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들]『능엄경정맥소』출간한 진명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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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들]『능엄경정맥소』출간한 진명 스님
  • 유윤정
  • 승인 2018.03.02 15:2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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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수좌스님이 완역한 능엄경 해설서
사진:최배문

차가 닿지 않는 곳, 전남 구례 지리산 산속의 토굴 ‘관음암’. 눈이 채 녹지 않은 산길을 막대기에 의지해 걸어 올라가야 보이는 외딴 토굴에는 수좌스님이 홀로 산다. 출가한 지 27년. 오로지 화두참구에 매진하던 스님이다. 진명 스님은 이 네 평가량의 작은 인법당에서 『능엄경정맥소楞嚴經正脈疏』를 완역했다. 우리나라 최초 『능엄경정맥소』 완역으로, 10년이 걸린 대작불사였다. 선방에서 정진하던 수좌 스님은 왜 『능엄경정맥소』 번역을 발원했을까.

| 정맥소는 수좌의 길을 제시한다

전날 밤, 아궁이에 불을 넣어 구들장은 뜨끈했고, 스님은 객에게 아랫목을 내어주었다. 관음암 인법당에는 한 자 반 크기의 순백의 약사여래불이 모셔져있는 불단과, 경전이 꽂혀있는 책장과 좌식책상, 무릎보다 낮은 찻상이 전부였다. 전기는 들어왔지만 TV는 없고, 노트북은 있지만 인터넷은 안 된다. 다행히 휴대폰은 가능했다. 책을 만들기 위해 원고는 어떻게 주고받으셨냐고 여쭈니 “원고는 컴퓨터로 작업한 후 USB에 담아, 산을 내려가 순천에 있는 지인에게 부탁해 원고를 주고받았다”고 웃으며 말했다.

진명 스님. 스님은 1992년 전강 대선사의 제자인 정공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사미계를 받던 해부터 해운정사, 봉암사, 송광사, 미황사 등 제방선원에서 정진했고, 지금도 지리산 자락 토굴에서 수행 중인 선승이다. 출가 후 강원에 가지 않고 바로 선방으로 향했던 수좌스님이 『능엄경정맥소 (교광진감 지음, 진명 옮김, 전4권, 불광미디어) 』를 우리말로 완역하고 출간했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었다.

“『능엄경』은 참 드라마틱합니다. 경은 부처님과 아난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시자 아난이 멀리 탁발을 하고 돌아오던 길에, 환술幻術을 잘하는 ‘마등가’라는 여인을 만납니다. 마등가는 아난을 음실淫室에 들여놓고 아난의 계행을 깨뜨리려 했습니다. 부처님은 멀리서 그것을 알고 문수보살을 보내 아난을 건져 와요. 이렇게 시작한 이야기로, 부처님은 중생들이 어떻게 수행에 들어가고 행하는가, 어떻게 성불할 수 있는가, 가르침을 이어나갑니다. 흥미진진하지요.”

진명 스님이 차를 내리며 『능엄경』의 첫머리를 소개해주었다. 『능엄경』은 선 수행에 있어 가장 수승한 수행지침서로 칭해지며 애독되어 온경전으로, 수행자의 필독서로도 칭해진다. 그리고 스님이 완역한 『능엄경정맥소』는 명대明代 교광 진감 선사가 『능엄경』을 철저히 분석해 선禪의 관점에서 경의 맥脈에 따라 낱낱이 해설한 주석서다. 부처가 되기 위한 수행법을 설한 경전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는 설명서인 것이다. 진명 스님은 처음 이 『능엄경정맥소』를 접하고 읽었을 때 느꼈던 환희심을 함께 나누기 위해 한 자 한 자 우리말로 옮겼다.

“십수 년 화두를 참구하더라도 수행을 하다 보면 왜 화두선이 최상승선인지 의구심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 길이 맞나’ 하는 의심도 일어나고, 다른 방편도 찾게 됩니다. 정진은 팍팍 안 나가지, ‘이거 안 되는 건가’ 하고 떨어지기 십상이에요. 그럴 때는 교학적 관점, 철학적 관점이 서야 합니다. 바탕이 서면 견고한 자리가 만들어집니다. 만약 화두선을 하다가 마음이 흔들릴 때, 정맥소를 일독하면 ‘왜 간화선을 닦아야 하는가, 이 도리가 어째서 가장 수승한 도리인가’를 알 수 있습니다. 정맥소에는 이 문제에 대한 교학적·철학적 근거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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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다 2019-01-04 14:24:46
멋지군요...

(동선)김정태 2018-03-18 08:02:17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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