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과 함께 한 식물 그리고 동물]루드락샤와 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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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과 함께 한 식물 그리고 동물]루드락샤와 물고기
  • 심재관
  • 승인 2018.04.05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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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드락샤

인도종교라는 공구박스를 열면 여러 가지 장비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업과 윤회 그리고 수행과 해탈 등은 인도의 종교들을 설명할 때 언제든 번갈아 쓸 수 있는 적절한 공구들이다. 이것들이 하드웨어라면 이들에게 제공해야 하는 소프트웨어도 여러 가지가 있다. 의례와 규범들을 그것이라고 보자. 이 소프트웨어에도 액세서리는 많을 것이다. 그리고 필수 액세서리라면 당연히 염주念珠다. 인도에서 염주하면 당연히 루드락샤다. 

루드락샤(Elaeocarpus ganitrus)는 주로 북인도와 네팔 등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나무로, 불경에서는 범어 명칭인 루드락샤rudrāks.a를 음사하여 악차惡叉라고 많이 불렀다. 악차는 범어로 aks.a를 음사한 것으로 rudra-aks.a를 짧게 부르는 말이다. 루드라rudra는 힌두교의 대표적인 신 쉬바Śiva의 별칭이니 루드락샤는 ‘쉬바의 눈’이란 뜻이다. 오로날라차(嗚嚕捺囉叉, rudrāks.a)라는 음사어도 있지만 한역경전에서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차라리 별칭을 사용해 금강자金剛子라는 말로 더 많이 부른다. 이 나무가 아시아인들에게 각별한 이유는 염주 때문이다. 

염주는 힌두교인이나 불교신자 모두에게 중요하다. 염주는 루드락샤로 만든 것을 가장 흔하게 볼 수 있으며, 툴시tulasī 나무조각이나 리타rīt.hā 열매 등으로 만든 염주 등도 많이 사용한다. 그러나 인도에서 염주는 당연히 루드락샤로 만든 것을 가장 많이 사용한다. 본래 힌두교에서 루드락샤로 만든 염주는 쉬바파 수행자들이, 툴시 나무로 만든 염주는 비슈누파 수행자들이 많이 걸고 다녔다. 지금도 상황은 크게 다름이 없다. 그렇다고 불교가 불교만의 염주를 특별히 채택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불경 속에는 루드락샤 또는 금강자로 염주를 만들어 사용할 것을 많이 권하고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보리수 열매로 만든 염주를 불교적인 상징물로 알고 있지만 보리수 열매로 염주를 만들 수는 없다. 이것은 식물에 대한 혼동 때문이다. 실제 보리수(ficus religiosa)의 씨는 들깨 씨만큼 아주 작을 뿐만 아니라 동북아시아의 기후에서는 자랄 수 없는 생태를 가지고 있다. 보리수의 열매(실제로는 뒤집혀진 꽃)는 대략 1센티미터 내외 크기인데 그 안에는 수없이 작은 꽃들이 담겨있으며, 그 각각의 꽃 속에서 매우 작은 씨가 맺힌다. 이러한 특징은 피쿠스ficus계열의 나무들의 독특한 생태다. 따라서 실제 보리수나무의 열매로는 염주를 만들 수도 없으며, 아마도 다른 나무(피나무과에 속하는 것들)로 만든 것을 혼동한 경우일 것이다. 『다라니집경陀羅尼集經』이나 『금강정유가염주경金剛頂瑜伽念珠經』 등과 같은 경전 내에서도 가끔 보리자菩提子나 연자蓮子라는 것으로 염주를 만든다는 구절이 등장하지만 이것은 실제 보리수 열매나 연밥을 말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특히 주의해야한다. 예를 들어 황등(黃藤, Daemonorops margaritae)이라고 부르는 등나무야자의 일종은 히말라야 지대나 동남아, 중국 남부 지역 등에서 수확할 수 있는데 보통 그 씨를 이용해 염주를 만든다. 그리고 이를 보리자, 또는 성월보리자星月菩提子 등으로 불렀다. 전혀 엉뚱한 나무 열매도 보리자라고 불렀던 것이다. 이러한 관습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뿐만 아니라 루드락샤 씨앗을 금강보리자金剛菩提子라고 부르기도 한다. 더 간단히 이야기하면 보리자라고 해서 반드시 보리수의 씨앗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각설하고, 루드락샤는 고대로부터 인도인 모두의 것이었으며, 불교인과 힌두인들 구분 없이 이것을 즐겨 사용한다. 루드락샤는 사철 푸른 나무로 어린 나무일 때는 밝은 은회색의 표피에 피어있는 짙은 밤색의 작은 점들을 나무기둥에서 볼 수 있다. 대체로 곧게 자라고 2-30미터씩 자라기도 한다. 루드락샤의 열매가 익으면 깊고 푸른빛을 띠게 되는데, 그 빛은 마치 라피스 라줄리(청금석)의 빛깔과 매우 흡사하다. 그 깊고 푸른빛을 보게 되면 그 열매에서 염료를 추출해 사용하고 싶을 정도인데, 그러나 아쉽게도 이 열매의 푸른빛은 껍질이 갖고 있는 고유의 색소 때문이 아니다. 그 푸른빛은 열매의 껍질이 갖는 매우 특이한 어떤 구조 때문인데, 루드락샤의 껍질은 푸른색만을 반사하는 독특한 큐티클 층의 구조를 갖는다. 따라서 이 열매를 말리면 검은 갈색으로 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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