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들은 추석 차례를 어떻게 모셔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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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자들은 추석 차례를 어떻게 모셔야 할까?
  • 유권준
  • 승인 2017.10.03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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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의 유래는 삼국유사에 근거, 임진왜란 후 귀한 차 대신 술 올리면 변화
불광사의 추석 합동차례 의식. 사진 불광사 홈페이지

민족의 명절인 추석이다. 추석이면 가족들은 고향에 모여 함께 차례음식을 준비하고 추석 아침 차례를 지낸다.

차례는 불가에서는 다례라고 한다. 사찰마다 큰 스님의 기일이 되면 다례제를 봉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름은 차례를 사용하지만, 실제로 차를 올리는 경우는 많지 않다. 오랫동안 유교식으로 술을 올리는 것이 관례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차례의 원형은 여러 문헌을 통해 찾아볼 수 있다.

삼국유사 표훈대덕조(三國遺事 表訓大德條)에 충담스님이 안민가를 지어바치는 장면을 보면 차례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경덕왕(景德王)이 즉위 24년(765년)이 되던 해 삼월 삼짓날(음3.3) 이야기다. 왕이 충담스님과 대화를 나눈다.

"그대는 누구인가?"

"충담(忠談)이 옵니다"

"어디서 오는 길인가?"

"삼화령(三花嶺)에서 올는 길입니다."

"무엇하고 오시는가?"

"매년 3월 삼짓날과 9월 중양절이면 차를 다려서 삼화령의 미륵세존 (彌勒世尊)님께 올립니다. 오늘도 차를 드리고 오는 길입니다."

"나에게도 한 잔 주겠소?"

"물론입니다."

충담스님이 차를 끓여 경주 남산 삼화령의 미륵세존께 올렸다는 이 기록은 문헌상 처음 언급되는 차례의 원형이라고 볼 수 있다.

선원(禪院)의 청규를 담은 백장(百丈禪師;720-814) 백장청규 권2 불강탄조(佛降誕條)에도 차례에 관한 언급이 있다. '향화등촉(香花燈燭)과 다과(茶菓) 진수(珍羞)를 올리고 공양한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즉 ‘한 솥에 끓인 차(茶)를 부처님께 바치고 또 공양드리는 사람이 더불어 마심으로써 부처와 중생이 하나가 되고 또 절 안의 스님과 신자가 같은 솥에 끓인 차를 나누어 마시면서 이질 요소를 동질화시키는 일심동체 원융회통의 의례가 차례’라는 것이다.

유교의 제사에도 차를 쓰는 것이 바른 예법이었다. 유교예법의 창시자라고 할 수 있는 주자(朱子;1130∼1200)의 뜻을 받들어 명나라의 구준(丘濬)이 편집한 주자가례(朱子家禮)에도 차를 사용하는 것이 나온다. 유교를 숭상했던 조선시대에도 차례를 지내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과 다르다, <국조 오례의>등의 기록에 의하면 종묘제례와 중국, 일본의 사신에 대한 다례등 빈례(賓禮)에 차를 사용한 기록이 나온다.

그런데 왜 지금은 차 대신 술을 올리는 것이 원칙처럼 변했을까.

차례에 차가 빠지고 대신 술이 쓰이게 된 것은 사회, 경제적 이유에서 영조때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임진왜란 등으로 국가 경제가 피폐해지고, 차를 담는 도자기를 굽는 도공들을 다 일본으로 잡아갔기 때문에 백성들의 생활을 걱정해서 영조(英祖)임금이 왕명을 내렸다. 귀하고 비싼 차 대신 술이나 뜨거운 물 즉 숭늉을 대신 쓸 것을 지시한 후부터 차례에 술이 등장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불가의 경우 계율상 술을 사용할 수가 없는데 어떻게 했을까? 불교의 의식과 관련된 원칙을 편집해 놓은 석문의범(釋門儀範)의 모본이라 할 수 있는 백파(白坡: 1767-1852)스님의 작법귀감(作法龜鑑)에는 "내 이제 청정수를 감로차로 삼아서 증명(證明)님께 올리오니 원컨데 가엾게 여겨 받아주소서 (我今淸淨水 變爲甘露茶 奉獻證明前 願垂哀納受)" 하는 내용이 실려 있다. 즉 차를 사용하지 못할 경우 청정수를 차 대신 사용했던 것이다.

다음은 불교생활의례문화원이 정리한 불교식 차례의식 순서다.

불교식 차례의식
1. 촛불을 켜고 향을 피워 부처님과 영가를 모신다.
2. 거불과 청혼이 끝나면 모두 일어나서 부처님과 영가를 향해 3배를 한다
3. 모두 합장하고 선 상태에서 제주가 차를 올린다(헌다공양).
4. 헌다가 끝나면 3배를 한 후 다함께 앉아서 합장하고 헌식소(獻食疏)를 염송한다.
5. 공양 드실 시간을 드린 후 숭늉을 올린다.
6. 수저를 거두고 밥뚜껑을 닫은 후, 제주가 분향하고 마지막 차를 올린다
7. 모두 함께 경전이나 게송을 독송. 제주는 축원문을 염송한다. 영가에게 쓴 편지 독송.
8. 제주의 안내에 따라 모두 일어나 3배로 봉송인사를 올린다
9. 제사를 마치고 나면 가족이 둘러앉아 음복을 하며 영가를 기리고 서로 덕담을 나눈다

불광사의 추석 합동차례 의식. 사진 불광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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