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인터뷰] 김성구 이화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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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인터뷰] 김성구 이화여대 명예교수
  • 김성동
  • 승인 2018.06.28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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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주와 연결되어 있는 아주 귀한 존재
사진 : 최배문

약천사藥泉寺. 경남 함양에 자리 잡은 절. 김성구(73)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은퇴 후 공부와 수행을 병행하기 위해 이화여대에서 교수로 퇴직한 아내와 지난 2004년에 건립했다. 대웅전에서 내려 본 안대는 10여 km 떨어진 장안산 자락까지 보였다. 이곳은 그가 주인으로 있는 ‘불교 과학아카데미(http://cafe.daum.net/healingwell)’ 회원들의 공부와 수행 공간이기도 하다.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치고, 미국 워싱턴대학교에서 이론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 이화여대에서 교수로 재직한 후 퇴직하고, 동국대 불교학과에 학사 편입해, 석사까지 마쳤다. 그가 최근 『아인슈타인의 우주적 종교와 불교』(불광출판사)라는 책을 썼다. 대학 때 『수능엄경』을 읽고 불교의 매력에 빠졌던 그가, 50여 년이 지나 물리학자의 눈으로 불교의 핵심 개념을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인터뷰 전날에도 대전광역시 올연선원에서 불교와 과학을 주제로 강의를 진행했던 그는 이 책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현대 과학의 용어로 풀어 설명하고, 불교가 아인슈타인이 말한 ‘우주적 종교(cosmic religion)’에 부합하는지 살폈다. 

|        불교는 우주적 종교인가

- 아인슈타인이 말한 우주적 종교는 무엇인가요?

“아인슈타인은 미래의 종교는 교리가 과학적으로 뒷받침되고, 과학자와 예술가에게 영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 조건을 만족시키는 미래의 종교를 ‘우주적 종교’라고 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우주 종교적 감성(cosmic religious feeling)이란 인간이 갖는 그릇된 욕망의 허망함을 깨닫고, 정신과 물질 양쪽 측면에서 나타나는 질서의 신비와 장엄을 느끼는 것이고, 이 느낌은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 불교는 우주적 종교에 부합한다고 보시나요?

“불교는 우주적 종교의 가장 강력한 후보이긴 하지만, 아직 우주적 종교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 왜 그러죠?

“교리가 과학적이어도, 그 종교를 따르는 신도들이 계를 잘 지키고, 바르게 수행해야 합니다. 불교는 부처님의 수행과 가르침, 그리고 신도들의 신행이 결합되어야 합니다. 신도들이 ‘내 자식 대학 붙게 해주세요’ 라고 신행한다면 그것은 샤머니즘이라고 봅니다. 반드시 신도가 바르게 생활해야 우주적 종교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바르게 생활해야 한다는 것은 무엇인가요?

“팔정도八正道입니다. 우선 말도 바르게 곱게 쓰고, 남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하지 않아야 합니다. 또 자기가 맡은 일은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대학 교수라면 열심히 연구하고, 제자들을 잘 가르쳐야 합니다. 그런 것이 바르게 생활한다는 것이고, 불교를 신행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생활 없이 좌선하고 기도하는 것은 허망한 것입니다. 이런 생활 바탕 위에서 마음이 안정되고, 맑아지니 정定에 들 수 있는 것이고, 깊은 선정禪定에 들어야 지혜가 싹트고,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사물의 참모습을 볼 수 있는 것입니다.” 

- 영화 매트릭스에서 나오는 것처럼 교수님은 사람들이 잘 짜여진 틀, 매트릭스 안에서 살고 있다고 하셨고, 그 매트릭스 안에서는 다 고통일 수밖에 없다고 하셨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고성제를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나는 전혀 괴롭지 않은데 왜 삶이 괴롭다고 하지?’ 묻습니다. 만약 매트릭스 밖에서 매트릭스 안에 있는 사람들을 볼 때 어떤 생각이 들까요? 당연히 ‘고’라고 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욕망과 편견의 매트릭스 안에서 갇혀있는 사람들은 알 수 없을 겁니다. 불경 전체를 요약하면 우리들은 매트릭스 안에 갇혀있고, 붓다가 보는 세상은 매트릭스 밖의 세상입니다. 붓다는 매트릭스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알려준 것입니다.”

- 보통의 사람들은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매트릭스 안에서도 큰 걱정 없이 생활합니다. 

“부처님께서 우리들을 ‘가죽끈에 묶인 개’로 표현하셨어요. 그것이 나의 욕심과 탐욕과 업에 부자유한 것입니다. 업이 마치 컴퓨터 프로그램처럼 내 마음속에서 작동해서 내가 로봇처럼 욕망에 끌리는 삶을 사는 것인데, 거기서 벗어나라는 것이 고성제입니다. 가죽끈에 묶인 상태에서는 아무리 맛있는 것을 먹어도 행복하지 않습니다. ‘끈을 풀어라’는 것입니다.

 

|        나와 우리는 매트릭스 안에 갇혀있다

- 매트릭스 안에서 나오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팔정도八正道입니다. 부처님께서 분명하게 말씀하십니다. 불교는 사물의 진실을 보는 것입니다. 사물의 진실을 보기 위해서는 연기의 이치를 깨달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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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maahill 2018-07-18 11:18:22
책을 구해 읽어볼 마음이 나는 좋은 인터뷰였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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