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과 함께한 동물 식물] 바나나와 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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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과 함께한 동물 식물] 바나나와 쥐
  • 심재관
  • 승인 2018.08.21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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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

바나나는 동아시아에서 파초芭蕉, 인도에서는 카달리Kadalī라 불렀다. 우리에게 이 식물은 영양과 맛이 있는 과일로 기억되지만, 불교에서 바나나는 환상이나 허깨비, ‘본성’이 존재하지 않음을 대변하는 매우 은유적인 식물이다. 

불교에서 바나나 나무는 세상의 모든 것에 본질이 따로 내재해 있지 않다는 것을 비유하기 위해 자주 예로 들었던 나무였다. 거듭 껍질을 까도 알맹이가 없다는 비유를 현대인은 양파를 통해서 하지만, 불교에서는 바나나가 양파를 대신했던 것이다. 바나나 나무를 가르면 그 속은 마치 잎이 감겨있는 상태와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삼매왕경Samādhirājasūtra』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뜨거운 한낮에 목마름에 시달리다가 길을 잃으면 연못을 보는 신기루를 보는 것과 같이, 모든 것이 이러한 줄 알라. 마치 본질을 찾으려는 사람은 바나나 나무의 기둥을 두 동강내서 살피는데 그 나무의 안이나 밖에나 본질은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무릇 모든 것을 이와 같은 줄 알아야 한다.” 

이러한 바나나 나무의 은유는 『상유타 니카야Sam.yutta Nikāya』 경전에서 거의 같은 내용으로 반복되고 있다. 갠지스강변에서 석가모니는 제자들을 모아놓고 다음과 같은 비유를 들고 있다. 

“어떤 사람이 나무의 심재心材부분이 필요한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나무의 심재를 찾을 생각으로 도끼를 들고 숲으로 가겠지. 그리고 그 사람은 숲에서 큰 바나나 나무를 보게 되겠지. 둘레도 크고 위로 엄청나게 곧게 뻗은 그 바나나 나무를 보고 좋은 심재를 얻을 생각에 도끼질을 하겠지. 먼저 뿌리 위를 잘라내고 그다음 나무 머리 부분도 잘라낼 거야. 양쪽을 잘라내고는 바깥쪽 껍질을 벗겨내겠지. 하지만 껍질을 벗겨내고도 심재 부분은 고사하고, 바로 껍질 아래 드러나는 변재邊材부분도 찾을 수 없는 거야. 좋은 안목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 나무를 지켜보고, 관찰하고, 제대로 검사하겠지, 어떤 나무인지 말이야. 그런 사람에게 그 나무는 본질이 없는 채로, 심재가 없는 채로, 텅 비어있는 나무라는 것을 알았을 게지. 도대체 바나나 나무에 어떤 심재가, 어떤 본질이 있겠는가? 바로 이와 같이, 과거와 미래, 현재를 잘 살피는 수행자가 있다면, 그는 모든 것이 공하고 본질 없이 비어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걸세. … 색色은 기포 덩어리와 같으며, 수受는 거품, 상想은 사막의 신기루 같은 것이다. 또한, 행行은 마치 바나나 나무의 중심과 같은 것이며, 식識 환상에 지나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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