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부처, 마애불] 서울 삼천사마애불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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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부처, 마애불] 서울 삼천사마애불입상
  • 이성도
  • 승인 2018.01.29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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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고단한 삶을 위로하는 부처님
사진. 최배문

현존하는 우리나라 마애불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고려시대의 것이다. 조각의 형태가 세련되지 않은 모습에 표현 기법도 거칠고 투박한 것이 많다. 고려시대 다수의 마애불들은 비례나 동세動勢가 실제적인 인체에서 벗어나 있으며, 거대하고 과장되어 있고 경직된 모습 등에서 괴기스럽고 신기한 힘을 가진 부처님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 마애불들은 신력과 영험이 있어 여기에 기원을 하면 소원이 성취된다는 설화와 함께 기복의 대상이 되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북한산 삼천사에는 대웅보전을 비롯한 여러 전각의 기단이나 계단, 바닥에 화강암 판석을 깔거나 화강암 조각을 많이 해두었다. 자연석이나 가공된 화강암으로 축대를 쌓고, 두부처럼 자른 사괴석으로 담장을 둘렀고, 석재로 계단과 조형물 등을 만들어 온통 화강암으로 둘러쌓았다. 뒤편 북한산의 여러 봉우리들도 우람한 화강암들이 자리 잡고 있어 강한 기운을 준다. 

북한산 삼천사의 여러 전각과 석탑 그리고 조형물들은 대부분 1970년대 이후 조성된 것이다. 예외적으로 오랜 역사를 간직한 조성물이 있으니, 고려 초기의 마애불이다. 마애불은 대웅보전 뒤쪽 계곡 왼편의 병풍바위에 조각되어 있다. 마애불은 반세기전만해도 깊은 산중의 은자隱者같은 존재였지만, 지금은 마을 한가운데서 만나는 부처님같이 주변 공간이 변했다.

마애불은 전체가 약간 도드라진 낮은 부조(底浮彫)로 되어 있는데 얼굴 또한 얕은 볼륨으로 조각되었다. 광배光背를 비롯해 몸에 걸친 가사는 굵은 선의 주름을 돋을새김으로 표현하였다. 불상의 도드라진 선을 따라 가사 자락에 붉은 색을 칠하고 금색을 덧칠한 것이 지금도 부분적으로 남아 있어 고풍스런 회화같은 분위기를 갖고 있다.

 

불상의 머리 위에는 반달 같고, 큼지막한 상투 같은 육계肉髻가 솟아 있다. 얼굴은 타원형으로 원만하며 이목구비가 정제되어 있다. 이마가 좁은데 눈썹은 초승달같이 선명하며 높지 않은 반듯한 코와 가늘고 웃음어린 실눈, 인중이 뚜렷하면서 미소 짓는 작은 입, 긴 8자 같은 굵은 선으로 된 귀는 어깨 가까이 내려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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