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과 함께 한 식물 그리고 동물] 다라수와 공작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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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과 함께 한 식물 그리고 동물] 다라수와 공작새
  • 심재관
  • 승인 2017.11.28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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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자수에 경배하는 사람의 모습. 산치 제1 스투파. 기원전 1세기경.

다라수多羅樹

경전을 읽을 때마다 가끔씩 불국토의 모습 속에서 특이한 묘사와 마주치게 될 때가 있다. 어떤 불국토의 불당은 허공 높이 솟아 다라수의 높이보다 일곱 배 높이까지 치솟는다거나 다라수를 일곱 겹으로 성을 둘러싸게 심는다는 묘사 같은 것이 그것이다. 예를 들면 『대집염불삼매경大集念佛三昧經』에서는 이렇다. 

불공견아, 모든 다라수多羅樹에는 광명이 무수해서 볼만했으며, 미풍이 불면 미묘한 음성이 나서 듣는 사람들이 환희하고 기뻐하였는데 마치 사람이 음악을 연주해 온갖 미묘한 음성이 나오는 것과 같았다. 듣고 기뻐하지 않은 이가 없으니 이 다라수에 바람이 불 때에는 미묘한 소리가 나서 사람들로 하여금 들어서 기쁘게 함이 이와 같았다.

이런 묘사와 마주칠 때마다 필자는 오리사orissa에서 가끔씩 올려다보았던 다라수가 떠오른다. 길가에 늘어선 높은 다라수들은 벵골만에서 불어오는 해풍에 잎들이 부딪치며 미묘한 소리를 내곤 했기 때문이다.  

경전에 자주 나타나는 이 다라수多羅樹는 바로 산스크리트어 탈라tāla를 옮긴 말이다. 탈라는 남부와 동부 인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야자수로 흔히 팔미라Palmyra 야자라고 부른다. 경전 속에서 다라수는 가로수나 궁전의 담장에 많이 조림造林했는데, 바람이 불 때면 잎들이 부딪쳐 나는 소리를 마치 풍경風磬소리처럼 들리게 했던 것이다. 이것은 아마도 옛 인도사람들이 가지고 있었던 원예 기술의 흔적을 보여주는 것일 거다.    

이 나무는 흔히 인도의 고대 시문학 속에 표현된 것처럼 8백여 가지의 쓸모가 있는 나무다. 가히 모든 소원을 들어주는 나무(kalpavr.ks.a)라 불릴만하다. 흔히 우리가 아는 대로 이 나무에서 야자 설탕이나 야자 술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기록물을 남기는 종이를 만들기도 한다. 야자수의 펄프는 꽤 수입이 괜찮은 인도의 수출 품목이기도 하다. 심지어 인도의 시골에서는 여전히 옛날에 전승되어 오는 방식대로, 논농사를 위한 관계시설을 이 야자수를 이용해 만들기도 한다. 야자수를 적당한 길이로 토막 내어 안을 비운 다음 요즘과 같은 파이프 형태를 만드는데, 이것들을 서로 연결하여 논 근처의 연못 밑에서부터 논까지 연결하여 물을 댄다.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야자수가 곧고 길게 자라기 때문인데 많이 자란 경우는 30에서 40미터에 이르기도 한다. 

그런데, 경전에서 보는 것처럼 이 다라수는 그 나무 자체보다는 이 나무의 곧고 길게 자라는 특성 때문에 일찍부터 길이의 단위로 사용되었다. 어떤 경전에서는 보살들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기쁜 마음에 일곱 다라수 높이의 허공으로 뛰어올라 내려오지 않았다고 한다. 또 어떤 경전에서는 불당의 높이를 일곱 다라수 높이의 허공에 지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경전마다 이러한 표현들은 거듭 반복적으로 되풀이된다. 생각해보면 이 높이는 생각보다 훨씬 높아 보인다. 하지만 왜 하필 일곱 다라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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