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부처, 마애불] 팔공산의 마애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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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부처, 마애불] 팔공산의 마애불들
  • 이성도
  • 승인 2018.07.02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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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산에서 구름을 타고 나투신 마애불 : 대구동화사입구마애불좌상과 염불암마애불좌상과 보살좌상
사진 : 최배문

동화사가 있는 팔공산은 신라 시대부터 불교문화권의 거점지역 중 하나이다. 해발 1,192m의 최고봉인 비로봉을 중심으로 양쪽에 동봉과 서봉이 동서로 길게 뻗어 굽이굽이 능선과 골짜기가 형성된 이곳에는 오늘날에도 많은 수행처와 불교문화가 전승되고 있다. 여기에는 미륵신앙, 약사신앙 그리고 선수행의 중심도량으로 왕성한 2개의 조계종 교구 본사와 50여 개의 암자가 있다. 

|        동화사 입구에서 상서로운 구름을 타고 현현하신 아름다운 마애불좌상을 만나다

동화사 일주문 앞 오른쪽 암벽에는 특별한 마애불이 있다. 동화사입구마애불좌상은 마애불이 조성되고 천 년의 시간이 더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보존 상태가 아주 양호하다. 불상의 머리와 상체는 중부조로 양감 있게 조각하였으나 대좌와 광배는 저부조(얕은 돋을새김)로 새겨져 있다. 불상의 둥글고 원만한 덕상의 큰 얼굴, 넓고 당당한 어깨, 균형 잡힌 불신, 자연스럽고 유연한 법의 표현, 광배 및 대좌의 화려하고 섬세한 세부 표현 등에서 통일신라 하대의 뛰어난 조형역량을 엿볼 수 있다. 전체적으로 저부조이면서도 풍부한 양감을 가진 불상을 보면 그만큼 조각가의 조형역량이 뛰어났음을 알 수 있다.  

지면에서 높이 위치한 이 불상은 구름 위에 떠 있는 특별한 모습이다. 얼마 전에는 오후 내내 불상을 지켜보다가 일몰이 가까운 오후 늦은 시간 무렵 부드러운 저녁 햇살이 쏟아지니, 불신에서부터 광배 그리고 연화좌가 그 아래 흐르는 구름과 함께 하나하나 생생하게 드러났다. 마치 저 멀리 하늘에서 구름을 타고 하강하는 부처님을 뵈는 듯한 특별한 모습이었다. 큰 바위에 새긴 선과 쪼은 형태들은 변화하는 빛에 따라 깨어나는데 볼륨이 강한 부분이 먼저 뚜렷이 드러나고 얕게 쪼은 부분과 새긴 선은 더 늦게 깨어났다가 점점 어두워지는 빛에 따라 또다시 바위에 잠드는 듯했다. 마치 짧은 순간 피어났다가 오므리는 꽃의 하루처럼 보였다. 일몰을 지나 점점 사위가 어둠 속에 빠져들 때 불상 아래 작은 불단에 촛불을 밝혀 기도하는 신행공간으로 바뀌리라 상상하면서 다시 이 불상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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