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불교계, 가상화폐 '카르마 코인' 놓고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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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불교계, 가상화폐 '카르마 코인' 놓고 논쟁
  • 유권준
  • 승인 2018.01.16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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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불교전문가들, 불교내부의 부패 방지 등 문제의식은 좋지만 형태에는 의문표시
사진=라이언로어

가상화폐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미국에서 불교가상화폐 ‘카르마 코인(Karma Coin)’ 이 등장해 논쟁을 벌이고 있다.

카르마 코인을 만든 이는 로토스 네트워크다. 로토스 네트워크는 평등한 불교공동체를 꿈꾸며 평신도와 재가법사, 출가수행자 간의 평등한 네트워크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인터넷 커뮤니티다. 불교명상수행자이자, 웹 개발자 안톤 두스가 2006년 불교괴짜그룹을 만들어 팟캐스트를 통해 불교콘텐츠를 만들어온 빈센트 혼,  신경과학자 마이클 호건, 제퍼슨 데이비스 등이 모여 만들어 운영중이다.

왼쪽부터 로토스 네트워크 설립자 안톤 두스, 마이클 호건, 제퍼슨 데이비스 , 빈센트 혼

이들은  현실속의 불교공동체가 가진 부패나 종교적 박해, 사부대중의 평등함을 블록체인 기반의 살아있는 상호작용이 가능한 공동체를 만들겠다고 주장한다. 특히 명상산업이 갈수록 상업화되고 자본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비판한다. 또 특정한 불교이념이나 단체를 통한 종교박해도 분산된 커뮤니티 모델을 통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현실속의 사찰이나 명상센터가 아니라도 전세계 어디서나 접속이 가능하고 수행정도를 측정할 수 있는 디지털 성전을 통해 개인의 영적인 성장을 이뤄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이 로토스 네트워크를 설립하고 가상화폐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은 지난해 8월. 이들은 명상에서 파생되는 각종 뇌파 및 생체인식 데이터를 측정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술과 몰입형 수행환경을 위한 VR(Virtual Reality)기술들을 활용해 독점적인 명상수행과 불교관련 콘텐츠를 통해 분산화되고 평등한 불교공동체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즉 커뮤니티에 가입하고, 라이브로 명상수업을 듣거나 강의를 수강하고, 각종 행사에도 참여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또 1대1 수업 라이브와 주문형 콘텐츠를 통해 스스로의 수행정도를 점검할 수 있는 세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그리고 그 가상의 불교공동체안에서 사용할 카르마 코인을 제안했다.

카르마 코인을 제안한 로토스 네트워크 홈페이지. https://lotos.network 캡쳐

실제로 카르마 코인은 미국에서 ICO(코인공개 : 주식시장에서 기업공개를 통해 자본조달을 하는 방식)를 거쳐 거래소에 상장했다. 국내에도 소개돼 지난해 12월말부터 국내거래소에도 상장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에서의 반응은 전반적으로 부정적이다. 불교매거진 라이언 로어의 보도에 따르면 불교명상수행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페이스북 뉴스피드 분석책임자 댄 지그몬드는 “카르마 코인의 개념이 불교에서 너무 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불교는 전통적으로 이미 업보를 통해 업보를 교환하는 보편적인 개념의 통화를 가지고 있다”며 “다른 것이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미국 최초의 불교대학인 나로파 대학 등에서 자비명상을 가르치는 재가법사 샤론 잘츠버그도 “현재의 시스템인 기부나 시주는 단지 시스템일 뿐이며 그것을 관용적으로 볼 것인지 혹은 계산법으로 접근할지는 마음상태에 다른 것일뿐”이라고 말했다.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그레고리 그리브 교수는 자신의 연구를 토대로 “불교가르침이 불교 자료 공유, 사회적으로 소외되거나 지리적으로 고립된 이들에게 접근이 가능하고, 불교수행자들이 함께 학습하고 수행할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변화된 영적 관행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카르마 코인 자체의 성공여부와는 별도로 로토스 네트워크가 추구하는 온라인 수행공동체 자체에는 큰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하지만 그리브 교수도 “불교의 카르마(업) 사상은 길고 복잡한 역사가 있다”며 “불교의 기관이나 단체, 전통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라고 덧붙이고 “다만 불교수행자들이 새로운 기술을 피하거나 지역사회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구원자처럼 행세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브 교수는 또, “로토스 네트워크가 추구하는 것이 기존의 것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대안적 수단이 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불교시스템에서 발생한 문제를 대안적으로 해결하려는 자세는 재행무상이라는 불교적 가르침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카르마 코인이 제기하는 기존 불교공동체 내의 부패나 폐쇄성, 신비성의 비판정신에는 동의하나 아직 기술적인 완성도나 불교가 추구하는 종교적 본질과 가상화폐가 어느 정도 부합하느냐에 대해서는 의문점을 달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카르마 코인이 추구하는 다양한 형태의 시도에 대해 호기심 어린 눈빛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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