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부처, 마애불]보은 법주사 마애여래의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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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부처, 마애불]보은 법주사 마애여래의좌상
  • 이성도
  • 승인 2018.03.02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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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에 앉은 미륵부처님을 만나다
사진:최배문

보은 법주사로 가는 길은 편안한 자동차 여정이 되어 주말이면 원색 등산복 차림의 행렬이 속리 산을 찾는다. 법주사는 진리 (法) 가 머물러 있는 곳(住) 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 진리를 만나는 것을 어려워하는지 절로 들어가는 사람보다 산으로 가는 행렬이 더 길다. 디지털시대에 법에 대한 관심은 옅어지고 법보다 몸이나 스마트폰이 갖는 감각과 기능을 따라가는 일이 더 많아진 듯 산속에 서도 스마트폰을 움켜잡은 채 걷고 있다. 스마트폰 속에는 세상의 모든 것이 들어 있는 듯하지만 행복을 만들어 주지는 않는다. 행복은 스스로 찾아내야 한다.

입구에서 시작되는 오리 五里 숲길을 걸어 수정교를 지나 법주사 경내로 들어서면 평탄한 대지에 크고 작은 전각들이 늘어서 있다. 그 속에 국내 유일의 5층 목탑인 팔상전과 거대한 입상의 금동 대불이 등대처럼 서 있다. 전자의 5층 팔상전이 석가모니 부처님의 생애를 기리는 기념탑이라면, 후자의 금동미륵대불은 이곳이 미륵의 땅이라고 선언하는 신앙적 상징이다. 그리고 멀리 가까이 법주사를 옹위하듯 둘러싸고 있는 크고 작은 산봉우리와 산들이 한눈에 이곳이 복된 땅임을 알게 한다. 마애불은 금강문 왼편 사리각 옆 거대한 바위 (추래암) 에 있다.

보은 법주사 마애여래불의좌상 (보물 제216호) . 오른쪽 암벽에 새긴 활짝 핀 연꽃 위에 앉은 부처 님은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의자에 앉아 있는 의상 倚像 이다. 6.18m 높이의 대불로 높지 않은 머리에 포도송이 같은 둥근 머리카락이 새겨져 있고, 머리 중간에는 반원의 머리장식 (繫珠) 이있다. 둥글고 넓은 얼굴은 균형 있게 이목구비를 갖추었고 이마 중간에는 둥근 점 (白毫) 이 있다. 오뚝해야 할 코는 콧등이 납작하고, 볼륨 있는 눈은 위로 치켜떠 있어 날카롭게 보인다. 인중은 짧고 말을 할 듯 윗입술이 올라가 있으며, 넓은 귀는 어깨에 닿을 정도며 무표정한 모습이다. 두툼한 세 줄의 목주름이 있어 얼굴 중심의 비만한 모습을 만들고 있다.

얼굴과 어깨까지는 약간 높은 돋을새김으로 새겼고, 나머지 불신은 더 낮고 평평하게 만들었 다. 각진 어깨, 내려진 양팔, 평평한 가슴, 가슴과 배에 올린 양손, 손과 손가락 등을 표현하면서 그주변을 파고들다 보니 움푹 팰 수밖에 없는데 역설적으로 드러난 형태는 평면적이다.

가사 (法衣) 는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입었다. 옷 주름은 신체 부위에 따라 밀집되기 도, 성글기도 하다. 그 가운데 큰 주름은 가슴 아래에서 두 다리 사이로 큰 U자 모양으로 흘러내 리고 있다. 수평으로 벌린 허벅지는 전혀 볼륨이 없다. 연잎에 내디딘 양다리는 굵기도 다르고 그사이의 옷 주름은 비대칭이다. 특히 잘록한 허리는 얼굴 폭보다 좁아 정상적인 인체 비례를 넘어 있다. 개미허리로 만들어진 삼각형의 상체는 볼륨 없이 평면이고, 잘록한 허리와 하반신은 더욱 날씬하여 크고 비만한 얼굴과 대비된다.풍요로운이 시대에 뚱뚱한 몸으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이 이 불상 앞에서 열심히 기도한다면 아마도 그의 소망을 들어주시거나 위안을 주실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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