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인터뷰]동국대 불교문화대학장 김성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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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인터뷰]동국대 불교문화대학장 김성철 교수
  • 김성동
  • 승인 2018.01.02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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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에 현대판 진짜불교가 출현할 것입니다.”
사진:최배문

“경주 동국대 본관인 100주년 기념관으로 오셔서 엘리베이터 타고 4층으로 올라와 우측 벽을 타고 디귿(ㄷ)자로 돌아 서쪽 끝 행정실 옆방에 명패가 보일 것입니다.”

동국대학교 불교문화대학장 김성철 교수(59)가 보내온 문자였다. 낯선 방문자로 수많은 이들을 만났지만, 이토록 세심하게 장소를 안내한 이는 처음이다. 동행한 최배문 사진작가는 “교수님 성격이 어떤지 짐작 간다.”며 웃었다. 김성철 교수는 1993년 용수의 『중론』 역주, 1995년 최고의 중관 개론서로 꼽히는 무르띠의 『불교의 중심철학』 역주, 1997년 「용수의 중관논리의 기원」(동국대 박사학위) 등 한국불교에 중관의 대중화를 열었던 인물로 꼽힌다. 

그는 서울대학교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치과의사로 일하면서 불교를 공부했다. 이런 이력으로 ‘치과의사 출신 불교학자’란 타이틀이 꽤 오랫동안 따라다녔다. 흥미로운 이력이지만, 김성철 교수의 진면목은 다른 곳에 있다. 중관사상을 기본으로 그의 학문적 탐구는 계속 확장, 진화한다. 이는 티베트불교, 원효, 대승불교, 한국불교, 불교도의 역할 등을 주제로 쓴 80여 편의 논문과 12권의 번역서와 저서 속에서 드러난다. 인문학자로는 드물게 애니메이션을 학생들과 함께 제작하며 영상물 디자인 제작회사인 ‘수안’을 만들었고, 몇 년 전에는 그가 개발한 ‘사띠 미터(Sati-Meter)’를 판매하는 ‘명상과학사, 몸과 마음’을 창업했다. 홈페이지 ‘김성철의 체계불학(www.kimsch.net)’에는 이런 그의 노력들이 들어있다.  

|    인문학 중에서 불교학이 가장 핵심

- 동국대 경주캠퍼스는 서울캠퍼스와 분위기가 많이 다릅니다. 

“경주는 불교도시입니다. 스님들이 살기 좋습니다. 가게나 음식점을 가도 스님들을 많이 배려하고, 세탁소에는 승복이 좍 걸려있습니다. 그런 분위기가 있으니까, 학생들도 출가를 좋게 생각합니다. 우리 학생들 중에도 뛰어난 학생들이 출가하는데 매년 7~8명은 합니다.”

- 세탁소에 승복이 걸려있는 장면은 경주에서만 볼 수 있겠습니다.(웃음) 출가도 주변 문화가 영향을 많이 주는 것 같습니다. 

“예. 맞습니다. ‘출가가 최고다, 내가 못나서 출가하지 못한다.’ 이런 관점이 있어야 합니다. 내가 욕심 많아서 출가하지 못한 것이죠. 청정 독신 수행 생활을 결심했다는 자체가 큰 결단이고, 그것만으로 존중받아야 합니다. 제자가 출가해서 찾아오면 ‘스님, 오셨어요.’ 하고 깍듯하게 응대합니다. 스님들은 장교, 우리는 잘해봐야 준위, 그런 차이죠.(웃음)”

- 계행 청정 하는 것만으로도 존경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혼자서 살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청정 계행을 다짐한 것은 보통 일이 아닙니다. 출가와 재가 차이는 분명합니다. 음행을 하는가, 안 하는가, 입니다. 스님의 지위를 잃는 것이 바라이죄입니다. 네 가지입니다. 음계, 살인, 도둑질, 대망어大妄語. 이 네 가지 바라이죄를 지으면 교단에서 추방합니다. 그중 재가자와 가장 큰 차이는 음계입니다. 재가자가 결혼식 날 하룻밤을 보내면 축하해주지만, 출가자는 곧바로 추방입니다.”

- 같은 행위지만 전혀 다른 결과인 셈이군요. 

“출가와 재가는 거기서 갈라집니다. 음행만 지키면 아무리 행동을 잘못해도 저는 존경합니다.”

- 왜 불교를 공부하셨나요. 

“다른 학문은 수단이지만, 인문학은 목적입니다. 인문학 중에서 불교학이 가장 핵심입니다. 내가 누구인지, 내가 왜 태어났는지, 이것을 찾는 것입니다. 사람 본능 중에 가장 높은 것입니다. 근데 먹고 살기 힘드니까 못하죠. 불교학은 그냥 좋아서 하는 것입니다. ‘노숙자 인문학’이 있습니다. 노숙자에게 직업 교육을 시키니, 제대로 하지 않고, 다시 노숙자가 됩니다. 인문학을 강의하니까, 사람이 달라졌습니다. 부처님도 노숙자입니다.(웃음) 불교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인간을 알기 때문에 모든 길, 모든 직업을 가질 수 있습니다. 불교학은 있는 그대로 진리를 추구하기 때문에 인문학 중에서도 가장 수승합니다.”

- 중관으로 학위 받고, 한국불교에 중관을 본격적으로 소개하셨습니다. 그럼에도 대중들에게 중관은 여전히 낯설고, 어려운 주제입니다. 불교 입문자가 ‘중관이 뭐죠?’라고 질문하면 어떻게 답하실까요.

“중관은 생각으로 생각을 비판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사유를 비판하는데, 그 도구가 생각입니다. 비유하면 나무를 태울 때 나무를 서로 비비면 됩니다. 그러면 둘 다 탑니다. 중관은 비판한 뒤에 비판한 말을 버립니다. 우리의 생각은 늘 이분법입니다. 중관은 우리의 생각이 가짜임을 폭로하는 것입니다. 그전까지 품었던 의문들이 다 허구임을 말합니다. 죽음과 삶의 분별에서 벗어나게 해줍니다.”

|    재가불자가 승승장구하는 방법

- 흔히 중관을 대승불교의 시작이라고 합니다. 불교사에서 중관이 등장할 때는 이미 부처님 가르침이 전승되고 있었습니다. 왜 굳이 중관이었죠? 

“불교 내에는 아비달마 교학이 있었습니다. 아비달마 교학 시대는 부처님 가르침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초기불교의 가르침을 정리합니다. 이때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체화, 현학화합니다. 소승불교의 시대입니다. 중관은 부처님의 원래 취지를 환기시키는 것입니다. 부처님 가르침은 방편이고 도구이기 때문에 뗏목으로 강을 건너면 뗏목을 버리라는 겁니다. 왜 버리는지 논리적으로 말합니다. 그게 중관입니다. 초기불교 뗏목타고 강을 건너온 아라한들에게 ‘내리세요, 내리세요.’ 말한 것이 『반야심경』입니다. 반야경의 교화대상이 일반 스님이나 재가자는 아무도 없습니다. 아라한들, 대보살들, 신통이 열린 재가자들입니다. 모든 반야경이 그렇습니다. 불교를 통해서 끝까지 간 분들에게 불교에 대한 집착에서 해방시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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