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과 함께 한 식물 그리고 동물] 재스민과 몽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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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과 함께 한 식물 그리고 동물] 재스민과 몽구스
  • 심재관
  • 승인 2018.05.04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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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인도 마이소르의 청과물 시장 데바라자. 신선한 과일과 함께 온갖 꽃들이 판매되고 있다. 흰 재스민 꽃을 엮어 만든 꽃다발은 결혼식이나 각종 종교의례에서 빠질 수 없는 공양물이다.

재스민

어릴 적 중식당에 갈 때면 식전에 따뜻한 차 한 잔이 먼저 나왔는데 꽤 향기가 좋았던 기억이 있다. 어른들은 그 차를 재스민차라고 불렀다. 나중에 그 차향이 기억나 재스민차를 구해서 보니 차통에는 말리화茉莉華 차라고 적혀 있었다. 말리화는 茉莉華라고 적거나 末利花라고 적기도 한다. 본래 이 단어는 중국 고유의 단어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단어는 산스크리트어 말리카Mallikā에서 유래한 말이다. 말리카는 곧 재스민을 뜻한다. 

그렇지만, 고대 인도에서도 재스민을 뜻하는 단어는 한둘이 아니었다. 별칭까지 포함하면 정말 수십여 가지나 되기 때문에 정확한 단어의 대상을 파악하기에 여간 골치 아픈 것이 아니다. 사실 우리가 관습적으로 재스민이라고 부르는 식물 혹은 꽃은 수십여 가지나 된다. 그렇지만 현재까지 장식적인 용도로 인도에서 많이 사용하는 재스민의 이름은 두세 가지 정도로 보인다. 

그중에서 말리카(Mallikā, Jasminum sambac)나 말라티(Mālatī, Jasminum grandiflorum)는 재스민을 칭하는 가장 흔한 고대 이름 가운데 하나였을 것이다. 그런데 아마도 이 이름보다 재스민을 뜻했던 더 일반적인 이름이 있던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이 수마나Sumanā이다. 한역 경전 속에서 말리화 등은 거의 이름이 없지만 수마나(蘇摩那, 修摩那, 須曼那, 須摩那 등)은 초기 경전부터 대승경전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등장한다. 수마나는 대부분 말라티의 다른 이름이었을 것으로 보기도 하지만, 말리카를 부르는 이름이었을 수도 있다.   

말라카는 인도의 모든 종교인들에게 매우 친숙하며 일상적인 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꽃을 떠나서는 이들의 종교생활을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기 때문이다. 아침 일찍 신상에 공양하거나 불상에 기도할 때도 이 꽃을 올린다. 결혼식에는 이 꽃을 엮어 만든 말리카 화환을 서로의 목에 걸어준다. 잔치에 가기위해 여인들은 몸단장을 할 것이고, 코코넛 오일을 바른 머리를 땋아 쪽머리를 할 것이다. 그다음 마지막 장식으로 말리카 화환을 쪽머리 위에 감아올린다. 만일 누군가 그 머리의 뒤쪽에 서 있다면 형언할 수 없이 아름다운 흰 꽃장식과 달콤한 재스민의 향기로 마음이 설렐 것이다. 사원 앞 아침 시장에는 전날 밤에 한 땀 한 땀 실에 꿰인 말리카 꽃바구니를 들고 나온 상인들로 북적이게 마련이다. 관광지나 사원 근처라면 여인들이 주저앉아 이 말리카를 실로 엮는 모습을 반드시 볼 수 있으리라. 힌두교인이건 불교도이건 사원이나 절에 갈 때 이 꽃다발을 들고 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말리카는 꽃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사람 이름에 붙이기도 한다. 이 이름을 갖는 사람들은 그 꽃과 같이 향기로운 인품을 보이거나 직접적으로 그 꽃과 연관되었던 인물이었음을 우리는 경전 속에서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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