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세시(歲時)
양력으로 8월 3일이 음력 7월 7일이니 바로 칠석(七夕)이다. 칠석날 밤, 견우와 직녀의 이야기는 누구나 아는 일이지만 칠석을 전후한 옛 풍속을 되새기기 위하여 차분히 살펴보자.
견우(牽牛)는 목동이요, 직녀(織女)는 베짜는 처녀라 하겠는데 둘이는 지극히 사랑하는 사이인데도 하늘나라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동서로 갈라져 만나지를 못한다. 은하에는 다리가 없으니 사랑의 회포를 풀 길이 없는 것이다.
이런 딱한 사정을 안 지상에 사는 까마귀와 까치들이 하늘로 올라가 은하수에다 오작교(烏鵲橋)란 다리를 놓아 주는데 그 날이 바로 1년에 한번인 '칠석'이다. 그러나 만날 수 있는 시간은 새벽닭이 울기 전이라 해마다 아쉬움을 남기며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견우와 직녀는 또 다시 1년 동안 밭을 갈고 베를 짜면서 고독한 나날을 보내야 한다.
이런 옛 이야기를 뒷받침이나 하려는 듯이 칠석날에는 까막 까치를 볼 수 없으며 어쩌다 있는 것은 병들어 하늘을 날아가지 못한 것이라 한다. 칠석이 지나 다시 나타난 까막 까치의 머리는 다리를 놓느라 모두 벗겨졌으니 어린 시절 이런 모습은 무턱대고 신기하기만 했다.
또 이런 칠석날 밤에 비가 내리면 견우와 직녀가 만난 기쁨의 눈물이라 했고 이튿날 새벽에 비가 오면 이별의 슬픈 눈물이라 했다.
소년 소녀들에게는 또 남다른 칠석의 풍속이 있다. 처녀들은 '직녀성'에 베짜기와 바느질 잘하기를 빌었으며 소년들은 '견우성'과 '직녀성'을 소재로 삼아 시짓기[作詩]를 뽐내곤 했다.
이제 공해로 찌든 도회지의 밤하늘에는 은하수마저 잘 보이질 않게 되었지만 아직도 시골에 가면 견우 직녀의 이야기와 함께 또렷한 은하수가 보이는 이로 하여금 살며시 마음을 설레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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