) 씨는 여행 계획을 바꿔 4일째 머물고 있었다. 지난 토요일에 들어와 언제 돌아갈지는 정하지 않았다고 한 김우열(28, 부산 금정구) 씨는 ‘정신 디톡스’ 중이다.

“빠르게 달리기만 하는 도심에 있다가 이곳에 오니 여유가 있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예불을 하고 떠오르는 해도 보고, 108배도 해보고 채식도 해요. 이걸 다 해도 하루가 진짜 깁니다.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정말 많습니다. 고요한 절에서 휴대폰도 꺼두고 경쟁하지 않고 비교하지 않고 나에게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이 안에서 재정비하는 거죠. 여유를 안고서 돌아가고 싶어요.”

사진 : 임경빈
사진 : 임경빈

 

화암사는 고즈넉한 도량 외에도 자연경관이 훌륭하다. 화암사 남쪽 300m에는 도량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우뚝 솟은 수바위가 있다. 도량에서 15분이면 수바위에 오를 수 있다. 진표 율사를 비롯한 고승들이 이 바위에서 수도를 했다. 수바위를 지나 참나무 소나무 빼곡한 숲길을 더 올라가면 신선봉에 오르는 산행길이 펼쳐진다. 수바위, 울산바위, 신선대 등이 절경을 이룬다. 다시 화암사까지 돌아오는 길은 약 4.1Km. 두세 시간이면 돌아볼 수 있다.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미륵전으로 향했다. 탁 트인 바다와 그보다 더 넓은 하늘이 있다.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수평선을 바라보며 짙은 초록의 땅 위에 서 있는 내가 있다. 

머리 위 걸림 없이 높게 떠오른 해를 보며 내가 지금 여기에 있음을 느낀다. 하늘 위 하늘 아래 오로지 내가 있음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고성 화암사 / 강원 고성군 토성면 화암사길 100 / 033-633-1525

유윤정  vac9136@hanmail.net

 

| 경북 성주 심원사

구름 속에서 찾은 ‘나’      

사진= 최배문

경상북도 성주군 가야산자락 심원사(주지 응관 스님)는 백운리라는 마을에 자리하고 있다. 마을 이름처럼 흰 구름이 이곳 산자락에 자주 걸려있어, 심원사 인근은 ‘구름도 쉬었다 간다는 곳’이다. 

신라시대 창건된 심원사는 소나무와 잣나무 숲이 울창한 곳이며, 사람들의 눈을 피해 숨기 좋은 곳이다. 무엇보다 역사와 전통이 깊어 수행과 교화하기에 좋다는 이야기가 이어져 온다. 심원사로 향하는 산세가 깊고 길이 아름다워 사람들은 물론 다양한 야생 동식물이 함께 살고 있다. 

“쉰다는 것은 온전히 나를 위한 행동입니다. 편안한 휴식을 위해서는 일정한 피로감이 필요해요. 나를 위한 보람찬 활동과 여유 있는 시간이 합쳐져 진정한 휴식이 됩니다.”

템플스테이 지도법사 보행 스님은 일을 위한 멈춤이 아닌, 나를 위한 휴식을 안내한다. 나를 위한 휴식. 도심과 멀리 떨어진 자연 속에서 세상의 방해 없이 스스로를 마주한다.

사진 : 최배문

하루를 묵어보자. 밤. 작은 방. 사람 하나. 이곳에 온 이가 묵는 방사는 전화 연결도 잘 안 되기에 세상과 접할 방법이 없다. 오직 자신뿐이다.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계획하고, 현재를 걱정하던 사람들도 이곳에서 고민을 내려두고 자신을 바라본다. 심원사의 밤은 고요하고 오로지 나의 안거만이 관심사다.

심원사 템플스테이에는 준비되어 있는 프로그램들이 많다. 새날을 맞이한 이들은 새벽 예불에 참가할 수 있으며, 가야산을 오르거나, 만다라를 그릴 수 있다. 명상수행, 나를 찾는 108배, 연꽃 만들기 등 사찰에서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마음껏 선택할 수 있다. 모두 다 할 수도 있고, 모두 다 하지 않아도 괜찮다.

스님은 산행을 추천한다. 산행은 왕복 90분 정도로, 기암괴석의 만 가지 형태를 볼 수 있다는 만물상까지를 오간다. 아이들도 오르는 길이라 사색과 함께 숲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도착한다. 

“가야산 자락까지 찾아온 것만으로 충분히 자신을 돌아보며 쉼이 필요하다 생각했을 겁니다. 일상에 지치고 삶의 활기가 필요한 사람들이 이곳에 찾아와 푹 쉬면서 진정한 휴식이 무엇인지 느끼고 돌아갔으면 합니다.”

심원사는 1년 365일 열려있다. 쉼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언제든 찾아와도 된다. 구수헌龜睡軒이라는 이름의 템플스테이는 거북이도 쉬어간다는 뜻. 보행 스님은 “이곳을 찾는 모든 이들이 한숨 돌리고 가기”를 바랐다. 서둘러 뛰는 토끼도 느리게 걷는 거북이도 모두 쉴 수 있는 곳. 세상과 잠시 떨어져 있고 싶을 때, 백운리 구름 속에 숨어 잠시 쉬었다 가면 어떨까. 심원사에 왔던 이들의 소감이다. 

“정말로 몸과 마음을 푹 쉬다 갑니다. 늘 평상심을 유지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박○주) 

“살면서 나만의 휴식이 간절했습니다. 큰딸이 신청 해줘서 너무 고마웠습니다. 잘 쉬었다 갑니다. 조용하고, 경치 좋은 곳에서 스님의 말씀 하나 하나 새기며, 가슴에 담고 비우고, 깨닫고 갑니다.” (최○옥) 

“조용하고 편안하고 좋았습니다. 모두들 친절하시고 불편함 없게 지낼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어지러운 마음이 잘 정리되고 스스로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좋았습니다.” (마○민)               

사진 : 최배문

성주 심원사 / 경상북도 성주군 수륜면 가야산식물원길 17-56 /054-931-6886

김우진  kimwj518@naver.com

 

사진 : 최배문

| 충북 영동 반야사

이곳에 머무는 동안 꼭 해야 할 7가지

충북과 경북의 경계. 백화산에서 흐르는 물줄기를 허리에 차고 아담한 절 반야사(주지 성제 스님)가 자리한다. 유명한 관광지도 아니고 사세가 큰 절도 아니지만 반야사는 입소문을 타고 매년 방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지금의 반야사라는 이름은 조선의 세조 이후로 전해진다. 피부병이 있던 세조가 문수 동자를 만나 반야사 문수암 앞 석천에서 목욕을 하고 병이 나았다. 이에 감격한 세조가 문수보살의 지혜를 상징하는 반야를 어필로 하사했다. 한국전쟁으로 불탄 반야사는 20~30년 전부터 중건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조선의 왕도 쉬어간 곳. “특별할 게 없다”는 템플스테이 지도법사 일학 스님의 이야기와 달리 반야사를 찾는 이들은 그 속에서 특별한 휴식을 경험한다. 무엇이 그 특별함일까. 방사에 적혀있는 ‘반야사에서 휴식을 위해 머무는 동안 꼭 해야 할 7가지’ 리스트에서 힌트를 얻었다. 

사진 : 최배문

‘오직 나만 생각하며 혼자 걸어보기’ ‘밤하늘에 별을 10분 동안 봐주기’ ‘핸드폰 끄기’ ‘나뭇잎 만져보고 꽃향기 맡아보기’ ‘나무 껴안아 보기’ ‘아무 생각 없이 10분 이상 방바닥에 대자로 누워 있기’ ‘문수전 올라가 보기’

별 것 아니다. 어찌 보면 그저 사소한 행동이며, 시간이 많이 소요되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 소소한 일거리를 반야사에서 머무는 동안 해야 한다. 반대로 이야기 하면 이것 이외에는 생각조차 안 해도 된다는 것. 잘하고 열심히 할 필요도 없는 이 일곱 가지만 하면 ‘편안함’을 얻을 수 있다는 게 참가자들의 증언이며, 제대로 된 휴식이라는 말이다. 

방사에 적혀있는 7가지 리스트 중 가장 활동적인 ‘문수전 올라가 보기’와 ‘오직 나만 생각하며 혼자 걸어보기’는 반야사 둘레길을 통해 체험할 수 있다. 푯말을 따라 관음전으로 향하는 돌다리를 건너고 사람들이 쌓아올린 돌탑 사이를 지난다. 석천 옆으로 난 흙길과 이름 모를 풀꽃들이 가득한 숲길을 걸으며 온전히 ‘나’를 생각하는 시간을 보낸다.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경관들을 구경하며 산길을 따라 오르면 이내 문수전이 나온다. 벼랑 끝에 위치한 문수전 앞으로는 백두대간 줄기가 펼쳐지고 그 골짜기를 따라 굽이치는 석천이 장관을 이룬다. 

“이런 것들을 하시면서 저랑 차 한 잔 마시고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시면 됩니다. 배고프면 식사하시고, 졸리면 주무시고, 충분히 쉬고 난 다음 머물렀던 자리를 정리하세요. 그런 다음 툭툭 털고 일어나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시면 됩니다.”

일학 스님의 설명은 간단했다. 특별할 게 없는 이곳에서 스님은 사람들과 꼭 차담을 나눈다.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 물으니 그마저도 특별할 게 없다는 스님. “사람 사는 이야기지요”라는 대답과 함께 스님은 대화 그 자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평소에는 큰 의미가 없을 사소한 행동들이 반야사에서는 사소하지 않다. 골치 아픈 생각을 떨치고 싶을 때, 그냥 조금 쉬고 싶을 때, 혹은 아무 때라도 반야사의 특별히 사소한 일곱 가지 리스트가 기다리고 있다.   

사진 : 최배문

 

동 반야사 / 충청북도 영동군 황간면 백화산로 652 / 043-742-7722

김우진  kimwj51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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