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호킹과 불교, 그리고 그가 남긴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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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호킹과 불교, 그리고 그가 남긴 것들
  • 유권준
  • 승인 2018.03.19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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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킹 박사 평소 무신론자 자처하면서도 '인간의 분노와 탐욕' 경계했던 평화주의자

우리 시대의 위대한 물리학자 중 한명인 스티븐 호킹이 76살로 세상을 떠났다. 그가 아인슈타인의 생일이기도 한 3월 14일에 숨을 거둔 호킹 박사에 대해 세계인들은 애도의 뜻을 표했다.

스티븐 호킹은 뛰어난 과학자이기도 했지만, 종교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인물이었다.

그는 2010년 저서 <위대한 설계>를 펴낸 후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천국이나 사후세계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믿음은 죽음을 두려워하는 자들이 꾸며낸 동화에 불과하다”며 “우주는 신이 필요로 하지 않다”고 주장해 기독교인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오기도 했다.

스티븐 호킹 박사는 생전에 “과학은 우주가 무에서 창조됐다는 것을 설명한다”며 “우주는 과학에 의해 지배받는다”고 말하고 우주는 신에 의해 설계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호킹은 스스로 불교도라고 말한 적은 없다. 실제로 그는 무신론자였다. 하지만, 그는 종종 종교와 관련된 의견을 밝히며 불교에 가까운 입장을 밝힌 바 있다.

2015년 호킹은 워싱톤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인간이 실패한 것중 가장 중요한 것은 침략”이며 “원시시대부터 가져온 음식이나 영토, 혹은 파트너를 얻으려는 모든 종류의 침략은 우리 모두를 파괴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티븐 호킹은 기회있을 때마다 탐욕이나 성냄, 어리석음이라는 불교의 삼독심을 거론하며 삼독심이 인간의 미래를 어둡게 할 것이라는 그의 철학을 밝혔다. 서양 불교지도자들은 “서양인들은 불교철학을 받아들이면서도 스스로 무신론자라고 밝히는 경우가 있다”며 “그가 생각하는 것이 불교가 말하는 철학과 일맥상통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01년 호킹박사가 한국을 방문해 개최한 대중강연에서 밝혔던 초끈이론(superstring theory : 자연계를 구성하는 기본입자들이 사실은 미세한 끈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이론)에 대해 설명하자 강연을 들었던 불교학자들은 “불교의 화엄사상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나왔었다.

호킹박사는 지난해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 기후협정을 탈퇴하자 “현재 지구온난화는 돌이킬 수 없는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 살짝만 건드려도 넘어갈 수 있는 지점)에 와있다”며 “세계를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스티븐 호킹 박사는 1942년 영국 옥스포드에서 태어났다. 이론 물리학자로서 케임브리지대학 석좌교수를 지내며 우주론과 천체물리학을 연구했다. 그는 <시간의 역사><위대한 설계>등의 저서를 통해 대중들에게 우주의 탄생과 인간의 삶에 대한 통찰력을 보여주었다.

그는 20살때까지는 건강한 청년이었다. 대학에서는 조정선수로 활약할 정도로 스포츠를 좋아하는 학생이었다. 1962년 케임브리지 대학원에 입학해 물리학을 전공할때쯤 근위축성 측색경화증(루게릭병)이 발병했다. 의사는 1-2년밖에 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초인적인 의지로 76세까지 살았다.

루게릭병으로 근육이 점점 마비되어 책 한장도 넘기기 힘들고, 필기조차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암산으로 수학계산을 풀어내며 박사학위를 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병의 진행으로 경제적으로도 곤란한 상황을 겪었지만 그가 쓴 책 <시간의 역사>가 엄청나게 성공해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호킹 박사는 공교롭게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사망한지 300년이 되는 날(1942년 1월 8일) 태어나, 아인슈타인이 태어난지 139년이 되는 날(2018년 3월 14일) 사망했다. 아인슈타인과 호킹 두사람 모두 76살까지 살았고, 이는 핼리혜성의 왕복주기와 같다.

호킹 박사의 죽음으로 기독교는 그들이 주장하는 창조론을 비판하는 유력한 과학자 한 명이 사라졌고, 불교계는 불교가 주장하는 여러 철학적 개념을 가장 과학적으로 설명해준 과학자 한 명을 잃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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