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아홉 시에 있다던 아우랑가바드(Aurangabad)행 버스는 열시가 지나도록 오지 않고, 아잔타 굴원 초입은 이미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버스가 다소 늦어지는 것은 으레 그러려니 하였지만, 그러고도 두 시간 동안이나 하릴없이 배낭을 깔고 앉았자니,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 하나 왜 이렇게 늦느냐고 따지는 사람도 없고 불평하는 사람도 없다. 다만 기다릴 뿐이다.
세 시간 이상이나 지체된 버스 때문에 곧장 엘로라로 가려던 애초의 계획과는 달리 아우랑가바드에서 여장을 풀었다. 시가지를 둘러볼 생각으로 숙소 앞 릭샤왈라(人力車 꾼)에게 아우랑가바드의 명소를 물었더니, 그는 주저없이 '타지 마할(Taj Mahal)'을 댄다. 아우랑가바드에 타지 마할?
띤탈 비하라 내부(좌). 까일리사 사원(우).
의아해 하는 나를 자신있게 데려다 놓은 곳은 비비 카 마키바라(Bibi ka Maqbara)라는 무갈(Mughal) 왕조 아우랑제브(Aurangzeb) 왕비의 무덤이다. 아그라의 타지 마할을 모방하여 만든 것이지만, 한 눈에 보아도 감히 타지 마할의 빼어남에 견줄 만한 것이 못 된다. 입구에서 그냥 돌아서려 하자, 머쓱해진 릭샤왈라가 비비 카 마키바라 왼편으로 보이는 산 중턱을 가리키며 거기에 불교 석굴 사원이 있다고 말한다.
산 아래에서 릭샤를 돌려보내고 굽이굽이 산허리를 돌아 그가 가르쳐준 굴원에 올랐더니 이미 산 아래는 황혼이다. 굴원을 찾는 이가 드문 듯, 이미 폐사(廢寺)의 기운이 완연하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굴원을 돌아보는데, 문득 굴원 입구에 놓인 신발 두 짝이 사람을 놀라게 한다. 납자가 있다? 감실 문을 들어서니 오렌지색 가사 자락이 눈에 들어온다.
까일리샤 사원
월간불광 과월호는 로그인 후 전체(2021년 이후 특집기사 제외)열람 하실 수 있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