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붓다] 2018 붓다아트페스티벌 청년작가공모전
상태바
[상상붓다] 2018 붓다아트페스티벌 청년작가공모전
  • 마인드디자인(김해다)
  • 승인 2018.04.05 13: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대와 교감하는 불교미술의 싹을 틔우다

서울국제불교박람회와 함께 전통·불교미술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열심히 달려온 붓다아트페스티벌(Buddha art Festival, 이하 BAF)이 어느덧 여섯 번째 개최를 앞두고 있다. 최초의 한국전통·불교미술 페어인 BAF는 그간 우리 민족의 삶 저변에 스민 불교의 본질을 바탕으로, 현대 속에서 동시대의 철학과 함께 숨 쉴 수 있는 방법을 부단히 고민해왔으며, 많은 성과를 일궈왔다. 그러나 불교를 통한 한국미술의 활성화, 전통·불교미술 시장의 세계화 등 아직도 해결해야 할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BAF의 끝나지 않은 도전의 여정으로 올해 처음 청년작가공모전을 개최한다.

청년작가공모전은 2016년, 2017년 개최되었던 ‘청년불교미술작가전’을 전신으로, 한국전통미술과 불교미술의 저변 확대를 위한 취지에서 기획되었다. 한국전통미술과 불교미술, 그리고 현대미술 분야를 통틀어 역량 있는 청년신진작가를 발굴하고 창작지원을 하기 위해 추진된 이번 공모전의 주제는 ‘불교철학’이다. 현대적인 관점에서 불교를 새롭게 이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젊은 감각이 돋보이는 창의적이고 다양한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기회라 더욱 뜻깊다. 공모분야도 평면회화, 입체, 공예, 미디어 등 표현에 제한을 두지 않아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폭넓게 만날 수 있다. 

공모에 참여한 35세 이하의 국내외 70여 명의 청년작가 중 최종 심사에 오른 15명의 청년작가들이 보여준 작품의 스펙트럼은 기대 이상으로 아주 다양했다. 전통 불교회화를 모작–재현한 작품부터 일부 변형–재조합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투사한 작품, 자연과 도시의 풍경에서 발견한 불교철학을 표현한 많은 조각, 회화, 미디어 작품들까지 어느 것 하나 같은 것이 없었다. 무궁무진한 청년작가들의 참신한 작품들은 심사위원들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했다.  

최종심사는 주경 스님(수덕사 불교대학장), 김영수 감독(2018서울국제불교박람회 연출 감독), 윤범모 교수(가천대학교 예술대학 회화·조소전공 명예교수/미술평론가), 김신일 작가(설치미술가), 서칠교 작가(불교미술가)가 맡았다. 자신의 작품과 불교철학의 관계를 중심으로 풀어내는 작가 프레젠테이션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며, 심사기준은 ‘불교철학’이라는 주제와의 부합성과 참신함, 표현의 독창성 및 작가의 발전 가능성 등에 주안점을 두었다. 치열했던 네 시간의 심사 끝에 본상 수상자로 선정된 작가는 세 명. 심사위원장 주경 스님은 “불교철학으로 작품을 분석해 보는 기회를 통해 많은 청년작가들이 조금이라도 불교를 접하게 되고, 자신의 방식으로 예술작품에 녹여낼 수 있도록 한 시도가 아주 뜻 깊다”고 평했으며, 앞으로의 청년작가공모전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드러냈다. 청년불교미술작가전의 수상작들을 소개한다.

대상  최윤지, BODO–Mandala(보도만다라) 시리즈

이화여자대학교 조소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최윤지 작가는 도시의 일상에서 흔히 만나는 풍경의 단면을 실제 건축 재료를 이용해 만다라와 같은 형태로 제작한다. <당산역 사거리>, <섬말다리 로터리>와 같이 제목을 보면 알 수 있듯, 실제의 장소를 세심하게 관찰하여 구성된 보도만다라 시리즈는 보는 이에게 익숙함과 동시에 철저한 낯설음을 선사한다. 

작가는 작업실과 집을 오고 가는 버스에서 보도블록, 가로수, 횡단보도와 같은 비슷한 풍경들을 마주하며, 도시의 풍경이 인간이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인간은 어떤 사물에 이름을 붙이고 나서 그 이름으로 사물을 인식한다. 마찬가지로 도시는 사회 구성원간의 약속을 바탕으로 구획된 공간을, 편의에 맞게 재단하여 구축된다. 매일 접하는 도시의 풍경이 이런 본질적인 요소를 담고 있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작가는 ‘보도만다라’ 시리즈를 시작했다. 본래 불교에서 우주의 본질을 표현한 도안인 만다라의 형태를 이용해 도시 속에서 어렴풋이 느낀 본질적인 요소를 드러내고자 한 것이다.

티베트 수행자들이 오랜 시간을 들여 구성하는 전통 만다라처럼, 보도만다라 작품 역시 보통 한 작품 당 5개월 정도의 고된 제작과정 끝에 완성한다. 작가는 긴 작업과정에 대해 “감각으로 느꼈던 공간을 극단적으로 느리게 읽어가는 시간이라 여긴다”고 말했다. 사진을 찍고 기억을 더듬으며 스케치하는 과정 속에서, 작가는 ‘보인다’라는 행위 속에 스스로를 맹신하고 있음을 경계한다. 익숙하고 당연한 것들을 찬찬히 더듬으며 또박또박 글자를 쓰듯 작품을 완성해가는 것이다. 작가는 청주 터미널 근처에 있는 공간을 작업할 당시를 회상하며, “머릿속에 작업할 장소를 떠올리고 사진을 보며 한 스케치와 위성사진을 비교해 보면 전혀 상이할 때가 있다. 청주 터미널 근처에 있는 공간을 작업하기 위해 사진을 찍고 열심히 그려왔는데, 위성사진을 보니 너무 달라 당황했었다. 안에서 바라보는 단면은 전체를 포괄하기에 어려운 면이 있구나 하는 깨달음으로 작업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는 시각의 왜곡을 최소화하고, 천천히 풍경을 재현하는 작업과정은 수행과 닮았다. 세상의 삼라만상을 현미경으로 보듯 모든 감각을 열어놓고, 마음속에서 떠오르는 생각부터 외부의 소리나 냄새, 몸동작까지 모든 것을 알아차리고 주시하는 위빠사나 수행자들의 느린 행선처럼 말이다. 공간을 읽어가는 과정으로써의 보도만다라 시리즈가 앞으로는 어떻게 발전되고 펼쳐질 지 궁금하다.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